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률 역대 최저
올해 전기차 보급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신차 출시 지연과 국내외 생산 물량 감소, 소비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벌어진 결과다.
전기차 보급률 역대 최저
정부가 세운 목표는 2022년 43만대 보급이다. 올해 계획은 8만4천대다. 물론 올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목표도 어렵다. 현재 전기차 누적 보급 수가 약 11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 33만대를 보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4일 현재 전국에 보급된 전기차는 1만4208대로 집계됐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8만4000대 중 보급률 17%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 해 상반기 전기차 보급은 1만5398대로 45%의 보급률을 기록했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다수가 보조금 수령을 선착순으로 하고 있어 상반기에 신청자가 몰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보조금 선착순 지급' 효과도 미흡했다.
전반적인 자동차내수는 괜찮은데
사실 전기차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판매는 여전히 침체기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는 지난달 글로벌 판매량이 42만33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 감소했다. 하지만 내수는 괜찮다. 내수는 14만6130대로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효과 덕분에 9.3% 증가했다. 전반적인 내수시장은 괜찮은데 유독 전기차는 부진했던 것이다.
전기차 가운데서는 ‘SM3 Z.E.’가 르노삼성차 특별 구매보조금 600만원 지원 또는 60개월 무이자 혜택에 힘입어 지난달 92대가 팔려 전년동기 대비 10.8% 상승했다.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는 내수 79대, 수출 230대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경우 5월 자동차등록 데이터 기준으로 177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누적 4252대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저조한 보급의 이유
저조한 전기차 보급 상황은 일단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공급량 부족과 소비 시장 위축, 수입차 신차 출시 지연 등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이차 '니로EV'는 구매 계약을 하더라도 차량을 받기까지 최소 4~5개월이 소요된다. 국가 보조금은 차량 등록이나 차량을 인도 받은 시점에서 선착순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차를 사고 싶어도, 차량을 제때 받지 못해 대기 중이거나 구매를 포기하는 층이 적지 않다.
정부도 올해 전기승용차 보급 목표 달성률 저조의 원인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시기적 요인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전기차 판매의 부진에는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때문으로 볼수밖에 없다 실적을 공시하는 국내외 업체의 전기차 지난 5월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61.7% 빠진 1563대에 그쳤다. 사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은 2013년 민간 보급 시작 이후 2017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실패해왔다.
세계시장과 다른 국내시장
이같은 국내 상황은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대조가 된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줄어드는 동안 전기차 판매량은 12% 감소하는데 그쳤다. 특히 유럽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은 외려 60%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를 올해부터 강화하면서 전기차를 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도 한 달 동안 유럽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하는 동안 전기차 판매 감소 폭은 16%에 그쳤다. 세계적으로 보면 전기차 시장은 어둡지 않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는 감소하지만, 내년부터 중국과 유럽에서 판매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2030년까지 전체 판매의 72%가량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여전히 시급한 인프라 확대
아쉬운 것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함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는 충전과 유지관리가 불편하고 주행거리가 짧다고 생각한다. 특히 충전과 관련해선 대부분이 불편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거주지 중심의 전기차 완속 충전기 정책 강화엔 소홀한 모습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을 위한 충전 방해 금지법 개정안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전기차 사용자들의 충전 패턴 중 약 80%는 완속충전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해마다 완속충전기 보급을 위한 예산을 줄여나가고 있다. 차량가격, 구매보조금, 충전방식, 연료비용, 일충전 주행거리, 기타혜택 등에 대한 인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직도 전기차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 비율이 높다.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는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미국의 테슬라다. 올 1분기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4070대에 이른다. 1월 138대, 2월 1443대, 3월 2499대를 기록했다. 2017년 국내 진출한 테슬라가 유독 올 1분기에 실적이 오른 건 오롯이 보급형 모델인 ‘모델3’ 덕분이다. 지난해 11월 하순 이 모델이 국내에 출시된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 순위를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어 판매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테슬라의 1분기 판매량은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인 8831대의 절반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장 셧다운 상황을 맞은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단연 두드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