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EU 뿐 아니라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도 도입 움직임
OECD, 디지털 과세 혁신 합의, “우리기업도 대책 필요” 주문
‘줌’ 등 테크 기업들 “불공평하며 기업 활동 위축” 반발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최근 미국과 EU는 물론,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디지털세를 도입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세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공통 과세 수단으로 보편화될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줌’과 같이 ‘코로나19’로 급속 성장한 테크 기업들 일각에선 이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미국 재무부도 최근 EU의 지원을 받아 세계 최저 법인세 계획을 발표했다. OECD 역시 디지털세의 제도화를 위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OECD는 디지털 경제의 더 나은 세금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과세를 혁신하기 위한 일련의 원칙에 합의하는 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 OECD는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진 글로벌 조세 계획을 마련해왔는데, 둘 다 이익을 내는 다국적 기업이나 글로벌 빅테크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긴 마찬가지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OECD 체계에선 일단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세계 최저 세율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국 정부가 다국적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낮은 세금을 제공하는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디지털 기반 업체들의 수입 증가가 예상되며, 이에 따른 각국 정부의 과세 조치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나 해외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도 해당 법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주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기술 거버넌스 서밋’에선 조쉬 칼머 ‘줌’사 임원이 디지털세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는 ‘줌’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디지털세에 대한 거부감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조쉬 칼머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조세 정책은 다자간이어야 하며 ‘채찍보다는 당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대유행에서 재택근무가 표준이 되면서 특히 수익이 폭증하며 사세가 신장한 기업이 ‘줌’이다. 이에 각국에서 향후 ‘줌’은 디지털 서비스세의 대표적인 표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한 위기감이나 불만이 이번 ‘서밋’에서 표출되었다는 해석이다.
이날 조쉬 칼머는 “물론 세계가 이토록 디지털화 되었는지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고 더 작은 혁신가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다자간 조세 정책에 대해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장이 취하고 있는 일방적인 (조세 정책적) 접근을 피하고 싶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디지털세를 논의하는 이번 회의는 세금 정책을 마치 (규제를 위한) ‘막대기’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는 불공평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세금 정책을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을 장려하는 방법, 혁신이나 특정 시장에 대한 물리적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디지털 서비스 세금은 최소 수익 기준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 혁신 기업에는 잠재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재고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세는 이제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필리핀 국회에서도 디지털세가 통과 직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무역진흥공사 필리핀 마닐라무역관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은 디지털 컨텐츠 송신 서비스나 E-커머스 플랫폼 등을 제공하는 IT기업에 세율 12%의 부가가치세(VAT)를 적용키로 했다. 물론 아직은 정식 발효된 사항이 아니며 향후 대통령 최종 승인이 필요하긴 하다.
만약 법안이 확정되면 구글이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쇼피, 라자다 등 필리핀 내 사업장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비거주(Nonresident) 외국법인의 디지털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VAT)가 부과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필리핀 상원에서 3차례 독회를 거쳐 통과된 후, 현재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넷플릭스 등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과세를 부과하는 법안인 ‘House Bill 6765’를 검토하였다. 법안이 발효될 경우, 표준 12% VAT 세율이 적용되고, 스트리밍 앱(OTT 플랫폼), 소셜 미디어 광고 등에 의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 등이 모두 부과 대상이 된다.
빅테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세는 이처럼 디지털 서비스가 보편화된 지구촌의 하나의 새로운 규범이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앞서 필리핀의 사례를 두고서도 무역진흥공사는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부과를 명확히 함으로써, 전통적 비즈니스와 디지털 비즈니스 간의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하고 경제 회복을 통해 필리핀 국가 재원을 새로운 곳에서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세계 각국도 마찬가지로 이런 명분과 취지를 내세워 디지털세를 앞다퉈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