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운영 중단, 세계 35억명 사용자들 소통 불능
페이스북 “결함 있는 구성 변경” 궁색한 해명에 의혹 증폭
전문가들 “실수 내지 고의에 의한 DNS오류 가능성” 짐작

사진은 개발자들을 위한 페이스북 블로그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개발자들을 위한 페이스북 블로그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10대 청소년 유해 콘텐츠나 마약 카르텔 조직의 홍보활동을 방치, 미의회의 조사와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페이스북이 4일 오후 갑자기 6시간 동안 먹통이 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날 페이스북 화면에선 ‘What’s on your mind?’라고 어리둥절해 하는 사용자들에게 ‘Something went wrong’이라는 답글이 떴다. 이날 6시간 동안 서버가 다운되면서 운영이 중단되어 전 세계 35억 명의 사용자들이 왓츠앱, 인스타그램, 메신저와 같은 소셜 미디어와 메시지 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나중에 페이스북은 “어떤 결함이 있는 구성 변경”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4일 저녁에 블로그에 올린 글에선 페이스북의 누가 왜 구성 변경을 실행했는지, 그것이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몇몇 페이스북 직원들은 “인터넷 트래픽이 시스템으로 전송되는 방식에 대한 내부적인 실수로 인해 중단사태가 생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이 전하는 이들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내부 통신 툴과 동일한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또 다른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오류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보안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내부자에 의한 의도하지 않은 실수일수도 있고, 고의에 의한 훼손이나 방해일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은 공식 블로그에서 “우리는 현재 이같은 (서버) 운영 중단의 근본 원인이 ‘잘못된 구성 변경’이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실수나 고의적인 사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스템을 조정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태라는 주장이다.

이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비자용 앱, 기업에게 판매하는 업무 도구, 내부 프로그램을 포함한 페이스북의 서비스 등이 미국 동부 표준시로 정오에 중단되었다가, 오후 5시 45분 경에야 겨우 접속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태도는 이번에도 또 지탄을 받을 만했다. 로이터 통신은 “운영이 중단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도 사용자들이 자사 앱에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설명이나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페이스북 웹페이지의 오류 메시지는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에 오류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웹 주소가 사용자를 목적지로 데려다 줄 수 있는데, 그 기능이 고장난 것이다. “이보다 앞서 클라우드 전문기업인 아카미 테크놀로지와 같은 기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여, 지난 7월에는 여러 웹사이트를 폐쇄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웹 모니터링 기업인 ‘다운디텍터’는 “이번 페이스북 운영 중단 사태는 다운디텍터가 추적한 모든 사고나 중단 사태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했다. 무려 35억명이 이로 인해 소통 불능에 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가 “회사가 편파적인 발언이나 혐오, 잘못된 정보 등을 단속하는 것엔 무관심하고, 그저 돈과 이익을 챙기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다”고 공식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후 며칠만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다. 가뜩이나 이미지에 먹칠을 당한 페이스북에 더욱 어려움을 안겨준 셈이다.

그 바람에 페이스북 주가는 5일 지난 11월 이후 하루 최대 하락폭인 4.9%나 떨어졌다. 그나마 시간외 거래에선 0.5퍼센트 가량 미미하게 오르긴 했지만, 엄청난 낙폭을 줄이진 못했다. 이는 트위터와 틱톡 등 경쟁 앱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반대로 월요일 기술주의 매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어난 현상이다.

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최고 기술책임자는 5일에야 비로소 트위터를 통해 마지못해 사과했다. 그는 “우리에게 의존하는 모든 중소기업, 가족, 개인에게 미안하다”며 “100%(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소셜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페이스북은 차문을 걸어 잠그고 세워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먹통이 되면서 같은 날 트위터는 북새통을 이뤄 대조를 보였다. 트위터는 월요일치곤 평소보다 높은 사용률을 기록했고, 사람들이 너무나 몰리다보니 게시물을 올리거나 메시지에 접속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잠깐씩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트윗 중에선 페이스북 먹통 사태를 비웃는 패러디 한 문장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문제의 트윗은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다운되었을 때’라는 캡션을 씌운 ‘트위터’라는 사람이 ‘모두’라는 딱지가 붙기 직전의 캐릭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히트 쇼 ‘스퀴드 게임’의 밈을 공유했다.”고 적었다. 넷플릭스에 페이스북 다운으로 신이 난 트위터가 게임을 벌이는 장면을 스트리밍한다는 비유섞인 내용이다.

또 페이스북 기능이 정상화된 후엔 광고주들을 위한 페이스북 그룹 안에서, 한 회원은 “(페이스북 먹통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객을 위한 ‘구글 광고’를 대신 실행하는 방법을 오늘 검색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로 광고 매출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스탠다드 미디어 인덱스의 추정에 따르면 구글 다음으로 온라인 광고를 가장 많이 판매해온 페이스북은 6시간 먹통으로 인해 시간당 약 54만 5천 달러의 광고 수익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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