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의의ㆍ영향 및 시사점’ 발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술적,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으므로 성급히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논의 과정이나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선임연구원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의의,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란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한다.
이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구별되는 법정통화(legal tender)로서 실물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어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므로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와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도 발행하는 ‘소매 디지털화폐’로 나눌 수 있다.
아직까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나 다양한 기술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급결제의 중앙집중 혹은 분산 형태에 따라 지급결제 관련 정보의 보관과 관리를 중앙은행 또는 위임받은 은행이 운영하는 단일원장방식(계정형)과 블록체인기반에 의거하여 거래정보가 다수에 의해 분산되어 관리되는 분산원장방식(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일명 토큰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산원장방식의 경우 중앙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보유자가 전자지갑을 활용하여 잔액을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실물화폐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분산원장방식은 다시 허가형과 비허가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거래취소 등에 따른 지급결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허가형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아직까지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공식화한 나라는 없으나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경제내 현금 이용 비중이 하락함에 따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e-krona)의 발행 여부를 금년중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아직까지 발행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캐나다와 싱가포르는 도매 디지털화폐 발행을 거액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로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에는 인구가 적고 현금이용이 감소추세인 경우나 지급결제서비스 등 금융서비스가 미흡한 나라(우루과이, 튀니지 등)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화폐를 이용하여 은행간 결제에 시험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인민은행이 중앙은행-상업은행-일반고객으로 이어지는 2단계 디지털화폐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국경간(cross-border) 거래에 활용하여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해서만 디지털화폐를 보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디지털화폐와 지급준비금간의 전자적 교환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경제내의 통화총량이나 금융부문에 새로운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디지털화폐가 보급되는 소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지급결제의 편의성은 물론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금융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전통적인 화폐의 개념과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인 지급결제의 안정성, 통화정책의 유효성, 금융안정 유지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통해 지급결제의 효율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증진시켜 나가면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다라 보고서는 먼저,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에 우선하여 세부적인 발행형태를 설계하여야 한다고 했다.
블록체인 등 새로운 운영체계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급 편의성을 위한 출발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 했다.
보고서는 또한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 및 금융안정성 유지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 했다. 디지털화폐에 대한 금리수준 부과시 장단기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은행의 자금조달 기반인 예금 감소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새로운 금리체계 하에서 현금 및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 변화나 은행의 신용창출 저하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금융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향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발행될 경우 다양한 전자금융업자 등 민간부문과의 경합으로 지급서비스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화폐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과 아울러 금융관련 법률의 정비도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무엇보다 화폐의 발행과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한국은행법의 정비를 기반으로 하여 은행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률에 대한 금융당국자간 긴밀한 협조와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