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아마존의 비즈니스용 ‘알렉사’는 MS, 구글과 호환 되는 기능을 선호하곤 한다. AWS에 익숙한 사람들은 MS의 비주얼 스튜디오나 구글 이클립스에도 익숙하다. 특유의 자신감이라고 할까.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AWS는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생태계에서 가급적 경쟁사와 직접 맞서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웹 사이트 응용 프로그램의 월활한 구동을 위한 툴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클라우드 ‘빅3’라는 네이밍으로 삼각 경쟁구도의 맞은 편에 있는 MS나 구글에 대해 너그럽기 한량 없다. ‘똘레랑스’ 전략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굳이 ‘화답’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구글 클라우드 역시 그렇다. 이 회사의 야심작인 ‘빅쿼리 옴니’는 그 뛰어난 데이터 스토리지와 분석 기능의 서버리스 웨어하우스답게, 자못 넉넉한 품을 자랑한다. AWS나 MS 애저와 같은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이는 만사형통이다. 흔히 클라우드를 오가며 데이터를 옮기는 일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다. 돈도 들고, 업무 효율성도 문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빅쿼리’는 마음씨 좋은 단골 가게 주인과도 같다. 데이터 세트를 애써 옮기거나 복사할 필요없이, 구글 클라우드, AWS, 애저에 있는 데이터에 직접 연결하게 한다. 돈 들여가며 구글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옮기지 않아도 되고, 데이터 사일로 걱정없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어 기업으로선 고맙기 이를데 없다.

MS도 이런 사이좋은 대열에 흔쾌히 참여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프로그레시브 웹의 앱을 더욱 쉽게 개발하거나, 쉽게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사용자들도 보통의 앱처럼 플레이 스토어에서 검색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맞장구치며 구글도 자사의 기업용 크롬북에 윈도우 앱을 장착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또 플레이 스토어에서 안드로이드 앱 대신에 프로그레시브 웹 앱을 제공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윈도우와 안드로이드 모두에서 더욱 많은 앱을 동일한 형태로 실행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이들의 진짜 속셈은 뭘까. 시쳇말로 왜 ‘죽쒀서 남주는’ 것과 같은 짓을 반복할까. 그 행간의 의도는 뻔하다. 결국은 그 모든 효용이 자신의 이익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때론 손 안대고 코푸는 식의 마케팅 의도가 엿보인다. AWS가 독창성이니 차별화니 하기보단,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편리한 기존의 ‘표준’을 도입한 것도 그래서다. 소비자들로선 새삼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어 좋고, AWS를 더 찾을 수 밖에 없다. 애써 공격적 마케팅에 땀흘리기보단, 그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셈이다.  
구글이 MS의 ‘선의’를 선선히 받아든 것도 마찬가지다. 플레이 스토어를 다양한 종류의 크롬 OS와 안드로이드용 앱을 제공하려는게 구글의 진짜 속내다. 크롬북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는 MS에게도 좋은 일이다. 소비자들이 디바이스와는 무관하게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면서, 새롭고 다양한 안드로이드 SW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용자들 역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택을 마다할 리 없다.

좋게 말해 이는 일종의 사이버 브레인의 공유다. 글로벌 기업의 생각과 경험이 마침내는 하나로 공유될 수 있다는 점에도 그렇다. 언뜻 18C 나다니엘 호손이 말했던, “지구 자체가 가득찬 거대한 머리요, 사유”라고 했던 관찰에 견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촌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있는 이들 기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결국은 ICT소비자 심리와 인지적 행태를 해부하며, 디지털 혁명을 좌우하고픈 고도의 전략일 뿐이다. 달리 말해 은밀한 상업적 덫을 깔아둔, 계산적인 공유의 그물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그 와중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더 득을 볼 수 있는가 하는게 문제다. 그래서 일단은 두고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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