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추억이나 향수를 ‘돈’으로 만들어“…과거로 먹고 사는 경제”
이른바 ‘과거, 혹은 추억으로 먹고 사는’ 삶의 방식이 NFT를 매개로 새삼 부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이른바 ‘향수(노스탤지어) 경제’라고 이름붙여 흥비를 끌고 있다. 이 매체는 “최근 역사에서 당신에게 아직도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말하라. 그러면 그것을 위한 NFT가 있을 것”이라고 이를 설명하고 있다.
VR이나 AR 등이 주로 미래나 실현되지 않은 상황을 복제 내지 상상하는 것이라면, NFT는 과거의 일을 복기하고, 추억하며 이를 상품화해서 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블룸버그는 각종 다양한 사례를 들며, ‘노스탤지어 경제’의 다양한 모습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일련의 기업들이 이처럼 역사적으로 기념할 만한 것들을 디지털 세계로 전환시키는 산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는 현상도 눈에 띈다.
대표적 사례로서 유력한 음악 전문 출판사의 자회사인 ‘위뉴’의 경우 아예 자사가 거래했던 주식의 공신력과 독자성을 높이기 위해 NFT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 2013년 앤디 머레이의 윔블던 테니스 우승 장면을 NFT로 상품화하기도 했다.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작품의 시장 가치를 새롭게 매기기 위해 NFT를 사용해 왔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듯이. 비플(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매일 : 첫 5000일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팔렸다.
지금까지 실물이 아닌 NFT로 팔린 작품 중 최고가다. 이는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폴 고갱 등 유명 화가 작품의 경매 낙찰가보다도 더 비싸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룸버그는 “NFT는 또 한물 간 히트 상품이나 콘텐츠를 다시 인기 상품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트위터의 공동창업자 잭 돌시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돌시는 그의 첫 트윗을 290만 달러에 팔았다.
또 10년 된 인터넷 밈 ‘나이언 캣’은 59만 달러에 팔렸다. 또 미국의 한 자동차 회사는 NFT로 경매하기 위해 디지털 핫 휠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밝혔고, 뉴스 전문 매체인 CNN은 역사적인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을 역시 NFT로 전환, 판매하기로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블룸버그는 “과거에 대한 향수나 보존욕구는 인간 조건의 일부이며, 그것을 수익화하려는 본능은 당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수집광들은 ‘바비’ 인형이나 박하 사탕 냄새가 나는 베이브 루스 카드를 재판매하는 것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처럼 흘러간 추억이나, 오래된 기념물, 유산 등을 다시 상품화하기 위해 NFT가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처럼 과거를 복제하거나 복고하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며 확대되어왔다. 소니 그룹이 만든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2002년 스파이더맨 영화도 그런 사례다.
이는 블록버스터 만화책에서 영감을 받은 프랜차이즈으로서, 누구나 갖고 있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희생시키는 리메이크 작품들이다. 이는 유사한 형태의 복고풍 상품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던 셈이다.
NFT는 바로 이런 복고풍의 데자뷔 본능을 밑천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알려지기론 모든 인디 록 밴드들이 80년대를 테마로 한 앨범을 NFT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월가도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나 게임스톱과 같은 오래된 (먼지투성이) 소매주의 부활을 NFT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 또 최근 있었던 비디오 게임 메가 이벤트인 ‘E3’에서 가장 많이 인기를 끈 게임들이 ‘어드밴스 워즈’, ‘헤일로’, ‘메트로이드’, ‘젤다의 전설’ 등 수십 년 된 프랜차이즈에서 새로 출시되거나 다시 상상된 게임들이었다. 이들 역시 NFT 시장의 좋은 재료들로 주목받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영화나 게임을 리메이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NFT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재빠르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원본 자료는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고, 파일을 NFT로 변환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경매에 부치고, 상품 설명과 가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되며, 때로는 웹에서 원본을 삭제하기만 하면 된다.
블름버그는 특히 “‘향수(노스탤자)의 경제’는 최근에 와선 현실세계와 경제에서의 새로운 트렌드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며 밀레니엄 세대의 사례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아직은 젊지만, 어린 시절에 대한 나름의 향수와 추억을 지닌 밀레니엄 세대가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으며, 그 중 많은 돈을 실제 및 가상현실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가처분소득도 어느 정도 있고, 비록 집을 살 정도는 아니지만 “포켓몬 카드에서 적은 재산을 모을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 특히 ‘냅스터’ 세대는 디지털 장신구들을 위한 소프트 스팟을 가진 최초의 세대로 꼽았다.
실물경제에서 암호화폐를 통해 상당한 부를 쌓은 계층 중 많은 수가 이들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이 앞장서서 준(準) 예술품을 사기 위해 NFT를 활용하고 가격을 조작한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NFT가 만든 ‘노스탤지어 경제’는 세계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축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