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가 “데이터 외면한 기재부 ‘엉터리’ 세수 추계” 지적도

정부가 빅데이터를 쌓아놓고도 제대로 공유하거나 활용하지 않아 정책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세수 추계보다 무려 31조원을 더 거뒀다는 결과를 두고 “이는 IT강국 답지 않은 아날로그식 주먹구구 행정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IT전문가로부터 나와 눈길을 끈다.

IT기업인 한빛미디어의 박태웅 대표는 2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는 애초 작년에 세수 추계를 엉터리로 한 것인데, 이는 방대한 정부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거나 공유하지 않은 결과”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듬해 세수 추계를 위해선 이미 방대하게 축적된 국가 세원(稅源) 자료와 데이터를 기초로 정밀한 계측을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데이터에 입각한 세수 계측 모형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거나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 국가 재정의 역할과 책무와도 관련 있는 대목이다. 많은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가계나 기업과는 달리 무조건 흑자만을 내는 것이 재정의 목표는 아니다”는 지적이 많다.

최배근 건국대(경제학과) 교수의 경우도 평소 “경기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거둔 세금보다 적게 써서 예산이 남았다는 것은 그 만큼 국가가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덜 쓴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엄청난 재정을 들이붓다시피 하는 다른 선진국들과 우리 기획재정부의 태도는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더욱이 세수 추계와 같은 경우는 정밀한 국가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밀한 데이터 과학에 의한 라벨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앞서 박 대표는 “세수를 아날로그식으로 계측하다보니 실제보다 예산이 적을 것으로 추계되고 이를 기준으로 국가 사업도 축소 설계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즉 현대 복지국가 개념에 맞지 않는, ‘작은 정부’ 지향의 관료적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만 하다.

이런 논리라면 결국 빅데이터를 쌓아놓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 고의든 아니든 보수적 관료들의 기득권적 시각이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IT강국이란 명성에 걸맞게 공공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서 과학적이고 정확한 행정과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말로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한다고는 하나 정작 국가 정책 결정에 필수적인 주요 정보는 정부 안에서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행정과 정책이 매우 비효율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내거는 ‘공공데이터 개방’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른바 ‘DNA(데이터, 네트워크, AI)’를 내걸고 디지털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과도 어긋난다.

물론 행정안전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표방하고 있다. 행안부는 최근에도 “본인이 손쉽게 ‘나의 행정정보(Mydata)’를 활용해 준비서류와 대기시간이 없이도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바로바로 신청할 수 있도록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확대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 제공 △참여기관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공공서비스 제공 △기관 간 필요한 정보 교류 등을 추진한다고 했다.

일단 외교부의 경우 여권 발급시 본인정보 확인에 걸리는 시간을 마이데이터로 크게 단축(신청자당 확인시간 10분 → 실시간)하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이동통신사와 함께 통신비 요금감면 신청 자격 확인을 위해 행정 서류 대신 마이데이터로 대체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 밖에 강원도는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제출받던 준비서류들을 없애고 마이데이터로 대체하여 간편하게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행안부 차원에서 그칠 뿐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돼 공유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재정이나 세무, 복지 정책 등 중앙과 지방의 핵심적인 사무와 시책에 필요한 빅데이터는 거의 공유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보니 IT강국의 명성과는 달리 기재부의 사례에서 보듯 세수 예측 등과 같은 국가 재정정책이나 각 시군구의 정밀한 맞춤형 복지 시책이 아날로그 버전의 주먹구구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복지 정책을 가장 많이 실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문제가 많다.

박 대표는 “복지에 관한 국가 공공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보니 각 지자체들은 정작 개개인에게 필요한 복지 정책을 설계할 수 없다”며 “이는 국세청에서 개인 소득 관련 자료를 밀봉하다시피 하며 지자체와 공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밀한 맞춤형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소득 수준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미국이나 스웨덴 등 많은 선진국들은 정책 구현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득 관련 데이터망을 구축, 효율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 정보 침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관료들의 부정적 시각에 가로막혀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구태여 개인의 신상을 노출하지 않고도 단순 넘버링 등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소득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면서 “하려고 들면 전 국민 소득 데이터 라벨링은 우리 기술 수준에선 금방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정책적 오류를 빚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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