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AI, 자율조정,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
“한국도 최고의 무선통신망 살려 3세대 스마트화 서둘러야” 목소리

사진은 'LED엑스포 2019'에 국내 한 업체가 출품한 수직적층형 LED식물공장 제품.
사진은 'LED엑스포 2019'에 국내 한 업체가 출품한 수직적층형 LED식물공장 제품.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우리나라도 스마트농업에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으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나 과기정통부, 농식품부, 과학일자리진흥원,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보급률은 주로 시설원예 중심으로 많이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스마트농업 선진국이라고 할 미국이나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은 농지의 정밀한 관리에 의한 스마트 노지농업과 첨단 정밀농업이 발전했다. 그러면 이들 스마트농업 선진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스마트 농업 수준

관련기관들이 내놓은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노지농업이 발달된 미국 등은 자율주행, 인공위성,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이 상용화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수준에서 미국은 이미 토양, 기상, 생육 측정센서 및 드론・위성 촬영 기술의 발달로 넓은 농지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단계에 있다. 농경지에 설치되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고정형 센서 이외에도 농기계, 드론에 탑재되어 위치 정보와 작물정보를 함께 수집하는 이동형 센서 기술도 발전했다.

자율주행 기술도 본격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GPS, 영상처리, 3D 맵핑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농기계(트랙터 등)의 자동조향기술이나 자율주행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평가원은 “2~3년 내 자율작업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카메라, 광학센서 등을 이용해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양의 농약, 비료 등을 살포하는 수준이다. 변량살포, 즉 위치와 특성에 따라 살포량을 조절하는 기술도 농기계에 탑재되어 있다. 마치 사람이 재량껏 판단해서 비료 살포량을 조절하는 것과도 흡사하다. 심지어는 작물과 잡초를 구분해 제초제를 잡초에만 국소 살포함으로써 제초제 사용량을 90%까지 절감한다는 소식이다.

로봇기술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농업에 적용되어 수확, 제초, 조류퇴치 등의 농작업 자동화가 확산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화 작업 기술과 융합되어 무인 자동 농기계가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과실의 성숙도를 카메라 영상으로 구분하여 자동으로 수확하는 로봇이 그런 경우다. 또 유해조류를 식별하여 최적의 방식으로 조류 접근을 차단하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센서 기술 및 데이터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농작업의 자동화 및 효율화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특히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데이터 기반 농경을 실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농업 측정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여 일반 농업인들이 손쉽게 사용 가능한 빅데이터 플랫폼이 상용화되어 있다. 즉, 농기자재가 스스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며 고도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선 빅데이터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농기계 제조업체와는 무관하게 제품 호환성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미국 전체 농업인의 약 60% 정도가 1개 이상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라는 얘기다.

또한 토양 수분함량을 분석해 물이 과도하거나 부족할 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수를 제어, 물과 양분 유실을 방지하는 ‘제한적 자율 관수’ 시스템도 일부 상용화되고 있다. 이는 인력으로는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이 밖에도 적외선 온도센서, 수분장력계 등을 통한 환경 측정,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활용한 꽃과 과실 구분 기술, 그리고 열매의 개수나 상태 파악 등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도 발전했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도 정밀환경제어기술 발달

온실이나 수직형 식물공장 등 시설농업은 네덜란드, 이스라엘, 미국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는 정밀 환경제어기술 및 데이터 분석기술이 핵심이다. 그 중 대표적인 기술이 인공광원이다. 이는 빛 파장에 따른 식물 성장 효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빛을 공급하기 위한 기술이며, OLED의 파장변화, LED 등 조명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태양광을 이용하는 유리온실도 부족한 광을 보충하기 위한 보광등을 통해 식물생장을 극대화한다. 식물공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최근 LED조명시스템을 활용해 빠르게 발전, 보급되고 있는 분야다. 이들 국가에선 한 발 나아가서 식물공장이 비타민, 인슐린 등 고부가 식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기능성 식물의 대량 재배에 활용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식물공장과 함께 스마트 원예 기술이 많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수경 재배다. 센서를 통해 양분, 수분을 자동 공급하며, 물과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작물별 최적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센서 및 공급기술이 핵심이다. 최근엔 전기전도도(염도)나, pH, 온도 등을 센서로 측정하고 양액기 등으로 양・수분을 조절하고 있다.

