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미미, ‘미국 시장은 2% 불가“
“품질은 좋지만…SW중시, HW 소홀히 한 구글, 소극적인 광고와 마케팅 탓” 지적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픽셀폰의 시장 상황이 날로 부진해서 구글에겐 자칫 ‘계륵’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픽셀폰은 국내에선 찾아보기조차 쉽지않고, 해외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다. 미국의 경우 구글폰이 LG와 화웨이보다 시장점유율이 낮다. LG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고, 화웨이는 1년 넘게 미국 내에서 새 휴대폰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렇다. 픽셀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겨우 2%에 불과해, 삼성과 애플의 각각 25%, 54%와는 비교가 안 된다. ‘구글’의 명성과는 달리 픽셀은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 중 명실상부(?)한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픽셀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에 주력해온 구글의 전통”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즉 구글의 DNA는 하드웨어가 아닌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AI라는 얘기다. 그래서 “구글은 더 많은 천문학적 돈을 들여 광고와 마케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 소극적 광고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또 하드웨어에 새삼 올인하며, 막강한 삼성이나 집요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구글은 여전히 태평(?)이다. “올 가을쯤 자체 개발한 희대의 텐서 칩셋을 장착한 픽셀6, 픽셀6프로를 출시할 것”이라며 “이 새로운 ‘실리콘’은 현재까지 픽셀에서 일궈온 것 중 가장 큰 혁신”이라고 자화자찬 일색이다. 가을 출시를 예고하면서, 한편으론 고의로 스펙을 찔끔찔끔 유출하면서 신비주의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하나같이 냉소적이다. <블룸버그>는 아예 “픽셀이 그렇다고 살아날까?(Can the Pixel be saved?)”라거나, “사람들이 픽셀폰을 안 사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This is why hardly anyone buys Google’s Pixel phones)”이라며 장문에 걸쳐 소비자가 픽셀폰을 외면하는 까닭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이 광고를 비롯한 적극적인 마케팅의 부재다.

이 매체는 “구글의 휴대폰은 결정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판매’는 실패했다. 왜 그러고 있냐? 그게 바로 구글 픽셀 폰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라며 냉소 겸 질타를 가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구글이 (새로 출시한다는) ‘픽셀 6’에 대해 계속 (희대의 기술 혁신이라고) ‘헛소리’를 내지른다면 ‘픽셀 6’의 사양과 성능도 그다지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실제로 픽셀6 출시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의 경우와는 달리 그다지 관심도 적고, 시장 점유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픽셀폰은 삼성과 애플의 화려한 아우라에 가려 늘 초라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곧 등장할 삼성 갤럭시 S20 FE의 화려한 색상 변형 광고, 그리고 도미노처럼 펄스를 끌어올리는 쇼케이스에 소비자들은 온통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또 애플의 화려한 아이폰과 아이팻 광고는 픽셀폰의 존재 자체를 압도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애플은 구글 픽셀폰보다 4~5배나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평소에도 구글은 애초 삼성이나 애플에 비해 픽셀의 홍보나 광고 자체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픽셀 5만 하더라도 사실상 소비자들은 어떤 광고가 있는지 별로 떠오르는게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품질에 대해선 “픽셀 5와 픽셀 4a는 그래도 고성능 카메라를 갖추고 가격도 저렴한 훌륭한 휴대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픽셀을 늘 외면하다시피 해왔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지난 5년 간 픽셀폰은 늘 하락세를 보였고, 2021년 상반기 점유율 역시 전년보다 7% 감소했다.”고 개탄할 정도다.

많은 사용자들의 후기나 블로그 인플루엔서들의 분석에서 드러나듯이, 그러나 픽셀폰의 품질은 분명 ‘명품’급이다. ‘SW의 제왕’답게 구글이 픽셀폰에 투여한 기술력은 나름대로 인정받을 만 하다. 구글의 칩 엔지니어링 능력은 이미 클라우드 텐서 프로세스를 통해 기계학습 워크로드를 가속화하는 기술에서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개발된 텐서칩셋도 그런 성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칩이 궁지에 몰린 픽셀 라인을 되살릴 수 있을까”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즉 “구글이 축적해온 어떤 기술적 사양이나 성능 지표도 공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이제 겨우 1세대 부품으로 애플이나 퀄컴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왜 구글처럼 막강한 기업이 픽셀에 대한 광고나 마케팅에 소극적인가”라는 의구심이 업계에 널리 유포되어 왔다. 미국의 와튼대는 아예 “구글 픽셀이 스마트폰보다 전략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 답은 “구글의 주요 사업은 광고 수익 모델을 가능하게 하는데 치중하는 것일 뿐, 하드웨어는 항상 그보다 후순위”라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이나 광고의 품질 자체도 비판을 사고 있다. 픽셀5a를 처음 출시할때는 겨우 미국과 일본 두 나라만 대상으로 해 자체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래서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선 “지난 5년 간 픽셀이 그랬듯이, 앞으로 5년간 역시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꼴찌’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소극적 마케팅 말고도 ‘규모의 경제’에 실패한 점도 픽셀폰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즉 글로벌 기업들은 칩 설계와 같은 엄청나게 어려운 공정들을 해결해가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간다. 그러나 복잡한 프로세서일수록 대번에 성공하기란 어렵다. 또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칩으로 구현되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에 맞는 규모의 하드웨어 공정도 갖춰야 하는데 구글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글은 다른 SW기술에는 천문학적 투자를 하면서도 정작 픽셀폰에 필요한 하드웨어 분야엔 인색한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단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게 마련”이라며 “그러나 구글은 그 동안 이런 점을 간과하다가, 최근에야 나름의 투자 시기를 파악하고, 애플과 같이 수직적 통합을 시도하는 등 이노베이션을 서두르고 있다”는 고 평가했다. 물론 그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픽셀의 시장에서의 초라한 위상을 공개하면서 “구글은 나름대로 가치 있는 휴대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픽셀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훈수를 두기도 한다. 즉 “새로운 칩이 픽셀의 ‘출세’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지는 구글의 몫이 될 것”이라며 “(구글은) 아예 휴대폰 사업에 제대로 ‘몸을 던질지’, 아니면 계속 방관하면서 딴전을 피울 것인지를 결정하고 픽셀의 운명을 결정하는게 낫다”고 날이 선 코멘트를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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