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급 와이파이 16년만에 공급
한국과 미국의 ‘5G(5세대) 와이파이’ 상용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정부는 25일 “현재 통신·방송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6㎓ 주파수 대역 총 1200㎒ 폭의 전파를 5G급 차세대 와이파이인 ‘와이파이6E’에 활용할 수 있는 비면허 주파수로 내놓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5G(5세대) 이동통신을 보완하기 위한 차세대 주파수가 공급되면서 16년 만에 와이파이 속도가 5배로 빨라지고 저비용으로 5G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5G급 와이파이 16년만에 공급
정부가 기존 와이파이보다 5배 빠른 5G급 와이파이(Wi-Fi)를 이용할 수 있는 6GHz대역 비면허 주파수를 공급한다. 비면허 주파수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다. 특히, 정부는 6GHz대역 와이파이와 5G 등이 연결되는 기술기준을 세계 최초로 마련함으로써 관련 중소기업들이 6GHz 대역 와이파이 기기단말·콘텐츠·게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와이파이의 경우 속도가 5배로 대폭 향상돼 고용량의 5G 콘텐츠를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와이파이용 주파수 공급은 16년 만의 일로, ’반쪽’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내 5G 서비스가 이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와이파이 6E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제적으로 출시해 글로벌 기술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와이파이 6E
와이파이 6E는 802.11ax라는 최신 와이파이 기술 표준을 6㎓ 이상의 고주파수 대역 전파로 서비스하는 것을 뜻한다. 최대 속도가 기존 와이파이의 3배에 달하고, 접속 지연 시간도 짧아 통신업계에서 ‘5G 와이파이’로 불린다. 현재 집에서 1GB(기가바이트)짜리 동영상을 와이파이로 받는데 15~25초 가량이 걸렸다면, 5G급 와이파이6E 환경에서는 5~9초로 짧아지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5G 와이파이가 상용화되어야 진정한 5G 통신 시대가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노트북·태블릿 PC, 스마트TV, AI스피커, 휴대용 게임기, 스마트 안경 등 가정과 사무실에서 쓰이는 모바일·스마트 기기 대부분이 여전히 구식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경쟁
코로나-19 확산으로 초고속 통신망과 주파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6㎓ 대역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미국은 주파수 수요 해소를 위해 6㎓ 대역 전체를 비면허 용도로 공급하기로 지난 4월 의결한 바 있다. 2개월 만에 우리나라 정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5G 와이파이용으로 내놓은 전파는 주파수(6㎓)는 물론 대역폭(1200㎒)도 미국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문제는 장비와 단말기를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다. 5G와이파이 반도체 기술은 미국이 한발 앞섰지만, 이를 이용한 장비와 단말기 기술은 한국이 더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르면 올해 10월 이후 한국 혹은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5G 와이파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미 기술 경쟁
한·미 간에 5G 와이파이 서비스를 위해 주어진 주파수 환경이 사실상 동일한 상황에서 남은 것은 민간 기업 간의 기술 경쟁이다. 미국에서는 통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지난 2월 세계 최초 와이파이6E 칩셋을 발표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이르면 하반기에 와이파이6E 용 칩셋 시제품을, 내년 중에는 와이파이6E가 가능한 스마트폰용 통합 칩셋의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와이파이6E 기술이 적용된 와이파이 AP(액세스포인트)와 무선랜 카드, 인터넷 공유기 등이 올해 4분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과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5G 와이파이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내놓기 위해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등과 이미 기술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사도 관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는 5G 와이파이 서비스의 빠른 상용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G 와이파이 서비스가 빨리 상용화되면 통신3사의 초고속 5G 투자 부담도 일부 덜어질 수 있다. 현재 통신회사들이 국내 5G 서비스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28㎓ 주파수 대역의 5G 서비스는 전파의 도달 거리가 매우 짧아 집안이나 사무실 안에까지 서비스하려면 집집마다 초소형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와이파이6E가 상용화되고, 전국의 가정과 사무실에 설치된 기존 와이파이 장치가 5G급으로 업그레이드 되면 자연히 기지국 숫자를 많이 늘리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5G 이동통신과 5G 와이파이를 연계하는 서비스도 연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우리 ICT 산업 국제 경쟁력 유지 강화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