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비메모리의 2배, 각종 ICT기술과 통신, 자동차 등에 ‘필수’
개발과 설계, 생산, 조립 등 ‘분업화’…TSMC와 삼성전자, 쫓고 쫓기는 형국

사진은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사진=삼성전자)
사진은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사진=삼성전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앞으로 10여 년 후 세계 첨단산업을 둔 경쟁에서 승패를 가를 가장 핵심적 요소를 꼽는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당연히 반도체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미래 반도체 시장의 최후 승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는 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잘 알려져있듯이 메모리 반도체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쓰인다면,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는 CPU, GPU 등의 데이터 해석과 명령, 실행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실행하는 핵심요소다. 이는 사람 명령에 따라 컴퓨팅 기기 작동을 조절하거나, 스마트폰 등 고도의 IT 기기를 운영케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다보니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특히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아직은 미약하지만 인텔도 이들 양강 체제에 끼어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물론 R&D(칩리스)와 설계(팹리스)를 망라한 반도체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미국의 전세계의 60%를 차지한다. 그러나 생산, 조립과 테스트 단계의 파운드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TSMC가 60%, 삼성전자가 17% 정도다. 그렇다보니 2022년에도 두 기업의 경쟁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새해 벽두 TSMC가 “2022년 순수익이 전체 반도체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25~29%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400억∼440억달러(한화 약 47조5000억∼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할 계획”임을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47%나 늘어난 수치다. TSMC는 또 “그 중 70~80%를 초미세 공정인 2·3·5·7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행보에서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초조감도 다분히 읽힌다.

이에 질세라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올해는 15조원 안팎,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따라잡고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얘기다. 더욱이 올해는 TSMC보다 6개월 먼저 3나노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2025년에는 2나노 반도체 생산에 나설 계획임을 공개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은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21세기 첨단산업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활용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ICT 기술과 제품의 필수 요소임은 물론, 자율주행차를 지향하는 미래차에선 더욱이 없어선 안 될 소재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이는 창문 자동 개폐나, 전방 자동 탐지, 각종 측정과 인지 기능 등에 꼭 필요한 소재다. 자동차 주요 부분에 내장돼 최적의 운영 조건을 유지하고 관리해 줌으로써,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한다. 그런 중요한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TSMC나 삼성전자가 최근엔 주로 비대면 기술을 위한 IT용으로 생산, 출시하고 있어 물량이 딸리게 된 것이다.

그 바람에 1년 여 전부터 세계적인 반도체난으로 인해 폭스바겐, GM포드, 현대기아차, 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부족으로 걸핏하면 생산을 중단하거나 차질을 빚기 일쑤다. 지금과 같은 반도체난은 다른 복합적 요인도 있지만, TSMC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조정장치 등을 위한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하면서 정작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부족사태가 빚어진 것이란 해석이 가장 유력하다. 즉,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원격을 위한 IT기술용 생산에 치우친 결과다. 이에 생산을 잠시 중단한 자동차업체들은 일단 대만 TSMC에게 긴급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스템 반도체 공급의 독점 구조는 국제경제 지형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촉발된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 TSMC는 미국의 요구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시스템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 것도 대표적 케이스다. TSMC는 미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중 물량 공급을 중단할 것을 압박하자 이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공급선이 끊기면서 화웨이의 타격도 컸다. 세계 정상급 도약을 노리던 화웨이는 이로 인해 고도의 기능과 고품질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생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삼성전자나 애플 등과 같은 막강한 글로벌 생산업체에 대한 추격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사태는 특히 시스템 반도체의 분업화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개발 단계의 칩리스, 설계와 생산을 연결하는 팹리스,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그리고 조립과 후가공을 단계의 OSAT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 개발과 설계 분야는 미국이 단연 압도적이다. 애플이나 인텔, 앤비디아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기업은 세계 정상급의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발주에 따라 TSMC로 대표되는 파운드리 기업들이 생산을 담단한다.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공정이 분화된 이유는 표준화 여부다. 즉 균일한 특성과 표준 으로 범용의 성격의 띠는 메모리 반도체는 그 자체로 획일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각종 ICT제품이나 통신, 자동차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특성과 품질이 요구되는 시스템 반도체는 다품종소량 생산 내지 맞춤형 주문생산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 경제로 전환된다는 특징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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