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2점 경매 계기, “민간업체 NFT로 전환 계획”
물리적 원본 못지않은 ‘디지털 진본’ 장사…원본의 무한증식으로 큰 수입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국보 2점이 곧 경매시장에 올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한 블록체인 관련 업체가 이를 NFT로 전환한 후 역시 경매시장에 내놓는다. 이를 계기로 새삼 NFT의 거래방식과 저작권 문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NFT 거래는 오픈씨가 대표적이다. 이번 국보 2점의 NFT도 경매시장까지 가는 과정에서 오픈씨의 거래방식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NFT시장 거래의 일종의 교과서와도 같은 방식들이다. 즉 고정가격거래(Fixed-price listings), 일반경매방식(Highestꠓbid auctions), 가격하락거래(Declining-price listings)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거래한다. 거래수수료는 판매대금의 2.5%가 자동으로 공제된다. “오픈씨의 월 거래액은 지난 8월 34.3억달러를 기록하였기 때문에, 8월 한달간 오픈씨는 약 0.9 억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수취하였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NFT창작자는 거래소가 아닌 창작자에게 지급되는 추가 로열티를 설정할 수 있다. 통상 판매자는 총 10%의 수수료를 거래소와 창작자에게 지급한다. 유진투자증권의 노경탁 선임연구위원은 “NFT는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특징 때문에, 작품의 1차 판매 수익 외에도 2차 시장에서 거래가 될 때에도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런 거래방식으로 유지되는 NFT시장은 오픈씨 외에도 국내외에 걸쳐 다양한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한다. 누구나 NFT를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오픈씨 외에도, 라리블(Rarible), 민터블(Mintable), 사전 심사가 필요한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그리고 삼성전자 투자전문회사인 삼성넥스트가 만든 슈퍼레어(SuperRare), 그리고 메이커스플레이스(MakersPlace), 노운오리진(KnownOrigin), 가상자산거래소가 만든 NFT 플랫폼인 바이낸스(Binance), 크립토닷컴(Crypto.com)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작권이다.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작품은 모두 국보여서 특히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민간업체가 이를 NFT로 전환할 경우여서 더욱 저작권의 향방이 중요해진다.
이런 경우 1차 저작권과 2차 저작물로서의 권리 등의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어떤 미술 작품을 NFT로 전환, 배타적 소유권을 지닐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NFT 소유자는 일단 소유권을 가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를 사용하여 또 다른 창작행위나 영업행위를 했을 경우가 문제다.
이론상으로는 이 경우 미술품의 원 저작자에게 저작권료 즉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사전에 허락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직 이에 관한 확실한 관행이나 선례가 없다시피 한 상태다. 전문가들 중엔 “만약 앞으로 NFT 소유권자가 일종의 2차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소유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는 분명 법적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대학 컴퓨터공학과 A모 교수는 “개인적으론 NFT 소유가 아닌, 이용의 단계에선 분명 2차저작물 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게 맞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등장하지 않아서,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허청도 최근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허청은 지난 달 “특허권, 상표권 등에 대체불가능토큰(이하 ‘NFT’)을 적용하여 지식재산 거래를 활성화하거나, 발명·창작 과정이 담긴 연구노트 등에 대체불가능토큰을 부여함으로써 발명 이력 등의 고유성을 증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식재산 제도에 NFT를 도입해, 특허나 상표 대상에 대한 원본으로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특허나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제도에 의한 보호를 받는 기술이나 제품, 물질을 NFT로 전환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특허청은 이미 이와 비슷한 보조 수단을 적용해온 바 있다. 이미 지식재산 제도에 NFT와 흡사한 특성을 적용해왔다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시행해온 ‘영업비밀 원본증명서비스’ 역시 배타적이면서 불가역적인 원본으로서 가치를 보증하는 수단이긴 마찬가지다.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에 관한 자료가 고유한 정보임을 전자적으로 인증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영업비밀이 담긴 전자문서에서 추출한 고유의 식별값을 등록함으로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업비밀의 보유 사실이나, 보유 시점을 증명할 수 있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특허청은 또 “메타버스에서 NFT를 활용하여 생성되는 각종 상표, 디자인,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규정도 새로 정비하겠다”고 밝혀 이른바 ‘메타버스 지적재산권’에 관한 제도적 장치도 처음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NFT와 우리나라 지식재산 정책의 융합을 위해, 지식재산의 시각에서 NFT를 바라보는 논의의 첫걸음을 1월부터 내딛는다“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NFT의 저작권 문제는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언론 매체들이 자사의 역대 보도 내용이나 사진을 NFT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디지털 진본’ 내지 ‘원본’으로서 가치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화제가 된 AP통신이다. 이 회사는 자사의 오랜된 방대한 사진 기사를 NFT로 전환, 판매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했다. 그 중엔 베트남전에서 폭격을 피해 벌거벗은채 울부짖으며 달리는 소녀의 사진이나, 6.25 당시 폭파된 대동강 철교 등과 같은 역사적 장면도 담겨있다. 이는 물론 일반인이 복제할 수는 있으나, 일종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이 밖에 ‘뉴욕타임즈’나 CNN, 로이터 등도 자사의 기사나 사진을 NFT로 전환해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열었다. 이는 이들 언론사의 또 다른 유력한 돈벌이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NFT에 의한 기술복제를 통해 원본을 무한 증식시키는 방식의 마케팅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번 국보 2점에 대한 경매와 NFT전환 역시 그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