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경제 박경만 기자]
원격업무니 재택근무니 하는 것들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렇다보니 기업들로선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하이브리드 세계에서 각자의 집과 사무실, 그들 사이의 모든 지점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본사나 조직 리소스에 접근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아무나’가 아니라, 각기 다른 접속권과 접근 자격을 갖춘 자를 식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안전한 네트워크를 위한 보안도 큰 숙제가 되었다. 그래서 등장하면서 ‘붐’을 이룬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시․공간 너머, 일종의 ‘유비쿼터스(Ubiquitous)’한 초월성을 특징으로 한다. 위치나 장치에 관계없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는게 장점이자 목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용도로 내놓은 윈도우 365도 그런 종류다. 사용자는 제조원이나 사양을 막론한, 범용의 효용을 만끽할 수 있다. 맥이나 아이패드, 리눅스 장치, 안드로이드를 포함한 모든 장치에서부터, 클라우드의 모든 개인화된 응용 프로그램, 도구, 데이터 및 설정을 스트리밍할 수 있다.
그 환경은 한 마디로 ‘인스턴트-온 부팅’이다. 어떤 장소나 상황, 즉 어떤 ‘인스턴스’에서도 클라우드 PC의 상태가 동일하게 작동(부팅)된다. 마치 한 장소나 공간에서 동일한 시간에 작업하는 것과 똑 같다. 멀리 떨어진 지방이나 외국에 출장 중인 영업사원도 본사 사무실 자신의 데스크톱에서와 똑같은 작업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 사용자는 앉은 자리에서 엔드포인트 분석 대시보드로 클라우드 PC 환경을 쉽게 식별하며, 자신의 업무 상태와 회사 전체의 워크플로우를 파악하고, 자신을 교정할 수 있다. 몸은 멀리 있어도, 조직 차원의 게이트 키핑 반경 안에 있는 셈이다.
그런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 기발한 발상만큼이나, 그 원리도 매우 복잡할 듯 하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공상과도 같은 허황된 상상소(素)가 그 재료가 되었다고 할까. “일터까지 안 가고, 그냥 아무데서나 일하면 안 될까” 따위의 희망사항들이 재료가 되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간절함’이 일종의 ‘밈’의 과정을 거쳐 현실화한 것이다. 가상의 디바이스와 SW들이 가상화된 환경에서 작동하게 했고, 물리적 서버나 워크로드와 흡사한 재연(再演)을 구사하게 했다. 그런 엉뚱한 상상의 나래가 희대의 기술혁신으로 진화한 것, 그게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인간화된 기술’이다. 애초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인간 소외의 공식을 경계한 각성에서 나온 것이다. 만약 컴퓨팅이라는 대상이 굳이 우리 앞에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야만 인식된다면 이는 문제다. 그것은 타자화된 나머지, ‘나’라는 인간과는 격리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어떤 ‘연관관계’로 맺어진다면 그야말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존재적, 실천적 만남이 이뤄진다고 하겠다. 그 대상이 또 다른 인간이든, 도구든 기술이든 마찬가지다. 그처럼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 HCI)을 시도한 것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간을 컴퓨터가 발생시키는 가상 현실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도구인 컴퓨팅이 배경으로 물러서서 보이지 않게 심어져있다. 연결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들이 모든 곳에 심어져, ‘눈 앞의 존재자’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이른바 ‘심는 기술’(Embedding Technology)이며, 실리콘 밸리의 마크 와이저 표현대로 하면 “조용한 기술”이다. 그렇게 조용하지만, 커다랗게 인간 삶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뜻하지 않게 안긴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