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목 가능 업종 발굴‧지원 정책 드라이브 가속화 필요
한국 3D프린팅 경쟁력 10점 만점에 5.8 불과
3D프린팅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단순히 시제품 제작이나 취미 용도에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 역설계, 양산 등 산업 현장 곳곳에서 활약상을 보여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맞춤형 제품 생산에 적합한 새로운 제조방법으로 제조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도구다. 이에 따라 최근 3D프린팅의 산업적 활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세계 3D프린팅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그러나 국내는 3D프린팅 시장의 성장이 지체되고 전문 공급기업의 역량도 주요국 대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2016년부터 3D프린팅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내 업계의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글로벌 3D프린팅 전문협회 ‘Wohlers Associates’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팅 산업의 규모는 2020년 128억달러로 전년비 7.5% 성장했다. 2019년에는 전년비 21.2% 성장한 바 있어 상대적으로 성장이 부진했으나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기업의 생산과 투자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와 같은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3D프린팅 활용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3D프린팅 시장은 이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성장세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도 3D프린팅의 육성을 위해 2015년 관련법을 마련했으며 2020년에는 2차 기본계획을 수립해 핵심기업 육성, 수요시장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3D프린팅 시장은 우수한 국내 제조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국 대비 미성숙한 모습이다. 또 3D프린팅 기술력과 기업의 경쟁력도 주요국에 크게 못미치고 있어 대안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3D프린팅 기술력과 기업의 경쟁력이 주요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업연구원의 ‘3D프린팅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D프린팅 산업은 2020년 전년비 17% 감소한 3927억원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차세대 스마트제조 공정에 대한 수요 확대로 2025년까지 약 302억달러(33조9000억원)의 3D프린팅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진욱 폼랩스(Formlabs) 한국지사장은 “3D프린팅 솔루션이 향후 4차산업 비즈니스 환경의 비중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3D프린팅이 제조분야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차별화된 맞춤형 감성 마케팅을 구현할 제조혁신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3D프린팅은 제작하려는 사물의 삼차원 설계도면에 따라 소재를 쌓는 방식의 새로운 제조방법이다. 산업의 범위는 3D프린팅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과 장비, 3D프린팅용 소재, 소프트웨어가 포함되며 3D프린팅을 활용한 서비스도 3D프린팅 산업의 주요 구성요소가 된다. 특히 서비스는 3D프린팅에 적합한 제품의 설계와 출력 등 전문서비스를 제공해 3D프린팅의 활용을 촉진하며 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이미 수년 전에 제품 시장을 넘어섰다.
산업의 구조는 최종제품인 3D프린팅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이 R&D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나머지 분야의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다. 시스템 기업은 필요에 따라 직접 소재를 개발하거나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면서 사업의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국내는 체계적인 정책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나 시장규모와 주요 공급기업 경쟁력 모두에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주요국에서는 항공·우주, 치과·의료기기, 자동차 등의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의 활성화가 진행중이나 국내는 양질의 제조경쟁력에도 불구하고 3D프린팅의 도입이 느리고 전문기업의 기술력과 규모가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국내는 해외 대비 3D프린팅 서비스가 취약하고 공급기업의 규모도 영세하다”며 “국내에서 서비스 시장의 비중은 2019년 기준 28.4%로 세계의 57.5%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의 3D프린팅 활용도도 68%에 머물러 해외의 90% 대비 낮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공급기업의 매출액 평균은 주요국 기업의 5.9% 수준으로 규모의 격차가 매우 크다. 3D프린팅은 미성숙한 시장이나 신뢰성과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 영세한 규모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국내 3D프린팅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조달·서비스·수요 등 가치사슬별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 단계에서는 국내 제품경쟁력과 공급역량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중견 전문기업 육성에 초점을 두고 조달 단계에서는 단기적 경쟁력을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 경쟁력이 비교적 높은 분야를 선별 육성해 글로벌 3D프린팅 공급 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소재 개발 등에는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비스 단계는 국내 3D프린팅 시장 활성화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기존 공공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을 통해 품질 제고를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서비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수요 단계에서는 3D프린팅 수요가 시제품 제작보다는 고부가가치 완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에 대응한 전문 서비스 인력 양성이 필수적으로 전공 범위를 특정하기보다는 소재·부품·장비 기술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3D프린팅에 특화된 엔지니어링 양성과 취업 연계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주요국 대기업의 3D프린팅 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GE와 HP, 독일의 TRUMPF, 일본의 미쓰비시전기 등은 3D프린팅 시스템을 공급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소재 분야에서도 미국의 Dow Corning과 듀폰, 독일의 BASF와 HERAEUS, 일본의 도레이 등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을 비교하면 매출과 수익의 규모는 주요국 대비 한국 기업이 매우 작다. 국내 매출 상위 30% 기업의 평균 매출 규모가 주요국 평균의 18.2%이며 평균 영업이익액은 3.0% 규모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매출에서는 소재(금속)와 생산(폴리머) 기업이, 수익에서는 장비(3D스캐너)와 생산(폴리머) 기업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것.
