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AFA 등 글로벌 기업, 국내 판교․디지털단지 등 비슷한 현상

사진은 국제인공지능대전 전시장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국제인공지능대전 전시장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델타 변이가 겹치면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IT업계를 중심으로 다시 재택근무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하루 2천명에 육박하면서 판교 테크노파크나 구로 디지털단지 일대의 크고 작은 IT기업체들 중엔 출퇴근 대신 재택근무로 돌아서거나, 순번제로 출근하는 순환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목요일 하루 2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시내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집단 감염 발병지 1위는 직장”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방역 당국도 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 직원의 30%를 재택근무로 돌릴 것을 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교나 디지털단지, 상암동 등 ICT기업이 밀집한 지역에선 이번 주부터 서둘러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마스크가 생활화되지 않아 8일 하루만에 1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미국의 경우 GAFA와 MS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도 빠르게 재택근무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9일 “사무실 복귀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났다. 지난 몇 주 동안, 전염성이 매우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 변종 때문에 이들 글로벌 빅 테크의 회사 복귀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었다.”며 이를 두고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애플은 이미 지난 7월 중순부터 재택근무로 전환하며 “이르면 10월까지 직원들에게 복귀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시 알파벳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테크놀로지스도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들 역시 회사 복귀 시점을 10월 정도로 잡고는 있으나, “정작 닥쳐봐야 안다”는게 사측 얘기다. 마찬가지로 재택근무를 택한 아마존은 이들보다 한참 멀리 잡은 내년 1월을 사무실 복귀 시점으로 잡아 현재의 사태를 더욱 비관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렇잖아도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사무실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도록 했고, 리프트(Lyft)나 페이스북, 우버 등도 책상에 앉아있을 때도 꼭 마스크를 끼도록 의무화해왔다. 행여나 다시 재택근무 체제로 돌아갈까 조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팬데믹이 다시 심해지면서 결국 그런 노력들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들 디지털 내지 빅테크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함께 색다른 형태의 원격근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가급적 회사 구성원들이 멀리 떨어져서 비대면으로 모든 비즈니슬 진행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세계 코인 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경우는 아예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폐쇄하고 전 직원이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의 웹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 기업인 드롭박스는 사무실을 그저 공동 회의 공간으로만 사용한다.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미팅 외에는 아예 사무실을 비워두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빅테크나 IT기업들에게 새로운 고민꺼리가 생겼다. 즉 “이러다간 아예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가는게 아닌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판교 테크노파크의 한 벤처기업 대표는 <애플경제>와의 통화에서 “과연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웹디자이너나 SW개발자, 프로세서 관리자들이 다시 귀찮은 출퇴근을 하며 회사로 복귀하길 꺼려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엔 아예 재택근무만 하거나, 출퇴근을 거부하며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미국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 중엔 출근하지 않으려는 직원들과 줄다리기를 하는 사례도 많다. 심지어 한 기업체는 직원들이 “사무실을 너무 피하고 싶어서” 거의 3분의 2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만 하면, 5%의 임금 삭감 정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사실 그 동안 GAFA 등 글로벌 기업들은 원격근무나 재택근무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다. 이들 업계의 특성상 엔지니어나 개발자들은 각자의 공간에 분산되어 있을수록 더욱 효율성이 커진다는 논리였다. 회의나 각종 잡무도 모두 각자의 디지털화된 환경이나 디바이스를 통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GAFA의 경우 대부분의 직원들이 1년 반 동안 성공적으로 원격 근무를 해왔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경우는 최근 다시 인재들이 사무실로 복귀하길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사무실벽을 바이러스 방지 풍선으로 치장하거나, 사무실 밖 야외 텐트 등 온갖 유인책을 쓰며 직원들이 복귀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던 것이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폭발한 대유행으로 인해 만사 도루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이제 단순히 재택이냐 출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경영의 근간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IT업계 매체들은 “사무실 근무를 낯설어하며, 아예 회사 복귀를 거부하던 직원들이 이번 대유행으로 또 다시 재택근무로 돌아서는 바람에 이젠 반영구적으로 출근하지 않게 된 셈”이라며 “이는 IT와 ICT 분야의 인재들이 이 참에 자신의 회사를 떠나 대거 이직할 수도 있는 ‘인재 대이동’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빅 테크 기업들은 그래서 인재를 붙들어놓으려면 파격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등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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