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건설 위해 게임 엔진 활용성 부각
메타버스, 블록체인 트렌드와 결합해 P2E 모델 등장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

[애플경제 진석원 기자]

작년 게임 산업에서 가장 큰 화재는 메타버스와 NFT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와 융합을 목표하는 메타버스는 여러 산업에 걸쳐 뜨거운 소재다. 그 가운데 특히 게임 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게임 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써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게임은 메타버스의 빠른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P2E, NFT 게임 등 게임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 대한 분석 보고서(GGIT)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게임 산업은 최근 코로나 19로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게임 산업 내부에서는 메타버스 등 미래를 향한 준비와 변화가 일어났다. 다양한 게임사들이 메타버스와 NFT 게임을 표방하고 나섰고, 게임 엔진은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진다. 콘서트, 팬미팅 등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던 활동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이를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실제 경제 활동도 가능해졌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Roblox)'와 '포트나이트(FortNite)'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 로블록스는 게임 속에서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게이밍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 속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기거나, 자신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이를 공개할 수 있다. 로블록스 속 게임은 모두 간단하게 설계되어 있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블록스는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기대받는 서비스 중,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를 가지고 꾸준히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조사에 따르면 로블록스의 작년 2분기 하루 이용자 수는 4,320만 명이었으며 3분기에는 4,700만을 돌파했다. 매출은 3분기에 6억 3,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28.6% 상승했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80%이상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유통이나 서비스 관리 지원을 모두 해주면서 개발과 수익이 유연하게 이루어진다.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25%는 개발자에게 돌려준다. 로블록스 내 게임 개발 수익은 작년 상반기에만 1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약 8만 5,000달러의 수익을 거둔 개발자도 600명 이상이다. 

온라인 서바이벌 슈팅 게임이었던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를 표방한 것은 2019년부터다. 포트나이트는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공유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파티로얄 모드'와 '포크리 모드'를 통해 소셜 플랫폼으로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파티로얄 모드는 콘서트 개최나 영화 상영이 가능한 스테이지가 구축되어 있어 다양한 이벤트에 활용되는 등 이용자간 교류에 집중한다. 또 다양한 브랜드에게 포크리모드를 제공하여 낮은 비용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활용하도록 했다. 포크리 모드를 통해 영국 통신사 O2와 TV쇼 '더 보이드'가 이벤트 공간을 구축한 바 있고, 프랑스 유통기업 까르푸(Carrefour)도 가상 매장에서 게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메타버스가 게임 엔진의 성장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포트나이트를 만든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등 게임 엔진이 영상물 제작이나 메타버스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작년 3D 모델링 콘텐츠 거래 플랫폼인 스케치팹(Sketchfab), 3D 스캔을 위한 사진 측량 소프트웨어 기업 큐빅 모션 (Cubic Motion) 등을 인수하며 3D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에 나섰다. 유니티는 2D 그림과 3D 모델을 디지털로 제작하는 CAD와 NFT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위해 디지털 시각효과 기업 웨타디지털(Weta Digital)의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게임엔진은 그래픽 수준과 물리법칙 구현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구현과 함께 다양한 시뮬레이션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는 활용도가 커지는 게임엔진이 메타버스 시대에 게임 산업의 가치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 게임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가지는 높은 사행성과 도박성이 세계적으로 문제시되었고 여러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존 게임 산업의 수익 모델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게임을 하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P2E(Play to Earn) 구조가 떠올랐다. P2E 방식의 게임인 '스카이매비스(SkyMavis)'와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가 큰 인기를 끌면서 게임 산업과 암호화폐 산업에 파문이 일어났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 아이템을 NFT로 활용해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컴퓨팅 기술을 통해 데이터 위조와 변조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들이 체인 형태로 연결되어 블록을 형성하고 있어 붙은 명칭이다. 모든 사용자에게 똑같은 데이터가 전송되기 때문에 한쪽에서 거래 내역을 바꿀 수 없고 모든 데이터가 투명하게 기록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확률형 아이템 등 게임 데이터가 모두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진흥원에 따르면 'EA'나 NFT 거래 카드 시리즈를 출시한 '스퀘어에닉스(SquareEnix)', NFT 아이템을 출시한 '유비소프트(Ubisoft)' 등 다수의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여러 게임사들이 블록체인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NFT게임과 P2E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팬데믹으로 인한 홈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의 성장으로 동반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VR 게임 시장은 여전히 니치시장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VR 게임 기업이 상당한 매출을 거둔 것은 맞지만 대규모의 개발비를 고려했을때 큰 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기업 옴디아(Omdia)는 대표적인 VR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매출 성적이 VR 게임 카테고리 내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이지만,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주요 게임 타이틀과 비교하면 니치시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프라이프:알릭스'는 출시 첫 두 달간 매출액이 1억 2,000만 달러로 추정되었다. 다만 이러한 사례만으로 당장 VR게임이 주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전작인 하프라이트2 보다도 더 높은 제작비와 VR 관련 개발 비용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의 VR 콘텐츠 매출 총액은 1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2020년 게임시장 전체 매출 1,680억 달러에 비하면 1%도 못미치는 규모이다. 

한편 너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의 가능성만에 치중해서는 안된다고 지적도 나온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게임 기획력이라는 것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게임의 의미가 점차 확대변화하는 흐름을 피할수는 없을 것이다."라면서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게임 기획력의 중요성이다. 게임에 도입된 NFT는 결국 수요가 유지될 때 파급력도 발휘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게임’이 원점이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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