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허청 협의회 “아직은 ‘자연인’이 발명인…”
AI 등에 의한 창작은 ‘컴퓨터 수행 발명품’으로 정의
“기술 발달에 따라 여전히 논란과 논의 진행 중”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AI와 메타버스 공간 등에 의한 지식재산의 법적 문제에 관한 논의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선 AI가 창작 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했는가에 따라 지식재산의 법적 기속력에 대한 판단도 달라진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가 그저 단순 보조 수준이었는가, 아니면 적어도 공동 창작 내지 심지어는 독립적으로 창작을 하기까지 했는가 등이 쟁점이다.
그래서 앞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손수정 연구원은 “이런 다양한 상황에 따라 지식재산 법적 논의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유형별로 그에 관한 적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예를 들어 단순보조의 경우는 AI가 창작의 도구로 활용된 것으로 기존 법제의 틀에서 접근 가능하다. 그러나 공동 작업 또는 독립 창작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AI가 과연 얼마나 주체성을 갖는지, 특허 성격은 어떠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다.
손 연구원은 이 대목과 관련해 “인공지능의 출현은 기존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공지능을 발명자 또는 저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지식재산권 침해했을 때 발생하는 책임소재와 구제 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등의 법적 이슈를 유발한 바 있다”면서 “인공지능 발명자 또는 저자 인정에 관한 문제, 인공지능 창작물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문제, 인공지능 창작물의 보호체계 구축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관한 또 다른 전문가들의 이론, 즉 AI, 아바타의 발명자, 창작자 자격 및 진화 등에 관한 새로운 주장들이 있어 주목된다. 이에 따르면 우선 AI는 발명가들에 주어진 재원의 범위나 역량을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수단이다. 또 발명가들의 발명 뿐 아니라 AI 스스로의 발명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단계에 맞춰 발명의 기준 등도 지속적으로 상향조정 필요하며,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통상의 기술자’라는 개념과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이른바 ‘통상의 기술자’다. 영어로 이는 ‘PHOSITA’ 즉 ‘the Person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의 약자로 표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선행 기술들을 모두 학습하여 활용할 수 있는 범용 AI 수준을 뜻하는 것이 ‘통상의 기계’다. 이는 ‘MOSITA’, 즉 ‘Machine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의 약자로 표시도니다. 양자는 서로 대체가 필요하며, 나아가선 “MOSITA(통상의 기계)는 PHOSITA(통상의 인간 기술자)‘ 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더 많은 선행기술을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PHOSITA’가 일반 기계공, 일반 설계자, 일반 연구원으로 진화했고, 마침내는 컴퓨팅 능력에 대한 R&D 투자가 높아지면서 사람과 기계 간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경우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통상의 기술자, 창작자, 발명자의 범위는 확대될 것이며, 관련한 법적 접근에 대한 공동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얻게 된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통상의 기술자’는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설계된 SAI(Specific Artificial Intelligence),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시스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업무를 수행하고 자가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로봇이나, 아바타의 인격권, 개발자의 저작권 인정 여부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14세기~20세기 그려진 초상화 정보를 로봇에 학습시켜, 창작알고리즘에 기반해 ‘벨라미 초상화’를 완성한 사례도 있다 또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 아이다(Ai-da)는 카메라와 로봇팔을 활용하여 미술 창작활동을 하며 2020년 첫 단독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는 앞서 예로 든 SAI나 AGI 수준에 근점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에게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가가 논의의 핵심이다.
그런 논의 끝에 마침내 현행 법체계를 벗어난 파격적 규정을 마련하는 특별입법의 형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영국에서 실제로 있었다. 즉 영국은 별도의 저작권법을 통해 ‘컴퓨터에 기인하는 어문, 연극, 음악 또는 미술 저작물의 경우 저작자는 그 저작물의 창작을 위하여 필요한 조정을 한 자로 본다’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AI발명도 이를 위해 기여한 ‘사람’을 권리자로 해석할 여지를 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도한 경우도 있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인도,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생성물을 보호하고, 중국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하고 특허 출원인은 그러한 발명자로부터 발명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은 자’로 명시하는 경우가 아직은 대부분”이라는 손 연구원의 결론이다.
한편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유럽5개국의 ‘국제 특허청 협의체(IP5)’는 일단 “발명가정신(inventorship)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AI 기술을 활용한 발명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AI를 이용하여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발명이며, 둘째는 인간이 문제(problem)를 정리하고, AI가 해법(solution)을 찾는 발명, 그리고 셋째는 AI에 의해 이루어지는 발명, 즉, 인간의 중재없이 AI에 의한 문제 정리 및 해법 탐구 능력이다. 이에 IP5 국가들은 모두 발명자를 ‘인간(a human being, a natural person)’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AI 관련 발명에 대해선 CII(computer-implemented inventions)으로 분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