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전해질 소재, 기존 리튬이온전지 단점 해결
안정성, 용량 등 문제 해결, "최대 주행거리 800km 가능"
[애플경제 진석원 기자] 앞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안정성과 함께 내연기관차 수준의 주행거리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특히 핵심 부품인 전기차용 전지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가운데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 받는 전고체 전지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주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3일, 미국 조지아공대(Georgia Tech)의 공동연구를 통해 고성능 전고체 리튬메탈 전지(all-solid state Li-metal battery)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고체 전지는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휘발성이 높은 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 위험과 자동차의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미래 기술이다. 또한 기존 리튬이온전지(LI-ion battery)에 비해 에너지 성능이 월등하여 기존 전기차의 주행거리 문제와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 기술’로 불렸다.
현재 전기차나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한다. 때문에 고질적으로 안전 문제가 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다 보니 온도 변화로 인한 전지의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전지 손상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부품이나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전지는 구조적으로 단단하여 안정적이고,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전기차가 확실한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전지의 용량을 늘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현재 전기차 이용자들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턱없이 짧은 주행거리를 가장 큰 불만족 사례로 꼽는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 장치들을 줄이고 그만큼 전지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울 수 있다. 전고체 전지로 전기차 전지 모듈이나 팩 등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 부품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피당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어 용량을 늘려야 하는 전기차 배터리로 최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개발된 전고체 리튬메탈전지는 엘라스토머 전해질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고체전해질을 소재로 했다. 상온에서 리튬(Li) 이온의 전도도가 탁월하고 신축성이 뛰어난 고무형태의 엘라스토머 전해질을 전지에 적용한 결과, 410Wh/kg의 세계 최고 성능을 보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한번 충전으로 80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구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500km수준이다.
고체 전해질은 크게 고분자 기반, 산화물 기반, 황화물 기반의 전해질로 나뉘는데, 현재 황화물 기반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가 되고 있으나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고분자 기반 고체전해질은 원료가 매우 싸고, 저온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가볍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상온에서 낮은 이온전도도를 가지는 문제점과 충전 시 안정성이 떨어진다.
전지의 소재인 엘라스토머 고분자 고체전해질은 고무처럼 신축성이 뛰어난 엘라스토머 안에 리튬 이온전도도가 매우 높은 플라스틱 결정물질을 3차원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는 기존 폴리에틸렌옥사이드(PEO) 기반의 고분자 전해질에 비해 100배 높은 이온전도도를 가진다. 또 고무처럼 신축성이 뛰어난 전해질은 전기를 충전하거나 방전할 때 안정성에 큰 문제가 되는 리튬 덴드라이트(dendrite)의 성장을 억제하여 안정성이 높다.
리튬 덴드라이트는 이온 전지를 사용할 때 생기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이다. 리튬 덴드라이트가 일어나면 내부 전기저항이 급격하게 올라가 열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화재의 주 원인이 된다. 개발된 고분자 전해질은 얇은 리튬금속 음극과 니켈 리치 양극(NCM-Ni83)으로 구성된 전고체전지에서 4.5V 이상의 고전압에서도 안정적인 구동을 보였으며, 410Wh/kg 이상의 세계 최고의 에너지밀도를 보였다.
한편 KAIST 김범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미래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 성능 전고체전지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엘라스토머 전해질이라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류의 고체전해질을 개발해 소재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ˮ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공대 이승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엘라스토머 전해질은 기존의 고체전해질이 가진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제조 공정이 매우 간단해, 전고체전지의 전해질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ˮ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