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의무화·정보보호인증, ‘암호화폐업 제도화’ vs ‘영세업체 폐업도’

새해를 앞두고 내년 3월부터 시행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암호화폐 업체나 블록체인 관련 단체와 기업에서 그 영향이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금법은 지난 3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년 후인 오는 3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통제를 골자로 한 것이어서 특히 입법화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수 권고사항 준수토록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6월 내놓은 권고지침을 의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일련의 조항들이다. 그중에서도 기존 금융기관에 부과된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 즉 암호화폐업계에도 적용하는 내용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업체는 앞으로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즉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춰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천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하다. 다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정한 핵심 지침이라고 할 ‘트래블룰’은 특금법 시행부터 다시 1년이 지난 2022년 3월25일부터 적용된다.

특금법 개정안은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기밀성과 투명성, 탈중앙화(디파이)를 핵심으로 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격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암호화폐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발할게 분명함에 따라 영세한 암호화폐 사업자는 자칫 퇴출될 염려도 있어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기나 파산 등으로 피해를 양산해온 암호화폐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고 제도화하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별도의 자격 요건도 없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의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사기, 거래소 파산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줄어들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많다.

 

법 시행 후 6개월 내에 실명확인 계좌 등록해야

특히 민감한 이슈는 실명확인 계좌 의무화 조항이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모든 업체는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고, 정보보호인증체계(ISMS)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이는 개정안에서 아예 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 거래소만 이를 준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정된 특금법이 시행되면 실명계좌 등 자격조건이 더 엄격해짐에 따라,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거래소 운영이 불가능하고 자칫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만약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특히 핵심적인 자격 요건인 ISMS를 보유하는 것도 영세업체로선 만만찮은 일이다. 이를 획득하기 위해선 최소 1천만원 이상의 심사 수수료와 보안 솔루션 도입,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 자금 상황이 열악하고, 장시간의 심사 과정을 견딜만한 능력이 안 되는 영세 암호화폐 사업자들 중엔 그로 인해 등록을 포기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암호화폐 업계 역시 자본과 조직이 튼실한 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영세업계 일각, “시행령서 좀더 완화돼야”

이에 따라 업계에선 “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에서라도 ‘가상자산사업자’(암호화폐업자) 범위와 실명계좌 발급 조건, 절차 등에 대한 현실성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금융위원회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시행령 초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근거해 정부도 지난 11월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정의, 가상자산의 범위, 신고 서류 및 절차,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개시 기준,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제공 대상·기준 등을 담은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춰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