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베이징동계오륜부터 실용화”, ‘규제’ 일변 미국도 고민 중

사진은 페이스북이 발간한 디지털 화폐 ‘리브라’.
사진은 페이스북이 발간한 디지털 화폐 ‘리브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폐 분야에서 중국이 먼저 발빠르게 앞서 나가면서, 기왕의 미․중 간 블록체인 기술경쟁의 판도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경제와 국제교류 전반에 걸쳐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4차산업혁명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적어도 디지털화폐 기술 부문에선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 감으로써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단순한 대안 화폐의 차원을 넘어 인터넷 이후 가장 큰 혁신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실용성 확인’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블록체인은 ‘디지털화된 공개 분산원장에 의하여 거래기록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컴퓨터 네트워크 기반 기술’로 정의된다. 중국은 최근 이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인 CBDC를 공식화할 조짐이다. 이는 중앙은행 내 지준예치금이나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4월 이미 CBDC 유통시험을 거쳐 그 유용성과 실용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무렵엔 아예 CBDC를 공식 화폐로 통용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입증하듯, 선전·쑤저우·슝안신구·청두 등 2022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장소에서 폐쇄식 테스트를 진행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정부, 페이스북 ‘리브라’ 비판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세계 각국의 CBDC 발행연구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면에서 중국을 따돌려야 하는 미국으로선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그러나 공식적으론 디지털 화폐에 대한 부정적 태도여서 더욱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에 앞서 이미 페이스북은 자체 민간화폐인 ‘리브라(Libra)’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등 관계당국은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페이스북의 스테이블 코인인 리브라는 은행 예금이나 단기 국채 등을 사서 전자지갑에 저장해 두었다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다. 그러나 리브라의 발행은 페이스북이 사실상 통화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미 정부와 국제 통화기구 등에선 통화 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통화질서 혼란…” 그러나 고민스러운 미 정부
특히 미국으로선 리브라가 연방정부가 관장하는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권한을 빼앗아 통화 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이를 강력 저지하고 나섰다. 미 의회에서도 당장 리브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중국에선 아예 중앙정부가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기로 함으로써 미국으로선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리브라 등 디지털화폐에 대한 미 정부의 부정적 노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와 무역, 군사 등에서 사실상 ‘적국’으로 간주하는 아닌 중국이 CBDC를 발행함으로써 미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자칫 이를 방치하거나, 마냥 디지털 화폐에 대한 보수적 정책을 고수하다간, 달러화 중심의 세계 통화질서 주도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디지털화폐에 대해 미국이 어떠한 대응을 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주 연방준비은행들 디지털화폐에 지대한 관심
현재로선 아직 이에 대한 미 정부 차원의 긍정적 신호는 전혀 없다. 다만 주 정부나 각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의 특성과 실용화 가능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계좌 기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영향력을 분석한 연구 논문을 펴내면서 관심을 보였다. 필라델피아 연준은 CBDC가 단기간 예금을 예치한 뒤 만기를 바꾸는 이른바 ‘만기변환(maturity transformation)’ 기능을 두고 상업은행과 어떤 방식으로 경쟁할 것인지에 주목했다. 논문에 따르면 CBDC는 언젠가 상업은행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이 인용한 UN 글로벌 블록체인 전문가 마시모 부오노모도 “디지털화폐, 특히 중국의 CBDC 때문에 멀지않아 은행 계좌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했다. 이미 미국의 산업계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CBDC를 계기로 디지털 화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 정부 내 혼선 감지
디지털 화폐에 관한 미 정부 내의 혼선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오히려 디지털 은행 활동에 관한 규제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디지털 은행업이 계속해서 진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다. 반면에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는 정반대로 핀테크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액센추어와 IBM, ING, 나스닥, 디지털에셋 등 36개 회원사로 구성된 인터워크 얼라이언스(InterWork Alliance)가 디지털 화폐를 위한 토큰 표준을 설정하기 위한 공동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미, 탈중앙화 금융 피할 수 없어”
국제 암호화폐나 디지털화폐 시장의 분위기도 이런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DAI(다이)로 알려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국제 암호화폐 네트워크인 메이커다오(MakerDAO)는 대출에 대해 받는 담보물을 추가로 다각화할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메이커다오는 현재 암호화폐만 담보로 받고 있지만, 담보물의 범위에 실물 자산을 포함할지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이 대출을 제공할 때 각종 공급망의 청구서나 영수증, 로열티 증서 등을 담보로 인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곧 실물자산과 맞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의 본격 유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탈중앙화 금융이 응용된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자금이 부족한 공급망에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은행업과 대부업이 자금 중개 역할을 하던 종래의 위상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미국도 비록 디지털 화폐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와 기관별로 다양한 특색을 갖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 에너지부는 연구 개발 자금 1억 달러를 4개 기관에 지원하는 등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거래 플랫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발 나아가 자체 전력망을 보유한 연구소를 통해 신규 시스템 적용 및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에 의한 새로운 디지털 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화폐의 발상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연방 조달청도 조달 프로세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접목함으로써 조달 자동화와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 조달 계약 자동화 프로세스인 ‘FASt Lane’에 분산장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론 다수공급자계약제도(Multiple Award Schedule)에도 블록체인 기반 조달 기술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조달청에서 1,000만종 이상의 상업용 물품·서비스를 일정 기간 정해진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민간업체들과 범정부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하는 체계다.

연방 보건복지부도 조달 계약 가격, 거래 조건 등 정보의 시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분산장부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에 대한 시범적으로 응용 테스트를 시작한 단계다. 이런 네트워크가 좀더 유연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디지털 화폐를 접목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일부 전문가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의 CBDC가 활성화될수록 미국으로선 이를 지켜볼 수 만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류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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