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IT기술 활용한 터치리스 문화 급속히 확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터치리스’(비접촉,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에 걸맞은 다양한 터치리스 기술이 개발, 실용화되고 있다. 아예 손을 대지 않고도 정보를 불러낼 수 있는 터치리스 터치 스크린이나, 터치리스 빌딩, 종업원과 손님 간의 2m 거리 두기를 위한 QR 코드를 이용한 비접촉식 식당 메뉴판, 터리리스 호텔 등이 등장하고 있다.
어떤 기기든 연결하면 터치 필요없는 작동
국내에선 최근 터치리스 터치스크린이 선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테크기업이 만든 소형 라이다(LiDAR) 기기 ‘글라모스(Glamos)’가 그것이다. 이는 어떤 기기든 터치없이 조작 가능한 터치스크린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1.5인치의 포켓사이즈인 이 제품은 일종의 모션(동작) 센서다. 이는 주로 자율주행차의 장애물 감지에 사용되는 라이다기술을 도입해 가상의 터치스크린을 만들어준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과 데스크톱, 스마트 TV 등과 모두 호환되며, 연결되는 기기의 크기도 자동으로 측정한다. 이 제품에 기기를 연결하면 기기 스크린에 굳이 손을 대거나 물체를 갖다대지 않아도 허공에서 취해지는 손동작을 감지해 동작할 수 있게 한다.
이 제품의 센서는 카메라가 아닌 회전하는 미러 모듈을 이용해 반경 3피트 이내의 환경을 스캔하고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며, 측정데이터를 터치 좌표로 다시 전환해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전송한다. 모듈은 초 당 40 프레임으로 이동하면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초 당 40차례 포착, 180° 움직임을 감지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노트북의 경우, 손을 마치 마우스 커서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나 리모컨없이 콘텐츠를 볼 때, 혹은 요리하다가도 손대지 않고 전자기기를 작동해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멀티플레이어나 닌테도와 같은 모바일 게임환경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폰에 글라모스를 연결하면 폰에서 재생되는 콘텐츠나 게임을 더 큰 TV 스크린이나 벽, 화이트보드에 투사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워킹 프로토타입 형태로 나와있으며, 최종 하드웨어 디자인이 마무리되면 대량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빌딩 전체가 ‘터치리스’
이른바 터치리스 빌딩도 등장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건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비접촉식 변기와 수도꼭지 등도 날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문과 엘리베이터는 센서로 작동시키고 욕실과 주방용기도 모두 터치리스 제품을 사용한다. 자동문에서부터 센서 수도꼭지까지, 신체적 접촉 기회를 차단시키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분자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플라스틱의 표면에서 최대 3일간, 마분지에서는 최대 24시간 동안, 구리에서는 4시간 가량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터치리스 건물은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바이러스와의 접촉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샤워변기, 물까지 알아서 내리는 자동 비데기능도 보급되고 있다. 집안에서 어떤 물건에도 손을 댈 필요가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에선 종업원과의 2m 거리두기를 위해 QR 코드를 이용한 비접촉식 식당 메뉴판이 보급되고 있다.
한 레스토랑은 주문을 받는 직원이 QR 코드가 인쇄된 종이를 들어 보여주면, 손님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메뉴를 불러올 수 있다. 태국에서도 매장 창문에 QR 코드를 붙여놓고, 이를 스크리닝해서 주문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손님들은 기존의 메뉴판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겠지만, QR 코드를 이용한 비접촉 방식의 메뉴시스템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호텔 내에서 ‘비대면’
영국에선 접수 직원이 사라지고 비접촉 방식과 원웨이 시스템, 운동시설을 갖춘 대형 룸 등을 갖춘 호텔이 등장할 전망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공유공간에서 투숙객의 회전이 빠르게 이뤄지는 에어비엔비와 같은 개인 임대 서비스는 퇴조하고 대형 호텔 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호텔 직원과 손님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열 검사를 동반한 비접촉식 체크인 방식으로 접수직원을 대체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열리는 출입문이 도입될 것으로 본다. 식당에 가거나 호텔직원이 방에 들어올 필요가 없도록 해치를 이용한 “원격 룸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순환식 리프트도 도입될 전망이다. 20세기 초기에 유행한 이 리프트는 한 명이나 두 명을 태운 개방형 승강기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낯선 타인들과 밀폐된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지금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류정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