시장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디지털화가 촉진…
홍콩과 중국본토에서 앱 여럿 출시

로보 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사/전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로봇 투자자문사를 뜻한다. 그러니까 기존의 펀드매니저들이 하던 일을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가 대신 하는 것이며 금융업과 IT의 만남의 결과로 핀테크(Fintech)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러한 로보 어드바이저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충동에 휩싸이거나 생소한 분야에 대해선 사실 잘 몰라서 판단착오로 잘못된 조언을 하는 인간 전문가와 달리 철저히 입력된 공식을 계산만 하고 감정, 충동 등에 휩싸이지 않는 컴퓨터의 특성 상 훨씬 정확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그 덕분에 순간적인 판단 하나에 조 단위 천문학적인 돈을 얻기도 잃기도 하는 투자 자문업계에서 로보 어드바이저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오아시스와 같은 귀중한 존재이다. 수익률은 높일 수 있고 예상 가능한 리스크까지 계산하여 손해는 최대한 줄일 수 있기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손해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13억 인구와 엄청난 구매력을 보유한 공룡시장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2022년 현재까지도 외국인의 중국본토 내 주식거래에 제한을 둘 정도로 엄격한 통제를 유지하는 곳인데 과연 이 곳에서도 로보 어드바이저가 자리잡을 수 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대답은 YES다. 오히려 코로나 판데믹을 겪으며 생긴 불확실성과 중국 정부가 밀어붙이는 경제 디지털화 정책 덕분에 로보 어드바이저는 이제는 중국 내에서 확실히 자리잡고 있으며 아주 오래 전부터 로보 어드바이저가 선보여 활성화된 특별행정구 홍콩은 물론 중국본토 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출시되고 심지어는 미국 등 해외 금융사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내에서 가장 먼저 로보 어드바이저가 선보이며 활성화된 곳은 특별행정구로 1국가2체제에 의해 경제자유가 보장된 홍콩이다. 홍콩에는 이미 미국계 로보 어드바이저로 미국과 홍콩 주식거래가 가능한 SOFI(구 8 Securities), 역시 홍콩증시 주식거래와 해외증시 주식거래가 가능한 홍콩-싱가폴 합작업체 ‘Stashaway’, 홍콩과 중국, 미국은 물론 제3세계까지 다양한 주식거래가 가능한 홍콩-싱가폴-인도 합작업체 ‘Kristal AI’, 홍콩은 물론 중국본토 주식거래가 가능한 ‘FUTU’ 등 다양한 로보 어드바이저들이 있으며 여기에 이런저런 군소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

이 중에서 대륙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홍콩 로보 어드바이저 프로그램은 단연 FUTU이다. FUTU는 통상적인 로보 어드바이저들이 제공하는 미국과 홍콩 주식거래는 물론 중국본토 A주식(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도 거래가 가능하며 업데이트가 빠르고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며 언어 면에서도 대륙인들을 배려해 간체자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홍콩 지하철인 MTR 역 구내는 물론 열차 내부까지 광고를 도배해놓을 정도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고 이러한 공격적 마케팅은 중국본토에서도 똑같이 실시하기에 인지도가 아주 높다. 대륙인들은 홍콩 내에서 대륙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그러나 가장 몸집이 큰 SOFI는 업데이트도 느리고 무엇보다 중국 주식거래가 불가능하다는게 단점이다. 그렇지만 FUTU는 중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고 업데이트도 신속하며 앱 속도부터가 아주 빠르다. 비싼 이용료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대륙인 큰 손들에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홍콩은 물론 중국본토 내에서도 저상펀드, 화샤펀드 등 자국산 토종 로보 어드바이저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 중 저상펀드는 2019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여 지난해인 2021년 5월에는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를 출시했으며 전년도 기준으로 68.34%나 되는 수익률을 자랑한다. 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현재 400대나 되는 로봇이 동원되고 있다.

또 하나의 대륙 토종 로보 어드바이저인 화샤펀드는 캐나다 IT기업인 부스터드 AI(Boostered AI) 社와 제휴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중국본토 및 홍콩 프로그램들 외에도 외국계로서 미국의 뱅가드(Vangard) 社가 알리바바와 합작한 방니터우(帮你投)를 출시, 지난 2021년 100만 명이나 되는 유저를 유치하고 69억 위안(한화 1조 2000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하였다. 중국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외국계 기업의 직접 진출이 크게 제한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중국 내의 로보 어드바이저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이 이미 황금어장이 되어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시장에 로보 어드바이저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홍콩에 비해 훨씬 늦은 2015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폐쇄적이고 이런저런 규제가 많은 중국이라는 특수시장에서 로보 어드바이저가 얼마나 자리잡고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늦은 출발만큼 속도 빠르게 자리잡아서 불과 2년 뒤인 2017년에는 289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2022년에는 6600억 달러의 수익이 예상되어 있기까지 하다.

이렇게 중국 금융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로보 어드바이저가 자리잡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 판데믹 등 2010년대 후반의 여러 부침을 거치며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따른 일종의 ‘위험회피 심리’가 중국 투자자들에게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과 G2로서 패권경쟁을 시작한 중국이 미국의 월가라는 거대한 공룡에 맞서 자국 금융시장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금융시장 개혁과, 이에 따른 중국 정부의 후원이다. 그 덕분에 홍콩과 중국본토 플랫폼들, 외국계 플랫폼들까지 관심을 갖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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