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디스플레이 국제표준 선점 노력 중
스마트 시스템 데이터 교환시스템 국가표준도 제정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디지털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를 국가․사회적으로 일관된 적용과 체계화를 위한 표준이 필요하다. 공정자동화나 스마트화를 위한 ERP, MES, PLM, DAQ 등 스마트 제조기술에 대한 국가표준은 최근 마련된 바 있다. 이어서 메타버스를 포함한 VR․AR․XR기술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차세대 디스플레이(DP) 핵심 국제표준을 위한 국제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표준을 선점할 경우엔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서 한 발 앞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증강·가상현실(AR·VR) 등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디스플레이 기술과 산업 동향, 표준화 사례를 공유하고 국제표준화 전략을 모색했다. 특히 메타버스의 일상화를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경우 우리가 남다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표준 선점 전략에 앞서고 있는 국가기술표준원은 다양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이를 주도하고 있다.
그중 김철홍 LG디스플레이 연구원은 “초대형, 플렉서블,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메타버스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서울대학교 이병호 교수는 “국내에선 이미 다양한 유형의 증강·가상현실(AR·VR) 기기가 발달하고 있고 시야각, 눈 피로도 등의 기술적 이슈에 관한 연구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표준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개최한 ‘국제 디스플레이 포럼’에 참여했던 존 팬잭(John Penczek) 미(美) 국립기술표준원(NIST) 객원 연구원은 “국제표준화기구의 근안(近眼) 디스플레이(NED, Near-Eye Display) 광학 측정표준에 관한 국제적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릇 ‘표준’이란 AR·VR 디스플레이의 성능과 품질을 보장함으로써 잠재성이 큰 AR·VR 시장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지속 가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남기 위한 표준에 주목하며, 이를 선점할 수 있는 조건과 노력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표준화 쟁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전략적인 표준협력을 통해 이 분야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문이다.
이에 앞서 산업계 디지털전환(DX)의 필수 과제인 스마트제조 시스템 간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표준(KS)은 정부과 민간의 협력으로 지난 9월9일 제정된 바 있다. 이는 메타버스 디스플레이 국가표준과 함께 스마트 기술에 관한 글로벌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은 우선 스마트제조 시스템 간 데이터 교환 방식 등을 규정하는 국가표준(KSX9101)을 제정했다. 이는 서로 다른 기업의 제조업무 시스템 간 상호 운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제정된 국가표준은 △제조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실행‧관리‧모니터링 등을 위한 기업 업무 시스템, △전사적 자원 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제조 실행 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설비 데이터 수집 시스템(DAQ, Data Acqusition System) 등이다.
이번에 제정한 국가표준은 특히 스마트제조 시스템 별로 다르게 표현해 온 ‘데이터 양식’을 통일하여 서로 다른 시스템 간 데이터 연계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이다. 국가표준원이 인용한 사례를 보면, 흔히 시스템별로 ‘품목명’을 ‘NAME', 'NM_ITEM' 등으로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기업의 제조업무 시스템과 교환할 때는 ’ItemName'으로 정하여 해당 데이터를 ‘품목명’으로 서로 인식하도록 하는 식이다.
국표원은 “이를 우리말에 비유하면 지역별로 ‘정구지’, ‘부자’, ‘솔’, ‘세우리’ 등으로 부르는 것을 ‘부추’로 정하는 것과 같다”면서 “서로 다른 시스템이 소통하기 위한 표준어를 정립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표준이 제정됨에 따라, 그 동안 서로 다른 업무 시스템을 연동하기 위해 기업별로 데이터 연계 작업에 투입해 온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국표원은 국가표준을 제정한 직후 스마트제조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과 제공받는 기업들이 함께 한 가운데, 이 표준의 상호운용성을 검증하는 ‘표준 기반 데이터 상호운용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이번 표준 개발을 주도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테스트를 주관했으며,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더존비즈온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엠아이큐브솔루션의 제조 실행 시스템(MES), 빛컨의 데이터 수집 시스템(DAQ) 등이 상호운용성 검증에 참여했다.
상호운용의 방식은 이번에 제정한 표준(KS X 9101)을 매개로 삼고, 제조 시스템 별로 상이한 데이터 항목을 변환하여 데이터를 교환할 때 각각을 동일 항목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품 개발부터 생산, 그리고 실적 관리에 이르는 제조업무 전 과정을 통해 표준에 의한 원활한 프로세서가 이행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테스트에서도 새로 제정한 국가표준 기반으로 시스템 간 상호운용이 가능함이 입증되기도 했다. 나아가서 “앞으로는 특정 기업과 기업 뿐만 아니라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 간의 데이터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제조 분야 전체를 관통하며 디지털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게 국표원의 기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