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쏟아진 관심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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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영국에서 승인 받고 현지에서 환자 모집에 본격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연말까지 임상에 대한 중간 결과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17일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T-P59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고 충남대병원에서 건강한 피험자 32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3분기 내 결과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승인받는 대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충남대병원 등 총 5개의 병원에서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에 나설 예정이다.

GC녹십자는 혈장 치료제의 특성상 보건당국과 임상1상을 생략하기로 한 바 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서 다양한 유효 면역 항체를 추출해서 만드는 고면역글로불린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 'SK바이오팜'트리온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전적격성평가(PQ, Pre-Qualification)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리툭시맙 성분 바이오시밀러로 최초로 인증받은 '트룩시마'에 이어 두번째로 WHO PQ 인증을 획득했다. WHO PQ 인증은 WHO가 개발도상국에 의약품, 백신 등을 공급하기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유엔(UN) 등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또 하나의 성장동력
의약품, 의료기기를 주축으로 하는 보건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건산업 수출규모는 전년대비 26.7% 늘어난 96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수출규모에 있어 사상처음으로 보건산업은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에 이어 6대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분야별 수출성적표를 보면 의약품은 전년대비 52.5% 증가한 38억달러, 의료기기기는 23억달러(21.5%증가), 화장품은 34억달러(9.4%증가)였다.

지난 2019년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51억 9515만 달러였다; 2018년 46억 7311만 달러대비 1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5억 7584만달러였으며, 뒤를 이어 독일이 5억 7129만달러, 미국이 5억 2909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미국이 5억 244만 달러로 1위, 독일이 4억 6070만 달러로 2위, 일본이 4억 5686만 달러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단일품목으로는 셀트리온의 램시마주100mg이 1087억으로 1위를 차지했고 국산 토종신약 21개도 총 2350억원을 생산하며 전년대비 26% 이상 증가하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실적과 기술특례상장
K-바이오산업 성장의 기반에는 민간과 정부가 민첩하게 대응한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 코스닥 시장만이 보유하고 있는 제도이다. 2005년 코스닥시장에 도입되어 상장기업 100사 돌파를 앞두고 있는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이익실현 기업 중심의 전통적인 IPO(기업공개) 틀에서 벗어나, 현재 영업실적이 없더라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알테오젠,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브릿지바이오 등이 모두 코스닥 기술특례상장기업들이다. 국내기업 뿐 아니라 외국기업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돼 있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의 기반은 재무제표상 수치로 표현될 수 없는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이라는 무형의 자산이다.

실적 개선 소식을 알리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여러 글로벌 회사들과 협약을 맺고 사업 다변화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에도 올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지금까지 수주한 물량은 약 1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 물량 대비 약 4배, 매출의 약 2.5배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최근 협약을 맺고 해당 백신물질 원액을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주목받은 K바이오
8월6일이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200일이 된다. 코로나 사태는 다른 한편으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K-의료’의 힘을 인정받은 계기였다.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기업들은 코로나 19 관련 의약품 수출 뿐 아니라 진단키트의 발빠른 공급으로 전세계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중요한 계기였다.

그 도화선은 무엇보다 ‘진단키트’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3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진단검사 건수는 153만7704건에 이른다. 조용한 전파라는 특성을 가진 코로나19의 경우 자칫 검사가 지연될 경우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수 있다.

추가전파를 막고 빠른 진단으로 사망률을 낮추려면 진단키트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진단키트가 K-방역의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전세계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진단키트 수출액은 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00만달러)보다 13배 늘었다. 수출국도 149개국으로 확대됐다.

물론 진단키트는 방역의 수단일 뿐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의료기술의 힘은 결국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 판가름난다.

한국 의료산업의 실력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국내 기술력은 아직 미국이나 영국 등과는 대등하다고 말할 수 없다. 큰 기대를 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한국은 주요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개발단계에서부터 크게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료제의 경우 렘데시비르가 전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며 백신은 여러 다국적기업이 상업화 전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해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은 빠르면 올 연말부터 영국과 미국에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치료제 11건, 백신 2건 등 모두 13건의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7월17일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를 추가 승인하면서 1건이 늘었다.

대다수 제약기업은 약물 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특화된 치료제를 개발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약물 재창출은 안전성이 보장된 기존약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능을 평가하는 방식이라 비교적 빠른 시간에 개발할 수 있어서다.

에볼라치료제로 개발하던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효과를 보여 치료제로 국내·외에서 허가받은 것도 약물 재창출의 일환이다. 약물 재창출이 아닌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가운데 혈장치료제를 개발중인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진입한 제넥신은 개발 중인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내년 하반기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 등도 연내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다가오는 진실의 시간
백신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사실은 3상 결과 발표 이후에나 가능하다. 임상 1상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게서 약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수준이며 임상 2상은 적정 투여량과 용법 평가에 그친다. 수천명이상 수만명에 이르는 대상으로 진행되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임상 3상부터다. 당연히 한국이 개발하는 치료제와 백신도 임상 3상을 거쳐야 한다.

코로나19로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실은 미묘하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진출한 대부분의 해외 사업에서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런데도 자본시장에서는 K-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은 부풀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헬스케어 업계의 주식 이상 급등 현상이 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적정 기대치를 넘어선 투자를 일컫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이 자주 일어나는 종목이 바이오 기업들이다.

코로나 19 발병 초기에는 진단키트 수요 급증 이슈로, 최근에는 백신·치료제 개발 등의 소식과 엮여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헬스케어 분야 올해 월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8.9배에 이른다.

상장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던 SK바이오팜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바이오 투자 과열 현상은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강국이 되지 않는 이상 언전가는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실제 업계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국 우한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던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건설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고 면역항암제를 들고 내년 중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던 GC녹십자셀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신청을 잠정적으로 보류한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일반 환자들의 병원행이 줄면서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국내 대형 제약사의 경우 원외처방 감소 영향권에 들어섰다. 연구개발(R&D) 역시 위축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환자 모집이 쉽지 않은 상태다. 어떤 거품도 언젠가는 진실의 시간과 직면하는 순간을 맞는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아직 그 순간을 경험하지 않았다.

리스크와 검증
바이오 산업은 리스크가 크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100대 바이오 기업 중 자체 제품을 보유해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하고 있는 시가총액 10위권 이내 기업(시총 20조원 이상)을 제외할 경우 약 80%가 국내 특례상장기업과 같이 적자 상태라고 한다.

에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Gilead science는 1992년 나스닥 상장시 시가총액 1000억∼2000억원에 불과한 회사였으나, 현재는 AIDS(에이즈)치료제, 타미플루, C형 간염치료제 등의 잇따른 성공을 기반으로 시총 100조원을 상회하는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했다.

바이오 산업은 이제 생사를 가르는 검증 과정에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를 우리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기술개발부터 인허가·생산·출시까지 전 주기에 걸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 아래 5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연구개발(R&D) 확대, 금융 및 세제지원, 인허가 규제 합리화,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가 우리 경제를 끌어 갈 차세대 산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대규모 코로나 검사는 첨단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관과 인원을 양성, 관리해 온 국내 의료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높은 수준의 인프라가 코로나 진단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발 빠른 진단 시약 개발과 기민한 대응, 민관 협력이 그 비결이었다, 당장 코로나 19 치료제와 백신개발은 믈론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문제도 그럴 것이다.

아직 시장의 검증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현실적으로 국내 바이오 회사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검증을 통과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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