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경제 현실 반영, 관객 사로잡은 문화 수출품일 뿐”
“취업난, 저출산, 극심한 불평등 구조의 ‘루저’들의 삶 반영”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현재 세계 83개국에서 넷플릭스 스트리밍 1위를 차지할 만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심각한 불평등과 쇠퇴의 기회를 이용함으로써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최근의 한국 문화 수출품일 뿐”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과, 2018년 아트하우스 히트작인 ‘버닝’ 등과 함께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을 다시 한번 여과없이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전후 호황을 누리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게 했다”면서 “그러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다.”고 돌이켰다. 진유영 한국 특파원이 작성한 이 기사는 또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과 이로 인한 부작용과 왜곡된 사회 현상 등을 짚어가며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를 재해석하고 있다.

신문은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 위기는 한국의 고도 성장 신화를 약화시켰고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싸우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독한 불평등 구조를 되짚었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을 위한 연구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 중에서 소득 불평등의 척도 중 하나인 지니계수가 11위(미국은 6위)”라면서 “그 과정에서 가계 부채가 증가했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부채가 경제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환기시켰다.

<뉴욕타임즈>는 또 “주택 가격이 치솟아 주택 가격이 정치적 화두가 되었다. 서울의 물가는 한국의 대통령 문재인 재임 기간 동안 50퍼센트 이상 치솟았고 정치적 스캔들로 이어졌다.”면서 ‘오징어 게임’은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삽화임을 강조했다. 즉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실제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과의 간극과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신문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신 모씨의 멘트를 인용해 ‘오징어 게임’과 한국경제와 사회의 모순을 전했다. “현재 27세인 신씨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느라 1년 이상을 보냈다”면서 ‘오징어 게임’은 값비싼 주택 공급과 부족한 일자리에 대한 한국사회의 우려와 절망을 전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등 각국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즈>는 다시 “요즘 20대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는 신씨의 말을 인용했다. 즉 한국도 출산율이 급감했는데, 이는 아이들을 키우는 대가가 너무 비싸다는 젊은 사람들의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기사에서 이 신문은 27세 신 모씨의 말을 인용, 한국 젊은이들의 절망적 인식을 소개했다. 신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모든 부모들은 그들의 아이들을 최고의 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동네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집을 사기 위해 충분한 돈을 저축해야 하지만, 이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나는 그것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극중에서 ‘오징어 게임’은 딸에게 생일선물을 사주거나 노모의 의료비를 대줄 수단이 없는 40대 도박 중독자 성기훈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날 그는 부유한 사람들의 오락을 위한 개인 행사인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456억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참가자들은 6번의 ‘전통 한국 어린이 게임’을 통과해야 한다. 실패는 죽음을 의미한다.

456명의 참가자들 중 한 명은 한국 최고 명문인 서울대학교 졸업생으로, 고객들의 자금을 잘못 취급한 혐의로 지명 수배 중이다. 또 오빠를 돌보고 어머니가 탈북하는 것을 도와야 하는 탈북자도 있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상사가 임금을 지불하기를 거부하는 이민 노동자이다.

이런 줄거리를 전한 <뉴욕타임즈>는 “이런 캐릭터들은 사회에서 발전할 기회를 보지 못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며 “국내에서 ‘흙수저’ 세대로 알려진 많은 사람들은 암호 화폐나 복권처럼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시장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오징어 게임’의 상금과 같이, 암호화폐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을 단 1초 만에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회사원 구 모씨의 말을 전했다. 전 고용주가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한 구씨는, “돈을 버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돈을 빨리 버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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