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비용, 처리 속도, 디파이․NFT기능 등으로 급성장세
코인데스크 “특히 이더리움 수요 잠식, 시가총액 10위권 진입”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이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시장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압도적 지배가 아닌, 다중 체인 구도로 바뀌고 있다. 물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이더리움의 위상은 흔들 수도 있을 만큼 다른 신생 암호화폐들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0월 들어 플랫폼 카르다노의 ADA,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의 BNB, 솔라나의 SOL, 애벌랜치의 AVAX, 테라의 LUNA가 시가총액 상위 12위 안에 든 것도 바로 그런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의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의 총 암호화 시가총액에서 이들 암호화폐 시장의 전통적 양강(비트코인, 이더리움)의 점유율은 42%였다. 물론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 것이긴 하지만, “지난 4년 중 특정 시점에서 집계한 것중 최저치”라는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를 두고 ‘코인데스크’ 리서치 분석가 조지 칼루디스와 테디 오스터반은 “이런 현상은 비트코인의 힘이 약화되어서라기보단, 다른 네트워크의 폭발적 성장 때문”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분산형 금융(디파이) 프로토콜에 투자된 총 가치(TVL) 측면에서 보면 이런 현상이 잘 설명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이더리움이 여전히 디파이 호스트 네트워크 중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L을 잣대로 삼아 급성장 중인 가상자산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암호화폐가 에이다(ADA)이다. 이는 이더리움을 뛰어넘는 암호화폐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카르다노에서 사용하는 코인다. 비트코인이 화폐 기능을 하고, 이더리움이 탈중앙화를 이용한 스마트 계약에 주력하는 것이다. 다만 에이다는 탈중앙화는 물론, 정반대로 개인이나 기업, 정부가 중앙집중화를 선호할 경우 이에 적합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중적 기능을 갖고 있어 더욱 확장력을 지니고 있다.
바이낸스코인(BNB)은 바이낸스 생태계를 강화하는 가상자산 코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틸리티 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BNB는 다른 가상자산처럼 사고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코인 시가총액이 한화로 약 53조원인데, 이는 전 세계 코인 시가총액 4위이자, 현대차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치다.
솔라나의 SOL은 NFT와 디파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코인이다. 이는 2017년 야나톨리 야코벤코에 의해 개발되었고, ‘솔라나’라는 이름도 야나톨리가 개인적으로 즐겼던 서핑 장소인 샌디애고 솔라나 비치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초당 거래량과 지연도 등에서 매우 뛰어난 네트워크 속도로 작동하며, 거래 비용도 매우 저렴해서 역시 급성장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블록체인상에서 탈중앙화가 계속 진행될수록 거래 처리 속도는 더욱 늦어진다.
그러나 SOL은 그럴 때조차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비트코인이 초당 7건, 이더리움이 30건의 거래를 처리할 때 솔라나는 무려 6만5천여 건을 처리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현존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중 가장 뛰어난 속도인데, 이로 인해 거래 비용면에서 비트코인은 건당 3달러, 이더리움은 8달러 가량이라면, SOL은 0.0001달러만 있으면 될 정도다.
루나(LUNA)는 테라의 가격안정화를 위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라의 담보 역할을 하며, 루나의 가치는 테라의 결제 수수료에 기반하여 생성된다.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소액의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블록 확인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거래 수수료가 징수되고, 이를 블록 생성자에게 보상으로 지급한다. 루나는 지난 16일 제미니 거래소에 신규 상장되었다.
아발란체 역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코인 중 하나다.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과 기업용 블록체인을 위한 플랫폼으로 AVAX를 코인으로 발행한다. 상호운용성과 확장성에 집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이더리움의 경쟁자로 급부상, 9월말 현재 암호화폐 시가총액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발란체는 이른바 ‘로켓단’이라는 익명의 개발팀이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개발 직후 명망있는 코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여, 본격적인 암호화폐로 명성을 지니게 되었다. 일설에 따르면 코넬대 출신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아바랩스(Ava Labs)가 개발한 컨센서스 프로토콜이란 얘기도 있다. 아발란체는 2018년 약 70억원(한화) 투자를 받았고, 코넬대 박사 과정 연구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지난해 9월에 정식 출시되었고, 디앱(DApp)에 특화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코인데스크’ 보고서는 “물론 비트코인은 제도적 뒷받침과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인해 가장 큰 암호 시장의 아이콘으로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대 경쟁자인 이더리움과 함께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비록 그 확장세가 여전하긴 하지만, 더 이상 ‘블록체인 코인 마을’에서 유일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코인 시장에서 나름의 지배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단언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미 사실상의 통화력을 지니며, 세계 통화 네트워크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대한 지배력 여부를 정확하게 평가한다면, 자금 용도에 따라 다른 디지털자산으로 돈이 흘러들고 있을 뿐, 그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점유율이 2017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지만, 에이다, 루나, 아발란체 등 다른 신생 블록체인의 점유율 또한 날로 높아가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의 (거래) 혼잡도나 높은 수수료로 인해 스마트 계약 능력은 비슷하지만 처리량은 더 빠른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인기를 얻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