통합자동제어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즉, 작물별로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농장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차광, 환기 등이 이루어지며, 최적 수확시기와 출하시기를 스스로 판단하여 농업인에게 제공한다. 시설농업에서도 역시 데이터 플랫폼이 상용화되어 있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최적의 영농을 구현한다.

원예농업 역시 실내농업의 특성을 활용한 원예 로봇기술이 상용화되어있다. 묘목의 이식, 작물 수확 등 농작업의 자동・무인화가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팜봇(FarmBot)을 통해 로봇이 설치된 틀 아래에서 토양의 파종, 물주기, 잡초・해충 제거, 수확 등 전 과정이 자동으로 수행되는 농업로봇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수직・적층형 재배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재배판을 적층하거나 수직면에 직접 작물을 재배하여 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식물공장이다. 샐러드채소 등 신선식품 유통과 연계되어 보급되고 있다. 사용 면적이 작아 도심에도 설치할 수 있고, 배송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마트 기술은 축산 분야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센서를 이용하여 개별 가축 또는 축사 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입식, 사육, 착유 등 전 과정의 자동화 및 최적 관리를 실현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카메라나 소리 센서 등을 통해 가축의 행동이나 건강상태를 실시간 측정하여 이상을 탐지하고, 건강이나 성장 문제를 조기에 예측・예방할 수 있는 최적 환경을 제공한다. 체내에 삽입하거나, 몸에 착용하는 센서를 통해 대형 가축을 개별 모니터링하고,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질병 치료, 또는 번식・출하 시기, 적정 착유량 등을 결정하기도 한다.

한국, 노지농업 ․ 축산 분야에서 미국, 유럽에 뒤처져

이에 비해 국내에선 아직 시설원예 부문에서 전동화 온실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는 정도를 제외하면, 노지농업이나 축산에선 아직 스마트농업 선진국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벼농사의 경우는 기계화율이 매우 높고 경지정리가 되어 있어 스마트농업 적용에 유리하다. 그러나 그 밖의 다양한 농작물은 농지가 각기 다양한 형태와 조건이어서, 기계화율 자체가 낮아서 ‘스마트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자율주행, 스마트 관수 등 지능형 노지농업 관련 국내 기술수준은 해외에 비해 한 단계 뒤처진 상태다. 특히 토양 또는 재배 상태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의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스마트 관수 기술의 대중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선 이미 자율주행 농기계(트랙터 등)가 상용화되고 자율관수도 일부 상용화된 반면, 국내는 아직 연구 단계에 그쳐 가장 앞서 가는 나라에 비해 기술격차는 5년 이상”이라는게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물론 이들 유관기관에 따르면 그간의 연구, 개발 노력으로 시설원예 분야에선 상당한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고, 식물공장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특히 시설원예의 경우는 원격제어설비가 많이 보급되었고,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등의 실제 재배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우수한 무선통신망이 유리한 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로 인해 수직형 식물공장에서 재배된 샐러드나 쌈채소 등 신선채소가 시판되고 있으며, 식물공장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능성 식물 재배 연구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지능형 제어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은 부족하며, 시설원예 및 축산 분야 스마트농업 핵심 부품이나 장비의 수입산 비율이 아직 높다는 지적이다. “센서 등의 핵심 부품은 아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축산 분야는 아직 해외 제품들을 조립하는 수준”이라는게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분석이다. 또 데이터 기반 지능형 농업을 위해서는 농업 빅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임에도, 데이터 표준화가 부족하여 다양한 빅데이터의 효과적인 축적 및 제품 간의 호환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농진청・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보급이 추진 중인 1세대 스마트팜은 편의성 중심인 반면, 차세대(2, 3세대) 스마트팜은 지능화된 농업 플랫폼이다. 특히 3세대 스마트팜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하여 ‘저투입・고효율’의 농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능화된 농업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는 아직 1세대에 머물러 있어, 조속히 2세대 내지 3세대 스마트팜을 구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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