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자율?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이용자들 "입법 통해서 반드시 공정성, 투명성 보장돼야"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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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경제 진석원 기자]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제재가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회사들의 조작 논란과 과한 과금 유도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강화되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사면 가치별로 정해진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하는 시스템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이 도박과 다름없는 사행성을 띄게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투입되는 금액이 많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단순히 게임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특히 작년에는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커졌다. 이용자들은 "게임사가 수익만을 쫒고 고객을 기만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일부는 주요 게임사 본사를 찾아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여부를 감시하고 아이템 구매 화면에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등 자율 규제가 강화됐다. 또 국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에 대한 불신과 함께 아예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도 다시 일부 게임업계의 불공정한 행태가 사회적 비난을 사고 있다. 게임업계에 의해 일부 확률이 공개되자 더 큰 반발이 일어났다. 인기가 많고 가치가 높은 아이템인 경우 획득 확률이 0%에 가깝게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디까지나 자율적 규제일 뿐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허점이 많았다. 게임사들은 확률 정보를 일부만 공개하고 확률 아이템 뽑기를 여러 단계로 나누는 등의 교묘한 방법으로 자율규제를 피해갔다. 유료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재료에 대해서만 확률을 공개하고 그 재료를 활용한 아이템 제조는 무료라는 이유로 확률을 비공개하는 방식이다.

애초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2005년 N사의 MMORPG게임, '메이플 스토리'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다른 게임사들도 잇따라 도입하였고,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P2W(Pay to Win) 방식이 국내 게임 산업의 주력 수익 모델로써 자리잡았다. P2W는 말그대로 이기기 위해선 돈을 내야하는 방식이다.

국내 대표 게임 3사의 게임들은 대부분 과금한 규모에 따라 이용자들을 VIP등급으로 나누거나 더 강한 아이템, 희귀한 아이템을 지급하며 차별화한다. 또한 업데이트를 통해 더 자극적이고 강한 신규 아이템을 출시한다. 더 높은 등급을 차지하고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현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금의 규모는 크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다. 결제 방식 또한 휴대폰, 구글 플레이 등을 통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큰 유혹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템들에게 마치 복권과 같이 확률을 부여하여 뽑도록 하는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 것이다. 아이템의 인기와 가치에 따라 그 확률은 천차만별이다. 어지간한 금액으로는 좋은 아이템을 뽑기 매우 힘들지만 극히 드문 확률로 좋은 아이템을 얻었을 경우의 쾌감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용자들은 과금을 하게 된다. 일정 금액 과금을 했음에도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그간 투자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보상심리와 오기를 자극하여 더 많은 과금을 하게 만든다.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확률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주로 '메이플 스토리'에서 분출되었다  '메이플 스토리'의 N사는 지난 해 2월 18일, 게임 공식 사이트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추가옵션은 아이템에게 추가적인 능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 옵션에 따라 아이템의 가격 변동이 매우 크다.

문제는 그동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추가옵션을 '무작위'로 부여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작위'란 네이버사전에 따르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동일한 확률로 발생하게 함."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용자들은 지금껏 동일한 확률이 아니었는데 무작위로 표기했던 것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결국 N사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작년 12월 자율규제 매뉴얼을 다시 한번 바꿨다. 기존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만 한정되었던 확률 정보 공개의 의무가 모든 유료 확률형 콘텐츠로 확대되었다. 아이템의 강화나 합성 등 모든 확률적인 콘텐츠에 대해 확률 정보를 공개하도록 바뀌었다. 또한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경우에도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은 게임사에 대한 불신으로 자율 규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자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제재는 대선 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번달 12일, 게임 관련 4대 정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장애인 의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다.

이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논란 해결을 위해 게임사는 모든 확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되고 별도로 이용자권익위원회를 설치하여 이용자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체재를 갖추게된다. 그러나 이 역시 표를 의식한 공약에 그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란 지적이다. 국회 입법 청원까지 한 바 있는 한 유명 게이머는 "관련 입법 움직임을 두고, 게임업계에선 이미 맹렬한 기세로 홍보와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이를 공정하게 공유하는 제도는 우리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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