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합성·실험 등 전통적 방식 벗어나, 시간과 비용 대폭 절감
‘임상실험도 신속히 대규모로…문헌정보 수집, 후보물질 발굴도 용이“

바이오드론 플랫폼 신약 개발 기업 엠디뮨의 연구소 광경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엠디뮨, 뉴스와이어)
바이오드론 플랫폼 신약 개발 기업 엠디뮨의 연구소 광경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엠디뮨, 뉴스와이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날이 갈수록 신약개발에 AI가 활용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AI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그 중 상당수가 스타트업들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AI신약개발 실태는 어떠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특히 스타트업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AI를 적극 이용하는 경향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문헌 정보 수집이나 후보물질 발굴 분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약 영역에 AI가 도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은 수많은 화합물을 반복적으로 합성·실험하는 전통적 신약개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전략기술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을 계기로 수 년씩이나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AI가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GSK,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수의 국제 빅파마(Big Phamarcy)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SK케미컬, GC녹십자 등 제약기업들이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과 제휴,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내지 스타트업 수준의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게 최근의 분위기다.

과기정통부가 2019년부터 진행해온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스탠다임사도 그 중 하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질병과 타깃 단백질 간 연관성 스코어를 기반으로 질병의 신규 타깃을 발굴하고,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두 플랫폼 기술을 결합하여 신규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후보물질 탐색 이후의 개발 및 상업화 단계는 국내·외 파트너 제약사와 협업을 통해 수행한다”는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국내 스타트업들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의 비즈니스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펴냈던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국내외 제약사에서는 R&D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AI기술을 신약개발 분야에 적용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AI는 연구개발, 환자 모집, 연구결과 정리 등 신약개발의 전 과정에서 제약사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고 이점을 강조했다.

연구소가 그 사례로 든 ‘인실리코 메디슨’사는 신경망에 기반한 ‘GENTRL 시스템’을 개발하여 새로운 후보물질 도출부터 ‘체외검사’(in Vitro Assay)까지 46일만에 신약 실험을 끝낼 수 있었다. 또 “기존에는 유방암 임상시험 환자를 한 달에 3.5명 모집할 수 있었으나 IBM의 AI 시스템을 통해 한 달에 6.3명을 모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도 했다.

특히 이들 스타트업들의 신약개발 과정 중 AI가 가장 효능감을 발휘하는 분야는 문헌 정보 수집과 후보물질 발굴 분야다. “구조활성관계나 컴퓨터를 이용한 분자 약물 설계 기반의 후보물질 발굴 기술은 과거부터 활발히 연구되어 AI 적용이 최우선으로 고려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임상 설계, 임상 환자 모집, 데이터 공개 등 신약개발 전 과정에서 AI를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도입되고 있다”는 연구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선 신약개발 초기 단계의 역할을 수행하는 AI 신약개발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나, 해외 스타트업과 비교하여 비즈니스 모델이 단조로운 편이란 지적이다. 즉 “국내 스타트업은 유전자 분석 사업을 영위하던 기존 기업이 바이오마커 발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수준이 다수”라면서 “처음부터 생물정보학 및 IT 기술 기반의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정보 수집 및 통합 모델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실태를 전했다.

그러나 전체 추세는 일단 긍정적이다. AI 신약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2018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일부는 상장까지 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까지는 투자금액이 500억원 미만이었던 반면, 2019년 756억원, 2020년 1,355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2021년 5월까지 투자금액은 1,003억원으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신테카바이오’ 등 상장한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도 후보물질 발굴, 약물 재창출 등 스타트업들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스탠다임의 사례처럼 그런 지원에 힘입어 SK케미컬 등 대기업과 협업하여 연구 기반시설을 강화하거나,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도 “국내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의 역량을 강화하고, 플랫폼을 고도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 발굴사업’을 2022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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