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인자동차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물론 “처음 자동차를 발명했을 때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는 언론인 마틴 울프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한 자동차가, ‘소프트웨어(SW)’에 의한 자동차로 환골탈태하는 상황은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아예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상식과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자동차를 발명한 사실 못지않은,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그렇게 펼쳐지고 있다.

이젠 ‘바퀴달린 SW’가 자동차의 새로운 이름이다. 지난 8일 끝난 ‘CES 2022’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행사에선 빅테크와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온갖 종류의 콘셉트카와 미래형 자동차를 선보였다. 특히 아마존과 구글, MS, 애플은 자기들만의 첨단 ICT기술과 자동차를 접목시킨 ‘iCar(아이카)’를 디밀었다. 미래 자동차시장의 패권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 탓에 어색한 동거 상태인 완성차업계와는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는게 요즘이다.

하긴 완성차업계들도 나름의 기득권을 지키느라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크라이슬러부터 제너럴 모터스,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이 온갖 기교를 더한 미래형 콘셉트카와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들 역시 운전자 없이 첨단 SW만 작동하는 ‘바퀴달린 SW’에 매달리고 있다. 그 와중에 온갖 육도삼략과 적과의 동침이 난무한다. 아마존은 크라이슬러 제조사인 스텔란티스 NV와 손을 잡고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목을 매고 있다. BMW와도 힘을 합쳐 고해상도 아마존 파이어 TV를 탑재한 모델도 만들어냈다. 구글도 질세라 자신의 가상비서 기술과 차량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중이다.

이들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의 카플레이, 알렉사 오토와 같은 ‘SW의 힘’으로 미래자동차를 견인하고 있다. 애플 카플레이는 그 중 독보적이다. 아이폰의 지능형 개인비서 ‘시리(Siri)’를 활용해 차 안에서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확인하고, 음악을 즐기며 다양한 앱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사의 중형 세단 쏘나타에 애플 카플레이를 적용하며, iCar 행렬에 뛰어든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안드로이드 오토도 널리 쓰이고 있다. 안드로이드 어시스턴트(Android Assistant)를 통해 명령어를 입력하는 ‘일급 비서’ 기능을 부여했다. 이 모두가 SW와 자동차를 결합한 변신의 끝판왕들이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오락과 쾌락을 위한 도구이자, 비서를 둔 호화로운 삶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자제어장치와 인터넷을 연결해 인간의 간섭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무인자동차로 동선을 넓혀가고 있다. 이 모든 편의와 기능을 아우른 커넥티비티 차량의 완성형도 곧 등장할 판이다. 이런 다이어그램의 주역이라고 할 빅테크는 이제 ‘모바일 기업’이니, ‘IT 업체’니 하는 명찰을 뗀지 오래다. 오로지 iCar에 올인하면서, ‘디트로이트’로 상징되는 내연기관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완성차업계가 만든 자동차 안에 자신의 브랜드를 그냥 밀어넣지 않는다. 그 보단 자동차의 ‘뇌’를 이식하고, SW라는 유전자를 생성하여 투입하고 있다. ‘트로이의 목마’와 닮았다고 할까. 결국은 앞으로 펼쳐질 모빌리티 세상은 그들이 주도할 심산이다. 일백 수 십 년 전엔 자동차와 기차 때문에 말(馬)과 마부가 종적을 감추었다. 이제 와선 ‘자동차’가 없어질 차례다. 대신에 ‘바퀴달린 SW’의 시대가 멀지않아 전개될 조짐이다. 그렇다면 정작 자동차의 발명보다 더 혁명적인 것은, 자동차가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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