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경제 김기태 (주)인풍 상무이사 ]
최근 세계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옥외 SIGN은 기존의 전통적인 간판의 형태를 벗어나 디지털 사이니지의 형태로 바뀌는 추세이다. 특히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다양한 형태로의 변화와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도시의 야간 경관을 압도하고 있다. 과거 밤거리를 밝히던 네온사인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내부 단순조명 형태의 간판은 도시 미관에 역행한다는 명제 하에, 디지털 사이니지와 입체형 채널 사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사이니지의 대세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필연적 결과임은 분명해 보인다.
원어적 의미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는 이전의 간판(Sign)을 아날로그로 규정하고, 그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디지털을 포괄적으로 대치한 용어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OOH(Out Of Home) 환경에서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 즉 광고 동영상 전달용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또한 DID는 실내형으로 LCD 디스플레이, 옥외형으로 LED 전광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두가지 형태의 미디어로 구분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의 표면 발광 휘도 때문이다. 즉, 야간은 어느 형태든 크게 차이 없으나, 주간에 강렬한 직사광선이 내리 쬘 때 LCD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LED는 최대 9,000cd/㎡에 이르는 강력한 표면 발광 휘도를 유지하여 주간에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어 옥외형으로 주로 사용하게 된다.
과거의 간판을 대체하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즉시성과 효율성에 있다. 즉시성은 사용자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언제든지 표출 화면을 즉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고, 효율성은 이러한 작업의 수행 시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종래의 간판은 화면 교체를 위하여 화면 인쇄 및 제작, 철거 및 현장 시공, 현장에 따라 중장비의 도입 등 상당한 비용과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등의 많은 문제를 유발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 모든 절차가 생략되고 사용자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실시간 전송함으로써 원하는 화면을 즉각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도시는 아직도 종래의 간판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 이유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높은 가격에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품질의 척도는 해상도와 휘도, 그리고 내구성을 꼽는데 이 세가지 요인이 모두 가격에 비례한다. 즉, 좋은 물건은 비싸다는 단순 경제 논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특히 옥외 환경에서 규격이 대형화할 경우, 그 비용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간판은 최초 설치 시 가격이 디지털 사이니지에 비해 10~20배 이상 저렴하다. 그래서 사용자는 우선 먹기 좋은 곳감을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 기술의 진보는 이러한 격차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최초의 이진법에서 출발한 이 시대의 디지털 기술은 그 한계를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의 디지털 사이니지는 가격, 해상도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간판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도심 전체가 디지털 사이니지와 일체화가 되는 가까운 미래를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