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설립 경쟁, 치열
국내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NHN이 경상남도 김해에 제2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SK브로드밴드도 서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는 크다. 현재 한국은 국내외 클라우드 업체들의 전쟁터다. 구글은 지난 2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서울과 부산에 두 곳의 리전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부산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라클도 지난해 6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NHN과 SK브로드밴드
NHN이 약 5천억원을 들여 경상남도 김해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R&D)센터를 짓는다. NHN은 올해 초부터 경남도청과의 투자 상담을 계속하며 경남 지역 내 총 3곳의 데이터센터 후보지를 제안 받았다. 이후 현장 실사와 기술 평가 등을 거쳐 김해 부원지구를 두 번째 데이터센터 최종 부지로 선정했다. NHN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약 5000억원을 투입해 김해시 부원지구 약 6만6115㎡(2만여 평) 부지에 데이터센터 기반 스마트 시티 플랫폼 센터를 공동 구축한다. 또 2022년까지 인터넷 기반 도심형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고 정보통신 인재 양성을 위한 R&D센터와 스마트 홈 시범 단지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10만대 이상의 대규모 서버 운용이 가능해 경기도 판교에 있는 데이터센터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다. NHN은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급증하는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산업 간 연계를 통해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도 서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 SK브로드밴드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부지 내 연면적 약 6만9000㎡를 확보해 지상 10층~지하 5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서울 서초, 고양 일산, 성남 분당 데이터센터에 이은 SK브로드밴드의 네 번째 데이터센터다. 건물은 데이터센터 전용이다.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고객 수요에 따라 경쟁사의 통신망 이용까지 지원하는 통신망 중립 지향 데이터센터로 구축한다. 5000억원이 투입되는 가산 데이터센터는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 수용이 가능한 규모로 구축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
국내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NHN이나 SK브로드밴드만이 아니라 삼성SDS, 롯데정보통신 등의 IT서비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 등의 수요에 대응하며 대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는 있다.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복수 데이터센터를 뜻하는 '리전'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 리전이 있으면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 지역과 가까운 리전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서비스 지연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AWS의 라이벌인 MS는 최근 이탈리아, 뉴질랜드, 폴란드 등에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MS의 리전 수는 54개에서 61개까지 또 늘어나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 리전을 두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직 입지가 좁은 오라클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연말까지 전 세계에 36개 리전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까지 오라클의 클라우드 리전은 16개 불과했는데 1년 남짓한 기간 20개를 더 늘리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작년 5월 서울 리전을 구축한 오라클은 최근 서울에서 약 75킬로미터 떨어진 춘천에 두 번째 리전을 설립했다.
클라우드 서비스기업들이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건립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확대된 것이기도 하다. 원격근무를 수용한 기업들이 점점 더 클라우드에 의존하면서 향후 몇 년간 시장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화상회의 줌은 재택근무 등으로 이용자가 급증하자, 오라클과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시장의 3파전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 부상 등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의 지리적 위치는 서비스 속도와 직결된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있을 경우 기업 고객들은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국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리전 설립 여부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특히 기업은 더 빠른 서비스 속도를 위해 고객과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가 위치하기를 바란다. 2016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시작으로 구글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이런 요구에 맞춰 차례로 국내 데이터센터를 개설했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세 회사가 국내 시장에서 장악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22개의 리전을 보유한 구글은 1분기 한국을 포함해 4개의 리전을 추가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 클라우드 리전은 가상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전에서 유튜브, 지메일 등의 구글 서비스 요청을 처리하지는 않는다. 구글 클라우드의 서울 리전 설립은 업계 1위 AWS에 비하면 4년이나 늦었다. MS도 2017년 서울과 부산에 리전을 개설했다.
구글까지 서울 리전을 설립하면 이른바 글로벌 클라우드 '빅3' 기업이 모두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게 된다. 아미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구글까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마련하면서 3파전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장악력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 국내 경쟁사끼리 손잡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SDS와 NHN은 지난달 클라우드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주력 클라우드 사업 분야는 다르지만 금융 클라우드 등에선 경쟁 관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