우리나라 3D프린팅 산업의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우위 진단 결과 모든 가치사슬 단계에서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어 이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산업연구원은 2020년 10월 기간 동안 3D프린팅 산업 분야의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가치사슬 경쟁우위 평가지표에 대한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통해 주요국들의 가치사슬별 경쟁우위를 진단했다.
그 결과 한국은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낮은 5.8점으로 평가됐고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81~85%에 해당한다. 미국과 독일이 각각 9.5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7.6점, 6.9점으로 우리보다 우위로 평가됐다. 가치사슬별로 보면 한국은 수요 단계가 6.5점으로 비교적 높게 평가됐으나 R&D·설계, 조달, 생산, 서비스 등 나머지 가치사슬이 모두 6점 미만에 그쳤고 모든 가치사슬 단계에서 주요국 대비 낮았다.
한국의 경쟁우위가 낮게 평가된 것은 국내 3D프린팅의 산업적 활용이 부족하고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선도기업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가치사슬별 정책제언을 크게 3가지 정책 방향으로 구분해 정책 우선순위가 더 잘 드러나도록 구체화했다. 첫째는 중간규모 이상의 공급기업 육성, 둘째는 서비스 분야 활성화 및 성장기반 마련, 셋째는 인프라·제도 정비로 각각 산업경쟁력 강화 및 시장 확대‧산업기반 조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현재 국내 3D프린팅 기업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육성이 요청된다”며 “국내 3D프린팅 서비스는 정부 사업으로 구축된 제조혁신지원센터, K-ICT 3D프린팅센터, 메이커 스페이스 등 공공 부문이 중심인데 점차 민간이 주도하는 3D프린팅 서비스 육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수요산업에서 3D프린팅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려면 3D프린팅 기술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3D프린팅 제작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달 요소의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3D프린팅 산업 활성화에 군불을 지핀지 수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망세를 고수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정부는 2014년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11대 세부추진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해외든 국산 공급업체든 수요 발굴에 역량을 쏟고 있으며 수요는 교육용, 연구용, 시제품 개발 용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현 솔루션들의 속도가 느려 실제 제조 공정에까지 적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제 업종과 제품에 따라 적확한 솔루션을 발굴해 활용하는 것도 어렵다. 연구개발 시제품 위주로만 염두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공급업체 대부분은 외산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소재 또한 장비와 소재를 연계해 판매하는 산업구조로 검증된 외산 솔루션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공급업체들은 주로 저가 산업용 인용 장비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3D프린팅이 시기상조라 판단하는 수요기업들은 수익성·투자수익을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밀도·속도 측면에서도 여전히 기술개발이 요구되며 대기업에서도 생산부서보다는 연구개발부서에서 니즈가 생성되는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아직 3D프린팅 솔루션이 시제품 및 교육 용으로 인식되는 수준에서 진일보해 완제품(End user product)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교두보 역할을 할 전문인력 양성이 수반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중 대부분이 전문인력 양성의 어려움을 보이고 있으며 현장 투입에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이에 소프트웨어 운용과 그에 따른 교육이 체계화되고 이론과 실무능력을 연계하는 고급인력의 양성이 본격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