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휴먼 빠르게 ‘실용화’, 마케팅, 치안, 방역, 의료, 교육 등으로 확장
3D스캔과 스컬핑, AI기술 접목, ‘셀럽’ 급의 다양한 디지털 휴먼 양산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디지털 휴먼(가상인간, ‘버추얼 휴먼’)이 멀지않아 생물학적 육체를 지닌 인간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지 오래다. 디지털휴먼을 제작하는 기법이나 분신 로봇 등의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LG전자 김래아나, 삼성전자 네온, SK텔레콤의 ‘점프 AR’ 등 디지털휴먼을 활용한 기업 홍보나 마케팅, 고객들과의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은 국내에서도 일상화되고 있다. 이들은 실물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더욱 호소력 있는 소구력으로 상품을 홍보하거나, 고객안내 서비스를 진행하고, 뉴스를 읽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나’를 대신해서 자신의 일상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아바타’에 비유할 만한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팬데믹 시대엔 이를 통해 밀폐ㆍ밀집ㆍ밀접이라는 ‘3밀’을 회피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80% 정도 줄일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실제 사람의 신체 구조나 움직임을 3D로 스캔하거나,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다듬는 ‘스컬핑’ 방법으로 윤곽을 만든 다음 AI로 이를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게 대부분이다. 자연어 처리·컴퓨터 비전·음성인식·음성합성 등 AI 기술을 접목하여 AI에 기반한 실물과 똑같은 캐릭터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그래픽 처리로 가상공간의 3차원 모델을 만드는 ‘3D 모델링’이나, 입체감을 주기 위한 골조를 만드는 ‘리깅’, 그리고 동작하는 모습을 그리는 ‘애니메이션’ 기법 등이 동원된다. 이를 통해 표정이나 감정 표현, 말투나 언어습관이 사람과 흡사한 ‘3D 가상 인간’으로서 ‘가상 인간’, 혹은 ‘AI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산업동향 분석기관인 IRS글로벌은 “‘디지털 휴먼’ 기술은 사람의 신체 구조 및 움직임을 데이터화하여 분석하고, 가상 공간에서 마치 실재하는 사람처럼 움직임을 재현하는 기술”이라며 “최근엔 눈동자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 걸음걸이 등이 실제 인간과 혼동할 만큼 정교한 기술로 발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는 주로 제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스위치 부품 등 전장부품을 제조하는 현장에서 안전하고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데 디지털 휴먼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사람의 손에 적외선 반사 마커를 붙여 스위치를 조작하는 모습을 미리 계측하고, 스위치를 사용하여 조작하는 손 모델을 디지털 휴먼 기술을 통해 컴퓨터상에 재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리 스위치의 조작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실제 작업에서 초래될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제품의 사전 테스트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창틀을 모방한 설비를 만들고, 문을 열고 내리는 사람의 동작을 모션 캡처를 통해 미리 스캔하는 방식이다. 실제 일본의 한 자동차 기업은 컴퓨터상에 재현된 디지털 휴먼이 미묘하게 각도를 바꿔가면서 200회 이상의 승차 테스트를 하도록 했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동차 문의 조작성이나 승하차감을 향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분야에서도다양한 연령층 및 체형의 디지털 휴먼을 통해 미리 완성될 경우의 공간이나 시설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최근엔 또 메타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디지털 휴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연예나 각종 문화기획, 유통과 금융, 교육, 스포츠 등을 망라하며 이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네온, LG전자 김래아 등 디지털 휴먼은 이미 인플루언서 경지에 올라있다. 이들은 자사 상품을 홍보하거나, 고객 응대를 하는 등 여느 안내사원이나 영업사원 못지않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스타급’ 혹은 셀럽 수준의 디지털 휴먼이 널리 알려져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이피 소프트가 개발한 ‘아멜리아’가 있다. 이는 기존의 챗봇을 대체한 ‘보이스봇’에 각까운 것으로 고객 서비스나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멜리아’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인간과 흡사한 ‘뇌’ 때문이다. 즉 특정한 사건이나 사안에 대한 기억력은 물론, 일련의 사건 흐름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그 행간의 의미를 읽을 줄 안다. 나아가서 그에 대한 감정까지 풍부하게 표출해냄으로로써 그야말로 ‘만들어진 인류’에 한 발 다가간 케이스라는 평가다.
그 못지않고 국내 게임업계에선 이미 메타버스와 결합한 다양한 디지털 휴먼을 자사의 홍보 수단으로 적극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넷마블이 선보인 디지털 휴먼 ‘리나’는 싸이의 음악에 맞춰 다른 게임 캐릭터들과 춤을 추며 자사 홍보에 나서면서 이미 가상공간의 인플루언서로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또 다른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새해 벽두 디지털 휴먼 ‘한유아’를 선보였다. 이는 이 회사의 VR 게임의 주인공으로서, 실제 인간처럼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한편, 별도로 음원을 제작하는 등 가수로 나선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 유니티코리아가 내세워 시중의 화제가 되었던 ‘수아’는 가장 인상깊었던 디지털 휴먼으로 남아있다. 그 후 넵튠이 ‘수아’의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이는 디지털 공간의 유명인사라고 할 ‘VR 셀럽’의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는 자연스러운 그래픽 기술이 가해지고, 당시 유니티코리아의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캐릭터다. 직접 손으로 일일이 그려서 만드는 스컬핑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피부나 표정 등에서도 정교한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AI, 클라우드, CG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엔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면서 “시중에선 이미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나, IP소프트의 ‘디지털 인간 개발 도구’ 등이 널리 실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보니 마케팅이나 기업 경영 뿐 아니라, 팬데믹 와중의 방역이나, 치안과 의료 등 공적 목적을 위한 디지털 휴먼도 장차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는 AI(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완전 자율형 디지털 휴먼 ‘SAM’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AI를 탑재하고 있어, 실제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다. 특히 SAM을 디지털 경찰관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긴급 신고 접수나 응대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또 의료 분야에도 투입되어 의사 역할도 하면서, 환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진료도 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일본에선 직접 사람이 옷을 입어볼 필요없이 CG를 통한 재현과 AI를 조합한 버추얼 휴먼이 차츰 실요화되고 있다. 이는 일손 부족을 덜기도 하고, 무인 점포 등 비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산업 현장에서 비접촉을 실현하는 기술인 분신 로봇 등도 눈길을 끈다. 해외에선 사무실에서 열리는 회의에 자신을 대신한 분신 로봇을 대신 참가시키는 등 원격근무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또 감염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 대신 분신 로봇이 입소자와 상담하는 등 감염의 위험을 방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디지털 휴먼 기술 및 분신 로봇, 산업용 로봇과 같은 ‘비접촉’ 테크놀로지는 코로나 시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매우 요긴한 기술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를 위한 ICT기술도 날로 발달하면서, 이른바 ‘제2의 인류를 창조’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