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 ‘비트코인 신봉자’ 대통령이 밀어붙여
“해외 자국민, 200만 달러 국내 송금 수수료 크게 절감”
“널뛰기 ‘비트코인’시세, 국가경제 송두리째 흔들 위험”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 법률이 8일부터 발효되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 법정화폐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앞날은 그다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비록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엘살바도르의 사례는 이미 디지털 화폐, 혹은 디지털 법정통화까지 생각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게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지난 6월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8일 발효되었으며,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그 순간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새로운 법은 현재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법정 통화인 미국 달러와 동일하고 살바도르는 현금 지불을 위해 합법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 나라에서 일하는 기업들은 비트코인으로 지불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수용 움직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할 만하다. 비트코인에게 글로벌 통화로서의 더 많은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 외에도, 그것은 해외에 사는 살바도르인들이 더 낮은 비용으로 송금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사용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국가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사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수 많은 경우에, 종종 몇 시간 만에 급격히 오르거나 내렸다.

암호 화폐의 열렬한 지지자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해외에 살고 있는 200만 명 이상의 살바도르 사람들에게 달러를 송금하는 것보다 더 저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트코인으로 송금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또한 트위터에 “그것이 외국인 투자를 자극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글을 남겼다.

이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자국이 지금까지 총 400개의 비트코인을 구입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구매 시점에서 2,030만 달러 가치에 달한다. 이처럼 정부가 국고에 더 많은 비트코인을 추가함에 따라, 앞으로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국고와 재정의 상황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우려도 크다. 비관론자들은 “이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하룻밤 사이에 급격히 오르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큰데, 이는 결국 잠재적으로 수혜자들에게 횡재를 주거나 손해를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물론 새로운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AP통신에 의하면 현지의 한 농민은 “디지털 통화는 은행과 비슷한 것을 이용할 수 있고 통화가 상승할 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농부들도 이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그의 가족들에게 매주 송금을 한다는 그는 “경제에도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달러 대신 (비트코인) 동전을 보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엘살바도르인의 생각은 다르다. 뉴욕에 사는 한 엘살바도르인은 “여기 미국에 살고 있는 많은 서민층 엘살바도르인들은 그런 ‘기술적인’ 변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혼란스럽고 복잡한 제도일 뿐”이라고 걱정했다.

사실 엘살바도르 정부가 법정통화로 시행하는 비트코인은 컴퓨터 회로와 기억에만 존재한다. 이는 데이터 스크램블 암호화(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합니다. 즉, ‘암호화폐’라는 용어 자체가 그렇듯이, 많은 처리 능력과 모든 트랜잭션을 기록하는 블록 체인의 분산된 글로벌 원장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어떤 중앙은행이나 다른 기관도 그것의 가치를 좌우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 전적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한 독립성과 비밀은 그들의 거래를 숨기려는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중앙집중의 정부를 불신하는 계층일수록 더욱 선호하게 만든 요인이 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암호 화폐에 손을 대왔지만, 아직은 엘살바도르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부클 레 정부의 새로운 정책과, 이에 맞춘 의회가 승인한 법에 따라, 모든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활용할 기술적 지식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은 당분간 제외한채 비트코인에 의한 결제와 구매를 시행해야 한다. “물론 미국 달러는 여전히 주요 통화로 남아있을 것이고 아무도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는게 엘살바도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치보’라고 불리는 디지털 지갑 앱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치보’를 다운로드하고 가입하는 살바도르 시민들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신용으로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입법부는 그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신탁 기금으로 1억 5천만 달러를 배정했다. 약 200개의 키오스크가 사람들이 예금을 하거나 달러로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설치된다.

부켈레 대통령은 “치보 지갑을 사용하는 것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밝혔다. 그는 또 “사람들이 공식적인 금융 시스템을 다룰 필요가 없고 돈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송금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전문가도 많다. 그 대표적인 인물인 책 <50피트 블록 체인의 공격>의 저자인 데이비드 제라드다. 그는 엘살바도르 정부의 결정이 나온 직후 “엘살바도르의 달러 사용이 달러 환전의 필요성을 의미한다면, 이는 큰 명분이 될 수 없다”면서 “환전 수수료는 이미 매우 저렴한 수준이어서,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이 나라는 아직 변화를 위한 인프라(예 : 비트코인 거래 시스템 등)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정부가 확정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엘살바도르인들도 회의적인 듯하다. 최근 몇 주 동안 세 곳의 유명한 국내 여론조사기관들에 의한 대면 여론 조사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법정 통화로서의 비트코인 사용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은행 직원도 “비트코인 사용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을 것이지만, 얼마나 사용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법의 통과에 따른 부정적 기류는 국제무대에도 반영되어,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나라의 신용등급을 큰 폭으로 하향 평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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