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경고, 시중의 ‘경기회복’ 기대와 다른 분석 ‘눈길’
중국(C)쇼크, 오일(O)쇼크, 변이(V)바이러스쇼크, 인플레이션(I)쇼크, 부채(D)조정 쇼크
‘중국 경기불안 대비, 유가 안정적 확보, 방역, 통화신용정책 유연한 정상화 필요’
최근 우리 경제도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점차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중국(C) 쇼크, 오일(O) 쇼크, 변이(V)바이러스 쇼크, 인플레이션(I) 쇼크, 부채(D) 조정 쇼크의 두문자를 딴 ‘COVID 쇼크’가 여러 리스크 요인 중에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걸림돌로 지적하며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COVID쇼크’ 제하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이러한 불안 요인의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았다.”며 나름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주 실장은 “한국 경제가 COVID 쇼크로 회복 경로를 이탈하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각각의 불안 요소에 맞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5가지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은, “중국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응하여 중국 시장의 대내외 불안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상황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또한 4차 오일쇼크에 대비하여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노력과 적극적인 가격 헷지 전략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경제 정상화를 위한 ’위드 코로나‘의 단계적 추진과 더불어,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한 효율적 방역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서민 체감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실물 경제 회복 수준에 부합되는 통화·신용 정책의 유연한 정상화 과정도 요구된다”며 급격한 부채 조정 쇼크에 대비할 것도 주문했다.
주 실장이 조목조목 제시한 이른바 ‘COVID 쇼크’의 내용은 다섯 가지다. 이는 대내외 악재들을 ‘코로나 바이러스’(COVID)에 비유한 표현이어서 이채를 띤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는 중국 쇼크(China shock)다. 최근 중국 경제는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이 동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8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5.3%로 7월의 6.4%보다 낮아졌고, 특히 소매판매 증가율은 7월 전년동월대비 8.5%에서 8월에 2.5%로 크게 하락하면서 내수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한 중국 주식시장은 1분기를 정점으로 약세로 전환되었고 CDS 프리미엄대외신인도역시 급격하게 악화 중이다. 이는 중국 내 근본적인 리스크라고 할기업부채, 그림자 금융, 부동산버블에다, 대외 경제 여건 악화와 외교적 갈등, 정책 실패,안정화 정책의 강도 조절 실패 등으로 경제 펀더멘틀의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중국 경제의 회복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주 실장은 “경제성장세는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경제 안정화 정책의 강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이 두 번째로 우려를 제기한 것은 오일 쇼크(Oil shock)다. 글로벌 시장 수요의 빠른 회복과 자원민족주에 따라 국제 유가 및 원자재가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와 연동성이 강한 원자재가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엔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세계 경제 회복 기조에 따른 수요량의 빠른 증가, 원유 생산량 동결에 따른 공급량 부족, 글로벌 유동성의 투기자금 유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는 그러나 2022년 이후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가격 안정세가 예상될 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다만 이번 4분기부터 내년 1분기에 겨울철 난방 수요가 가세하면서 이 기간 중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연구원은 “이후에는 공급량이 어느 정도 수요 증가에 대응하면서 수급 불일치가 해소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단, 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에, 중동 지역에 사소한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세 번째는 변이 바이러스 쇼크(Variant of COVID-19 shock)다. 이미 국내 경제는 3분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방역 상황 악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크게 약화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 증가율은 6월 전월비 1.4%에서 7월엔 0.5% 감소되었다. 8월에도 0.8%의 감소세를 기록하였다. 또한 전산업 생산 증가율도 6월 전월비 1.6%에서 7월0.6% 감소, 8월0.2%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연구원은 “그럼에도 향후 백신 접종 등으로 실물 경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단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의 3차 대유행의 경우처럼, 계절적 요인으로 올해 말부터 대규모의 5차 대유행이 시작될 경우 경제가 다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네 번째가 인플레이션 쇼크(Inflation shock)다. 이미 “풍부한 유동성, 수입 물가 상승, 시장 수요 회복 등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만연하고 있다”고 분석한 연구원은 “실제로 선진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20년 전년동월대비 월평균 0.4%에서 최근 2%대로 상승하였으며, 신흥시장도 2020년 월평균 2.0%에서 4%대로 급등하였다.”고 전했다. 또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020년 연간 0.5%에서 올해 4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경기 친화적 경제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수입 물가의 상승, 실물 경제 회복에 따른 시장 수요 증가 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연구원은 “향후에도 수입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의 랠리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수입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부채 조정 쇼크(Debt restructuring shock)다. 최근 높은 민간 부채가 경제적 버블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로 정책 당국의 부채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BIS 통계 기준으로 2021년 1분기 현재 민간신용 규모는 GDP의 두 배가 넘는 수준총 민간신용/GDP 비율 216.2%, 가계신용/GDP 비율 104.9%, 기업신용/GDP 비율 111.2%으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과도한 부채의 조정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면서 최근 정책 당국은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을 통해 민간 부채 조정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연구원은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보다는 금융당국의 미시적 대출 억제 정책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단, 여전히 실물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부채 조정이 경제에 충격을 유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