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구글 패스’로 표현…“인터넷 기반 기술에 연연”
일각에선 “각종 규제로 몸살, 신중모드 취하며 암중모색”
“웹3 겨냥한 주판알 굴리는 중, 본격 배팅 시기 저울질”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구글 패스’(Google Pass)란 제목의 6일자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가 새삼 눈길을 끈다. 제목처럼 최근의 인터넷 트렌드나 블록체인, 암호화폐, NFT 등의 최신 기술분야에서 구글이 마치 ‘패싱’당하는 듯한 모양새란 뜻이다. 패싱을 당하기보단, 구글 스스로가 이런 최근의 기슬 트렌드에 소극적이란 편이 옳다.
‘블룸버그’의 표현처럼 최근 구글의 모습은 ‘기존 기술’에 머물러있는 듯 보인다. 그 동안 구글은 인터넷 기반의 기술과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VR 고글, AR 안경, 채팅 봇, 소셜 네트워크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 ‘기술 혁신’이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며 실천해왔다. 그러나 이 매체의 평가처럼 최근 인터넷의 미래는 암호화폐 토큰과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구축된 서비스의 포괄적 용어인 ‘웹3’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웹3’ 분야에서 알파벳사의 구글이 눈에 띄게 조용하다”는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마크 베르겐의 표현이다.
이에 따르면 구글은 메타플랫폼(페이스북)처럼 암호화폐 사업부나 트위터 같은 블록체인에 대한 ‘집착’이 없다. 자사가 운영하는 각종 광고 구매 프로그램이나, 결제 서비스, 앱 스토어 등에서도 암호화폐를 받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구글은 여러 분야의 광고에서 암호화폐 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열풍이 일고 있는 NFT도 외면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암호화폐로 재미를 보았지만, 소유하지는 않았다”고 미묘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러나 구글의 여러 전․현직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암호화폐나 NFT 등에 손을 댔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셔 구글은 여전히 ‘웹3’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구글 대변인은 “본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코인베이스, 비트페이, 제미니 등과 협력해 공인된 화폐로서 거래하는 암호화폐 카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힐 뿐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구글이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는 있다”며 나름의 분석을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따르면 우선 웹3 예찬자들은 이 기술을 많은 참여자들에 의해 통제되는 ‘분권화된’ 기술로 보고 있다. 이는 (중앙집중적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비즈니스 모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반면에 웹3 지지자들은 블록체인을 현재의 빅테크 중심의 인터넷 기술보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웹3 기반의 각종 프로그램이나, 검색 엔진, 미디어 등 새로운 실리콘 밸리의 비전들은 결정적으로 광고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글의 주요 사업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구글이 암호화폐를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이미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암호화폐를 도입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 블록체인 기업인 대퍼랩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역시 동종 기업들인 하데라, 블락원 등과의 계약도 체결했다. 웹3의 컴퓨팅 수요 증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선두를 치고 나가기보단, 관망하며 ‘타이밍’을 노리는 신중 모드일까. 이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전임자들에 비해 신중한 경영 스타일을 가진 CEO 피차이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블룸버그’는 원인을 찾고 있다. 즉 “그것은 이 회사가 그저 소극적인 자세로만 신기술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구글 마케터 출신이자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팰컨X’의 부사장인 쿠샤그라 슈리바스타바의 말을 인용했다. 슈리바스타바는 “구글은 이미 (새로운 기술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전하는 이런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구글은 신기술 트렌드를 외면한다기보단,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신중모드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나름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기술과 신산업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구글) 알파벳의 주요 투자 기관인 GV와 캐피털G는 이미 ‘웹3’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해당 투자펀드들은 구글이 현재까지 신중모드로 외면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기술 분야의 기업들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슈리바스타바는 “신기술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이 증가하는 동안 이 회사는 ‘웹3’를 겨냥한 ‘계산된 베팅’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그러면 구글은 장차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구글에 몸담았던 전직 직원들은 이같은 구글의 신중모드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가하고 있다. 이미 구글은 미 의회와 연방정부를 상대로 각종 규제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신기술 트렌드를 성급하게 주도하기보단, 예의 주시하며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