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의 난이도나, 건전성, 영업행위 등에서 은행․증권사보다 규제 적어
불완전판매, 불공정 거래, 내부자 거래, 시세 조종, 소비자 피해 등 우려
자본시장연구원,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제도권과 동일한 규제 필요”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없음.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없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빅테크에 비해 기존 은행 등 제도 금융권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어 양자 간의 규제 격차를 줄여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빅테크가 금융업 진출을 희망하는 경우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충실히 적용해야 한다.”면서 “ 다만 ICT 기술혁신으로 금융산업과 비금융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 금융업과 금융서비스의 업무 정의를 합리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또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지배력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탈적 가격 정책과 수직적 통합 전략에 대한 대응”과 함께 “빅테크에 대한 사후적 금융감독 방식이 아니라, 사전적 감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의 개선책을 주문했다. 연구원은 다만 “소규모 핀테크 회사들이 혁신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위험비례 원칙’을 적용하되, 금융규제 샌드박스나 ‘스몰-라이센스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의 이같은 주장은 빅테크는 진입의 난이도나, 건전성, 영업행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권 금융회사보다 규제가 훨씬 덜하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본래 빅테크(BigTech)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및 플랫폼 혁신에 기반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CT 회사를 뜻한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이 그런 기업들이며, 국내에선 네이버,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비교적 손쉽게 광고, 유통, 정보통신, 미디어, 운송, 여가, 교육 업종 등 다양한 분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해왔다.

연구원은 “빅테크들은 초기에는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으나, 날로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소규모 상인들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가파른 가격 인상으로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나 미 의회에선 이들에 대한 다양한 규제와 법적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 국회에서도 최근 국감 등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과 같은 플랫폼 위주의 빅테크에 대한 감시와 규제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나 중국의 빅테크들이 그렇듯이,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빅테크도 계열회사 등을 통해 지급결제, 송금, 예적금수신, 대출, 자산관리 등의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급결제와 은행 부문에서 단기간에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는 등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투자산업, 보험업 등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걸맞은 제도적 통제와 함께 제도 금융권과 동일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날로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연구원은 “국내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규제 격차를 진단하고 규제 격차에 따른 금융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빅테크에 대한 적절한 규율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진입 규제에서도 제도 금융권과 빅테크의 차이는 크고, 이에 따라 금융리스크가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ICT 회사들이 금융업을 영위하고자 할 때, 전통적인 금융회사보다 낮은 수준의 진입 규제를 적용해왔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한 법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은행업 진출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시중은행(1,000억원)의 1/4 수준인 250억원으로 낮추고,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한도를 34%(시중은행은 4%)까지 허용하기까지 했다. 또한 별도 특별법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여러 금융 관련법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금융업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않고도 금융회사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그리고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 등이 그런 사례다.

그 결과 빅테크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비용으로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빅테크의 지배력이 커지면 금융산업내 집중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효섭 연구원은 “ 예를 들어, 빅테크의 사업 초기에 낮은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이 커진 상황에서 급격하게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수신 금리를 낮추면 금융소비자들의 금전적 손실이 커지는 등 사회 전체의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테크들은 건전성 규제도 완화된 수준으로 적용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BIS비율, RBC비율, 순자본비율, 일정수준 이상의 유동성 순자산 보유의무 등 엄격한 자기자본 규제비율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제도금융권이 준수해야 할 바젤위원회의 엄격한 자본규제 요건이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도 빅테크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완화된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으며, 그저 신용정보법, 전자금융거래법 정도의 낮은 규율 대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이런 경우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기보다 신규 고객 확보에만 매달려, 부도 위험 등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면서 “특히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 발생시 빅테크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여 이용자 피해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도 빅테크에 대해선 한층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즉 은행 등 금융회사에 적용하는 이해상충 방지, 정보교류 차단, 투자권유, 불공정거래 금지, 자산운용, 공시, 보고·기록 의무 등의 엄격한 영업행위 규제가 빅테크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에게 공시 및 문서 보고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는 등 각종 영업행위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다.”면서 “그 결과 불완전판매, 불공정거래 위험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상품 중개업 라이센스도 없이, 온라인 배너광고로 유사 판매행위를 하거나, 중개수수료가 높은 고위험 금융상품을 권유하며, 내부자거래, 시세조종거래 등을 자행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키워드

#금융 #빅테크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