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등 중고시장, 모바일 중고거래 이용자 1000만명 시대
# 미개봉 새 상품인 유아 부츠를 판매한 주부 김모(33·서울 마포구 창전동)씨는 당근마켓에 제품을 올리자마자 30초도 채 안 돼 거래가 성사됐다. 키워드를 'OO 부츠'라고 등록한 사람이 채팅으로 연락 온 것이다. 김씨는 입금을 확인한 후 제품을 편의점 택배로 보내고 송장을 찍어서 채팅창으로 연락하고 거래를 마무리했다. 김씨는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유아 물건을 시기별로 구입할 게 많아요. 필요 없는 것을 중고로 팔다 보니 집안을 비우기도 좋고 또, 사고파는 재미도 쏠쏠해요"라고 말했다.
최근 중고거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움츠려들면서 가성비가 좋은 중고가 인기인 데다, 개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을 거래하면서 하나의 놀이처럼 번졌다. 해외의 경우 최근 세계 최대 중고 패션 온라인 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UP)이 2021년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스레드업은 IPO를 통해 2∼3억달러(약 2300∼3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전망인데, 데이터 금융기업 피치북에 따르면 2019년 주가 기준, 기업 가치가 6억7000만달러(약 8000억원)로 평가됐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중고거래 앱은 2010년대 중반까지 성장 정체를 보이다 월 이용자수 200만명 규모를 확보한 지난 2018년부터 매년 45%, 66%, 117%씩 해가 갈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고거래 이용자들의 연령대 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중고거래 앱 이용자를 연령별로 살펴본 결과 ▲40대 28% ▲30대 25% ▲50대 22% ▲20대 1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생활용품이나 육아용품 판매에 적합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2010년대 중반 대비 40~50대 이용자의 비중이 늘어났으며,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고 지역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2016년 44%였던 비수도권 이용자의 비중이 2020년 50%로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앱을 쓰는 순이용자수(UV)가 올해 6월 기준으로 1090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4050만명의 26.9%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순 방문자 순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고거래 앱이 당근마켓(981만명)으로, 번개장터(219만 명), 중고나라(76만 명), 헬로마켓(36만 명), 옥션중고장터(24만 명)가 뒤를 이었다.
닐슨코리아클릭은 “특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중고거래 앱 이용자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여 유의미한 시장이 형성되자, 판매 혹은 구매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더욱 빠르게 몰리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지난 9월 8월 월간 순이용자수(MAU)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누적 다운로드 수를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MAU 1000만을 넘어선 서비스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정도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거주지의 반경 6㎞ 이내에 있는 이웃 간 중고 물품 거래를 서비스하는 게 특징으로, 1년 간 매월 10% 내외로 이용자 규모를 키워 올해 6월 전자상거래에서 쿠팡에 이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중고거래 앱이다. 당근마켓은 거주 지역 GPS 인증을 기반으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 간 직거래가 중심이 되며 신뢰할 수 있는 중고 거래 서비스로 입지를 다졌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자 서비스 초기부터 자체 개발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활용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굵직한 기업들도 하나둘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 3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을 출시했다. 그냥 중고가 아니라 한정판 같은 희소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이용자를 공략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쿠팡의 중고시장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쿠팡은 반품 제품에 등급을 매겨 중고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마켓플레이스 판매자로 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빠르면 내년 상반기 개인 간 직거래 서비스 개시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SK증권 박한샘 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중고시장은 당근마켓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플랫폼, 거래액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면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 쿠팡이 중고 플랫폼 역할로 자리 잡을 것을 감안하면 마켓 플레이스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