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개인․기업 모두의 공존 공간, ‘클로즈드 메타버스’는 금물
“페이스북 등에서 보듯 자신만의 ‘메타버스 성곽’ 구축은 안돼”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1인칭 시각의 가상현실(VR)이나 AR을 뛰어넘는 자신을 포함한 복수의 타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메타버스는 이제 실생활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 인류 공통의 공간 초월적 소통수단으로 종전의 인터넷을 대체할 전망이다. 그럴수록 플랫폼끼리, 또는 수많은 기업과 모든 개인들이 서로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오픈 메타버스’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마치 기존 실물경제에서 특정기업이나 경제주체의 독점을 경계하듯, 어느 한 회사나 조직이 배타적으로 메타버스를 제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컨설팅 및 조사기관인 IRS글로벌의 경우 이같은 ‘클로즈드(Closed) 메타버스’를 경계하며, 그 대안을 상세하게 제시한 일련의 연구보고서들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IRS글로벌은 “클로즈드 메타버스는 한 회사가 인터넷을 제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만약 독점하는 데 성공한 회사가 있다면 어떤 국가나 정부보다 강력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지구적 공동 자산이라고 할 인터넷이 그렇듯이, 장차 인터넷을 대체할 메타버스 역시 만인에게 개방된 ‘오픈 메타버스’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실용화 초기인 최근의 분위기는 사뭇 그런 바람직한 모형과는 달리 전개되고 있다는게 이들 전문가 집단의 우려다.

이에 따르면 특히 세계 최대의 SNS인 페이스북부터가 이미 ‘마이크로 버스’ 또는 ‘폐쇄형(closed) 메타버스’로 자리를 굳혀하고 있다. IRS글로벌은 “실제로 그 간의 페이스북의 행태를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페이스북의 그간 행보를 보면 시종 배타적 M&A(인수합병)로 독점적 혹은 폐쇄적 메타버스를 시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지적이다.

이미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나 신경망과 뉴런에 입각한 컴퓨팅을 연구해온 CTRL-labs 등을 인수한 바 있다. 또 웨어러블 기기 핏빗이나 게임 개발 엔진 유니티 등도 인수를 하거나, 검토 중이다. 이는 먼 훗날 자신만의 ‘메타버스 성곽’을 쌓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전세계 20억명에 달하는 사용자 수와 그들이 페이스북 이용 시간,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도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콘텐츠가 많다는 점 등이 무기다. 그래서 “SNS 플랫폼으로서도 매우 공격적이며, 다른 플랫폼과는 협력하지 않고 경쟁사를 인수하여 하나의 에코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폐쇄형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는게 IRS글로벌의 전망이자 분석이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전세계는 메타버스로 나아가고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전망한다. 이를 위해선 “통일된 아이덴티티와 소유권을 가진 디지털 자산, 오픈 스탠더드 및 프로토콜, 분산형 거버넌스, 그리고 국제적이며 유동성 있는 경제ㆍ통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 참여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고, 모든 당사자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게 IRS글로벌의 진단과 처방이다.

그러면 오픈 메타버스는 어떤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IRS글로벌의 경우는 대체로 7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온라인이나 인터넷 세계처럼 어느 특정 시점을 겨냥한 ‘끄기 버튼’이 없고, 영구적으로 지속된다. 또 항상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야 한다. 즉 메타버스 자체가 모든 사람이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된다. 특히 오픈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서 만인에게 개방되고 누구나 참여하며, 그 접근 인원도 무제한이다. “누구나 메타버스에 참가할 수 있으며, 함께 이벤트나 장소, 활동에 참가하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경제적 기능을 가지는 것도 오픈 메타버스의 특징이다. 즉 “개인이나 기업이 메타버스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개발, 매매, 투자, 보유하거나 만든 것에 대한 보수를 받는 등 현실과 유사한 경제가 형성되는 것”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오픈과 클로즈드 체험을 함께 제공하는 것도 오픈 메타버스의 특장점이다. 즉 디지털 공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초월 공간의 기술로 실제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는 점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과 흡사하게 출입이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이 밖에 ‘오픈 메타버스’는 데이터나 디지털 자산, 콘텐츠 등을 망라하며, 무한한 상호 운용이나 공유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정한 게임의 ‘스킬’을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오픈 메타버스’엔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와 체험이 존재한다. 그런 콘텐츠나 체험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대규모 조직이나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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