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기술과 경제․사회․문화적 동기”
“XR기술 재부상, 디지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욕구 결합”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최근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이라는 표현이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메타버스의 부상에 주목하여 테크놀로지 뉴스 웹사이트인 ‘벤처비트’가 온라인 좌담회에서 이 문장을 제목으로 사용되었고, 그 후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다시 사용하면서 이 문장은 널리 관용구처럼 통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오연주 책임연구원도 같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가 최근 ‘다시 오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미 널리 알려지다시피 메타버스는 애초 지금부터 29년 전인 1992년 닐 스티븐슨이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다. 이 소설 속에선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의 대체 용어로서,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을 의미한 것이다.
오 연구원은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는 2007년 ASF가 ‘메타버스 로드맵’을 발표한 후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엔비디아가 2020년 개방형 3D 디자인 협업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 베타버전을 출시하며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최근의 메타버스의 재부상은 지난 5~10년간 있었던 사회·문화·경제·기술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4 가지 원인으로 인해 메타버스가 ‘다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는 ‘망가진 현실에 대한 대안’이다. 이는 게임 연구가이자 디자이너인 제인 맥고니걸이 “게임 수요 증가에 대해 ‘망가진 현실(Reality is broken)’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는 욕구에서 (메타버스가)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게임 테마 암호화폐 거래소인 게임비트에서도 지난해 ‘메타버스 속으로(Into the Metaverse)’라는 주제의 기획 패널을 소개하면서 ‘크게 실패하고 있는 현실’(Reality is losing big time)에 대한 안식처로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메타버스는 현실의 외면이나,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창조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메타버스가 ‘다시 오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창작과 소통의 문화’에 대한 갈급함이다. 즉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이용자는 수동적 소비자에서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향유하고 창작하는 주체로 성장했다”는게 오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샌드박스’형 가상세계를 비롯하여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구체화하여 재현할 수 있는 개방적인 창작툴을 제공하는게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콘텐츠 소비 목적보다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를 목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대들이 크게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기기와 플랫폼, 네트워크의 성장도 메타버스 재등장의 세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 삼성 기어VR, 2016년 페이스북 오큘러스와 HTC의 Vive 등을 선두로 VR 기기가 상용화되기 시작했음”을 상기시킨 오 연구원은 특히 AR/VR 콘텐츠 개발 플랫폼의 증가를 환기시켰다. 즉 2010년대 중반 이후 유니티(Unity), 아마존 수메리안(Sumerian), 구글 폴리(Poly) 툴킷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2019년 5G 상용화로 지연(latency)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도 빠뜨릴 수 없는 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가트너는 “2022년 이후 몰입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관련 기술의 대중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끝으로 ‘산업 급성장 전망’도 메타버스가 ‘다시 오게’ 한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액션추어는 2019년 “XR 기술이 2023년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향후 3년 간 B2B와 B2C에서 최소 2~3배의 소비 증가가 예상되면서 국가 및 민간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한편 메타버스는 크게 증강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 가상세계로 분류되며 각 유형은 점차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증강현실은 포켓몬고, 제페도가 대표적이며, 거울세계는 구글 어스, 업랜드, 라이프로깅은 페이스북360, 트레이닝 클럽, 가상세계는 세컨드라이프, 포트나이트, 스탠퍼드 대학교의 STRIVR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