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인터넷쇼핑몰 메타버스 적용 검토, “소비자, 직접 백화점․시장서 쇼핑 체험”
‘아바타 출퇴근’ 검토하는 기업도…“원격․재택근무과 달리, 팀웤과 유대감 조성”

'2021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관람객들이 VR기기를 통해 가상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2021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관람객들이 VR기기를 통해 가상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인터넷쇼핑몰이나 기업체 근무환경에도 멀지않아 메타버스가 본격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부 쇼핑몰 사이트 등에선 이에 관한 기술적 검토를 하고 있는가 하면, 대기업 인사팀에선 원격근무의 단점을 보완할 수단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쇼핑몰은 그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만이나 환불 요구 등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화면의 이미지만을 보고 구매하다보니, 실물과는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의 경우는 모델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자신의 체형이나 좋아하는 색상, 취향 등과 달라서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많은 소비자 민원 중에는 쇼핑몰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이런 VR기법을 활용한 메타버스를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쇼핑몰 업계 일각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과의 김상현 교수는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업체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메타버스를 쇼핑몰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기존 인터넷쇼핑몰과는 달리 구매자가 직접 쇼핑 현장에서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자신의 아바타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에 들어가는 현실과 같은 가상 체험을 한다. 이때 구매자는 아바타의 시선에서 자신이 현장에 있는 것과 똑같은 감각으로 모든 눈 앞의 상황을 관찰하며 쇼핑을 하게 된다. 실제로 특정 판매 부스에 가서 옷을 골라 입어보고, 다시 또 다른 코너에 가서 자신의 체형과 취향에 맞는 옷을 직접 입어보기도 한다.

그저 화면 속 모델이 입은 옷을 보고 고르는 기존 쇼핑몰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메타버스 공간의 아바타가 곧 구매자 자신의 시선을 갖고, 현장의 경험과 감각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는 획기적이다. 비단 의류뿐 아니라 일상적인 장보기나 식품, 가구, 전자제품, 각종 생활용품 등을 망라해서 메타버스 쇼핑이 가능해진다. “이는 사실상 소비자가 직접 쇼핑을 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구매 후 소비자 불만이나 민원의 소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게 앞서 김 교수의 얘기다.

기업 현장에서도 최근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체들은 부득이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를 택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경우 줌이나 웹엑스 등 원격 화상회의나 비대면 업무를 진행하긴 하나,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들 중에선 “비대면 원격근무를 오래 하다보니, 회사와 조직의 동력이라고 할 유대감이나 팀웍 등이 매우 약해지고 있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 고민 끝에 최근엔 메타버스를 활용, 원격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들도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화상 비대면 방식이 아니라, 사원들 각각의 시선과 감각을 지닌 아바타를 사무실에 보내 근무하는 ‘메타버스 출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즉 아침 출근 시간까지 아바타가 출근하고, 다른 팀원들이나 상사의 아바타들과 회의를 하고 지시를 하며 업무를 보는 식이다. 또 자신과 다른 동료들의 아바타들과 식사나 회식도 하고, 대화도 나누며 유대감을 다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상호 정서적 교감을 이루며 팀웤도 다질 수 있다는게 일부 기업체 인사팀의 기대다.

메타버스 근무는 특히 다국적기업이나 해외나 지방 등에 지사를 많이 두고 있는 기업들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VR기기를 끼고 들어가서 실제 아바타들끼리, 회의와 업무를 진행하는 거이다. 예를 들어 서울과 뉴욕, 런던, 파리, 베이징, 도쿄 등의 지사 주재원들이 메타버스 공간의 한 사무실에 모여서 칠판 하나를 걸어놓고 열띤 회의를 진행한다. 이때 각자의 아바타들은 칠판에 각기 생각하는 글자나 이미지를 그려가며 대화를 할 수도 있다. 특히 같은 칠판 위에서 공간을 넘어 서울 본사 직원이 그린 이미지에 뉴욕 지사 주재원이 덧칠을 하거나 자신의 댓글이나 의견을 적어보일 수도 있다. 사실상 한 공간에 있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같은 메타버스 출퇴근은 특히 조직원들이나 기업의 생산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실물인간’들끼리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 자신의 시선과 감정, 감각을 담은 아바타들끼리 대면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트너가 최근 펴낸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제하의 보고서에서도 이런 경향은 확인되고 있다. 1년 반 정도의 기간을 두고 조사한 결과, 기업체나 조직의 구성원들 다수는 “나의 취향에 맞는 유연한 근무환경이나,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근무조건이 더 좋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유력한 대안으로 메타버스와 같은 ‘현실같은 가상, 가상같은 현실’의 환경을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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