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전 세계 불안 부채질”…서방세계 시각 대변한 분석 ‘눈길’
“반도체 칩 자체 생산, 그러나 핵심 기술․부품 외부에 절대적 의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중국은 ‘기술 자립’을 추구하며 전 세계의 불안을 부채질한다. 그러나 아직은 반도체 칩이나 기술면에선 서방 세계를 따라잡을 수 없어, 자칫 고립될 위험도 있다” 이는 최근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이 중국에 대해 갖는 시각이다. 그런 가운데 AP통신이 29일 “중국 당국이 자립체제를 갖추도록 자국 기업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며 서방세계의 시각을 대변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유력 언론의 분석인 만큼, 이는 서방세계가 중국에 대해 갖는 경계심, 그리고 그 반대의 경멸감 등 양가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AP는 기사 앞 부분에서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반도칩 ‘이티안 710’의 사진과 함께 “2021년 10월 1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바바 그룹 주최 연례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포럼, 압사라 콘퍼런스’에서 알리바바 사내 반도체 사업부 ‘티헤드’가 개발한 ARM 구조 서버 프로세서 이톈 710의 모습”이라고 설명을 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을 자립적인 '기술 초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집권 공산당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이 이전에 해왔던 그 어떤 사업과도 달리, 프로세서 칩을 직접 설계하는 까다롭고 값비싼 사업을 떠맡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문의 사진 설명에서 이미 기사 전체 내용을 가늠할 만한 핵심적 메시지를 내비친 것이다.
앞서 알리바바의 칩 브랜드 티헤드는 자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위해 지난 10월 세 번째 프로세서인 ‘이티안 710’을 공개한 바 있다. 아직은 “이 칩을 ‘외부’에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게 알리바바의 입장이다. 이처럼 칩을 자체 개발한 것 역시 중국 정부의 ‘기술자립’과자강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게임 및 소셜 미디어 대기업인 텐센트나,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 등, 그리고 다른 칩 개발업체들도 “중국의 부와 세계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컴퓨팅, 청정 에너지 및 기타 기술을 만들 것”이라며 수십억 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그 핵심이 되고 있는 프로세서 칩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의료기기, 가전제품 등을 망라하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부족은 세계 제조업체에 지장을 주고, 공급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서방세계 기술에 대한 의존을 종식시키기 위해 벌이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인 게 칩이다. “(만약 중국이 말 그대로 이 분야에서 기술자립에) 성공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혁신을 늦추고, 세계 무역을 방해하고,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업과 정치 지도자들은 경고한다”고 AP는 전했다. 그야말로 “중국은 '기술 자립'을 추구하며 전 세계의 불안을 부채질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AP는 “베이징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결국은 실망할 수 밖에 없을지 모른다”고 다소 비아냥섞인 표현을 하고 있다. “비록 (중국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공식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들과 기타 회사들이 세계 선진 부품과 기술 등 공급 업체들로부터 분리된다면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세계의 어떤 나라도 추구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AP는 이와 함께 “한 나라가 이 모든 것을 재건하고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컨설팅 기업 베인앤코(Bain & Co)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특히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최종 목표로 한 중국 당국의 일련의 조치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기술을 훔치고 있다고 불평하는 미국이나 유럽과 부딪히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AP는 특히 이 대목에서 이같은 중국의 ‘기술자립’이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즉 “세계가 양립할 수 없는 표준과 제품을 가진 (2개의) 시장으로 쪼개진다면 미국이나 유럽제 부품은 중국산 컴퓨터나 자동차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하나의 지배적인 글로벌 운영체제와 두 개의 네트워크 표준을 가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서로 다른 시장에 맞는 고유한 버전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발전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은 세계가 분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언급을 인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공장들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를 조립하지만 대만과 한국, 미국, 유럽 등의 부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칩을 3000억달러 이상 수입해 원유보다 많이 수입했다”는게 AP의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 최초의 글로벌 기술 브랜드인 화웨이 테크놀로지스가 2018년 백악관의 제재로 미국산 칩 등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실하자 비상이 걸렸다. 자칭 차세대 스마트폰의 선두주자를 목표로 했지만 그런 ‘야심’이 꺾여버린 것이다.
또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보안상 위험하며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도울 수도 있다고 비난했지만, 화웨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일단 화웨이를 비롯한 일부 중국 경쟁사들은 스마트폰용 최첨단 논리 칩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텔, 퀄컴, 한국의 삼성전자, 영국의 암(ARM)과 거의 필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에 있는 SMIC와 같은 주조 공장들은 애플과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기 위한 칩을 생산하는 선두 기업들에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즉 알리바바처럼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회사들도 결국은 부품을 위해 대만이나 다른 외국 기업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알리바바의 ‘이티엔 710’은 어떤 중국 내 기업들이 달성할 수 없는 정밀도를 요구한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외국의 생산업체 기술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실명을 밝히진 않고 있다. 그래서 제로 파워 인텔리전스 그룹의 산업 분석가 류춘톈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칩 기술에서 큰 격차를 겪고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하지만 매출 비중은 7.6%에 불과한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AP에 따르면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손톱 크기의 실리콘 조각에 포장하려면 1500개의 단계와, 미세한 정밀도, 그리고 소수의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가 보유한 ‘불가사의한 기술’이 필요하다. 초정밀 측정을 위한 캘리포니아의 KLA 사 등의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사용’ 기술로 지정되어 유출이 제한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반도체 전문가나 업계에선 “중국이 도구, 재료, 생산기술에서 국제 기준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정밀도와 효율성 면에서 세계 선두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필요한 최첨단의 기술이 도구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AP는 “그것들이 없다면 중국은 더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대만의) TSMC 말이 전력 질주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의 말은 멈춰 있다”는 앞서 베인앤코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런 상황을 전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들이 자사 칩 생산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미국 업체들은 이 회사에 칩을 판매할 수 있지만 차세대 5G 스마트폰에는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중국이 독일 로봇업체 쿠카 등 중요 자산을 사들이며 유럽의 기술 주도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외국인 투자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이티안 710'은 영국 암(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외국의 노하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그래서 “오랜 해외 공급사인 인텔, 암, 엔비디아,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절대 투자 규모에서도 중국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P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은 2014년부터 2030년까지 1500억달러를 들여 자국 칩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하는 액수에 못미치는 액수다. TSMC만 해도 향후 3년간 연구 및 제조에 10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중국은 TSMC를 비롯한 대만 생산업체 엔지니어들을 고용해 노하우를 전수받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은 아예 자국 내에서 (중국측의) 구인광고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나름의 기술자립을 모색하며, 국제사회와 분리된 자급체제를 갖추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국의 고립은 물론,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게 AP와 서방세계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