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인증 받아야 신고 가능, 신고 전 사업하면 등록 불가
반대로 ISMS 인증 전 ‘2개월 이상 사업 경력 요구’ 조항과 상호 충돌
전문가들 “신고하라는건지, 말라는 건지”…“조속한 개선 필요”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해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제도가 서로 충돌하며 모순되는 규정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래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로 등록하기 위해선 먼저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고, 정보보호인증체계(ISMS)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아예 사업체를 운영할 수조차 없다.
이처럼 가상자산거래소 신고를 위해서는 사전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사전에’라는 표현이다. 즉 사업자로서 신고가 수리되기 전에 가상자산 거래 등 사업을 하면 그 자체가 특금법 위반이 된다. 그런데 모순되게도 정작 ISMS 인증을 받기 위해선 그 전부터 2개월 이상 암호화폐 거래 등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앞뒤가 안 맞는 법규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최근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고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는 “이는 ISMS 인증이 서비스(사업) 과정에서 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인 만큼, 사업이 어느 정도는 진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 대해 조 변호사는 조목조목 비판섞인 지적을 가하고 있다. 즉 “가상자산사업자가 서비스를 하려면 신고를 먼저 해야 하는데, 신고를 위해서 ISMS 인증을 받으려면 서비스를 하고 있어야 한다. 누구도 신고할 수 없는 제도다”라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신고를 하기 위해 2개월 이상 사업을 한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게 할 경우 ‘사업을 하려면 신고를 먼저 해야’하는 규정을 어기는 셈이다. 결국 앞뒤가 안맞는 논리여서 애초 “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 이런 기발한 제도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니 이건 순전히 행정적인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개선되지 않은 채 시행되었다.”면서 실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즉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준비하던 한 업체는 아쉽게도 ISMS 인증 절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기한에 맞추어 신고를 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곧 ISMS 인증이 나오니 그때 다시 해야지 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특금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잠깐 사업도 중단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ISMS 인증을 받기 전 2개월 이상 사업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에 걸려 이번에는 ISMS 인증절차조차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모순된 법규들에 대해 당국은 “협의 중”이라는 말만을 반복할 뿐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척대고 영업을 할 수도 없다. 만약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렇잖아도 핵심적인 자격 요건인 ISMS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영세업체로선 만만찮은 일이다. 이를 획득하기 위해선 최소 1천만원 이상의 심사 수수료와 보안 솔루션 도입,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 자금 상황이 열악하고, 장시간의 심사 과정을 견딜만한 능력이 안 되는 영세 암호화폐 사업자들 중엔 그로 인해 등록을 포기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법규 자체가 이처럼 모순된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