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ㆍ수십만 화합물중 AI로 분자화합물 초특급 추출…美 벤처기업 등 개발 성공

‘코로나19’ 백신은 대체로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개발되었다. 그러나 보통 신약의 경우 평균 약 7년이 소요된다는게 제약업계의 정설이다.

그에 비하면 ‘코로나19’ 백신은 최단기간에 개발해낸 사례로 오래 기억될 만하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의 일부 벤처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불과 21일만에 개발하는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최근 2~3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를 발견하는 프로세스를 21일까지 단축했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제약 관련 여성인력 양성과정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제약 관련 여성인력 양성과정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국내 기술 컨설팅 및 리서치 기관인 IRS글로벌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사의 AI기술의 원천을 다른 벤처기업이나 제약회사들에게 오픈소스로 제공, 초단기 신약 개발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다른 벤처기업들에게도 오픈소스로 제공

이에 따르면 제약업계에선 하나의 신약이 시판되기까지 평균 약 7년이 걸리며, 26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된다는게 정설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 수만 내지 수십만 건에 이르는 화합물을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표적에 해당하는 단백질에 강하게 작용하는 것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탐색 프로세스를 아예 자동화하여, 비임상 실험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인실리코 메디슨은 AI를 사용하여 비임상 실험까지 2~3년이 걸리던 것을, 불과 21일 만에 완료하는데 성공했다.

IRS글로벌은 그 과정을 소상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즉 “과거에 연구된 화합물에 관한 데이터를 ‘라이브러리’를 통해 학습한 AI는, 먼저 3만 건 이상의 후보를 도출하고, 그 중에서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큰 6가지 화합물을 특정했다”면서 “그런 다음 연구자가 6가지 화합물을 실제로 만들었고 그 중 한 가지 화합물은 동물실험까지 진행하여 바람직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AI는 사람이 처리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사람보다 빨리, 가능성 있는 분자 화합물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창발적 생성 능력 ‘GAN’ 투입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AI를 이용한 초특급 신약 개발 과정에서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 생성적 대립 신경망)을 적용한 점이다. 이는 미처 입력된 데이터가 없고, 학습한 적이 없는 낯선 상황에서도 인간 뇌 기능과 유사한 신경망 기능을 발휘, 새로운 현상이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채 학습하거나 존재하지도 않는 얼굴이나 풍경 사진을 AI 스스로가 만들어내거나 흑백 그림을 자동으로 채색하기도 한다.

IRS글로벌은 “특히 제약이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화합물을 생성하는 프로세스이므로, GAN을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즉, 과거의 화합물의 특징을 추출하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내며, 그 성과를 검증하는데 GAN이 제격”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인실리코 메디슨은 이런 기능을 갖춘 새로운 AI 알고리즘 ‘GENTRL’을 개발, 제약 프로세스를 연 단위에서 일 단위로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나아가선 이를 오픈 소스로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이를 열람ㆍ이용하거나 개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국 기업과도 협업, ‘GENTRL’을 적용한 제품군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고객 기업들에게도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호의를 넘어서 제약에 필요한 화합물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AI의 정밀도를 향상하려는 목적도 있다.

 

영국ㆍMS 등도 AI활용 신속히 신약 개발 중

IRS글로벌에 의하면 이 밖에도 오픈소스를 활용해 초특급 신약 개발에 뛰어든 회사들이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비네벌런트AI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업해 신장 질환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얀센과도 제휴하고 있다. 또 콘세르토 헬스 AI도 종양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화이자나 브리스톨마이어스와 협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와 함께 유전자를 사용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딥마인드사도 유전자 데이터를 통해 생성되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고 제약 개발에 적용되는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인실리코 메디슨의 경우는 특히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GENTRL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AI의 알고리즘은 다양한 데이터를 접할수록 개선의 여지를 찾아내기 쉽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 사외의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입력하여,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초특급 신약 개발 기술 역시 이런 협업에 기초한 덕분이라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