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독일도 가세, 한국 ‘기술발전전략’ 등 나름의 노력

세계 블록체인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EU와 한국 등이 그 뒤를 좇는 형국이다. 사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블록체인 진흥 주간’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선두 다툼을 하며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와 기관별로 다양한 특색을 갖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세계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천문학적 투자와 함께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U도 블록체인 관련 연구투자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응용 사례를 발굴하는 등 미․중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이처럼 미국과 중국, EU를 중심으로 한 세계 블록체인 기술경쟁의 판도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미국, 연방정부․주정부, 블록체인 폭넓은 실용화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과기부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 3대 전략’, 산업부의 블록체인에 의한 기술 혁신 등 의욕적인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 분발이 요구된다.
평가원의 이번 자료에 의하면 우선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각 부처와 주정부들이 각기 다양한 목적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우선 국방부는 디지털 첨단화 전략 목표 중 하나인 사이버보안 통신을 실현하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의 특성상 사이버보안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 내·외부자를 가리지 않고 일단 의심부터 하고보는 무차별적 비신뢰 (trustless), 투명한 보안, 실책 묵인(fault tolerant) 등의 특성으로 사이버보안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분산원장을 통해 어디서나 보안 메시지 전송과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효율성·견고성·안전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미 공군도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선 군수품 공급망과 데이터 보안 강화를 위해 민간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협력을 하고 있다. 특히 군수품 공급망 보안 강화를 위해 민간 전문업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고, 빅데이터 관리 자동화 업무도 강화했다.

식약청, 연방 에너지부, 조달청도 상용화 박차
에너지부도 연구 개발 자금 1억 달러를 4개 기관에 지원하는 등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거래 플랫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발에 나선 4개 기관은 에너지 플랫폼 기관인 ‘ComEd’, 덴버 대학교, 버지니아 연구소, 건물 에너지 관리 SW기관인 ‘BEM Controls’ 등이다. 그중 ‘ComEd’는 자체 전력망을 보유한 연구소를 통해 신규 시스템 적용 및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하고 있고, 에너지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BEM Control’은 건물 에너지 효율성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기존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청은 이른바 ‘INFOMRED 프로그램’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교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INFOMRED’는 FDA 산하 우수종양센터가 추진하는 정보교환데이터 혁신 프로그램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특정 의료 데이터의 활용 상황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한다. 데이터는 환자의 동의에 따라 데이터 제공사에 의해 판매나 교환의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미 연방 조달청도 조달 프로세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접목함으로써 조달 자동화와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 조달 계약 자동화 프로세스인 ‘FASt Lane’에 분산장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론 다수공급자계약제도(Multiple Award Schedule)에도 블록체인 기반 조달 기술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조달청에서 1,000만종 이상의 상업용 물품·서비스를 일정 기간 정해진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민간업체들과 범정부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하는 체계다.

연방 보건복지부도 조달 계약 가격, 거래 조건 등 정보의 시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분산장부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에 대한 시범적으로 응용 테스트를 시작한 단계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조달 계약을 체결하는 부처인데, 이같은 조달 프로세스 합리화를 통한 조달 ‘비용 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 각 주정부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행정 간소화, 기록물 저장 관련 사업 및 법제화 추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델라웨어 주는 행정 부담 완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파일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는 기록물 저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도록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네티컷 주는 블록체인 응용 연구를 위한 작업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EU, 연구투자․협업으로 기술혁신 매진
EU도 미국과 중국에 못지않은 블록체인 연구혁신 및 R&I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관련 연구투자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응용 사례를 발굴,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EU는 우선 역내 펀딩 프로젝트와 이해당사자 간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 연구혁신(R&I)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Horizon 2020’을 통해 43개의 블록체인 연구혁신(R&I) 프로젝트(사이버보안, IoT, 헬스케어 등)를 펀딩하고 있다. 이른바 ‘EU Blockchain Partnership’에 의해 EU 블록체인 서비스 인프라(EBSI)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 파트너쉽은 21개 EU 회원국, 노르웨이 등 30개국이 국경을 초월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공공 서비스’ 제공을 위한 EBSI 구축· 협력을 목적으로 결성한 협력체다. 이를 통해 산업계, 스타트업, 정부, 국제기구 및 시민 단체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추진한다.
또 ‘EU Blockchain Observatory and Forum’을 통해 유럽 내 블록체인 이니셔티브 감독, 블록체인 지식의 포괄적 자원 생성, 정보 및 의견 공유를 위한 장 제공, 블록체인 분야에서 EU의 역할에 관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별도로 ‘블록체인 위변조 방지 포럼’(Anti-Counterfeiting Blockathon Forum)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위변조 방지 관련 전문가 간 정보 교환 및 협업을 추진하고, 주요 기술 활용 사례에 관한 정의, 인프라를 구현하는 잠재 기술 활용 사례 공유 등을 통해 시범사업부터 상용화까지의 사례를 관찰하고 있다.

EU집행위, ‘핀테크에 블록체인 반영’
EU집행위는 특히 핀테크에 블록체인을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핀테크 분야의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취지다. 이른바 ‘핀테크 실행계획’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이 금융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분산원장기술 및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나, 기술의 확장성, 상호운용성, 표준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성 평가와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응용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lockchain4EU’, ‘DLT4Good’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Blockchain4EU’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핵심 기회와 과제를 탐색하고, 산업계와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통찰을 제공하는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우주·항공, 식품 가공 및 유통, 운송·물류, 의료·바이오 제약, 콘텐츠, 에너지, 정보기술, 제조, 부동산 거래 등 분야별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
‘DLT4Good’는 앞서 ‘Blockchain4EU’의 후속 프로젝트다. 이는 분산장부 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가까운 미래의 지속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한편 독일의 경우 EU와는 별도로 ‘블록체인 전략’을 통해 연방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위협 요인을 해소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포괄적 내용을 담은 ‘연방 블록체인 전략’을 지난해 9월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소비자와 국가 주권 보호를 주목적으로 명시하고, 디지털 신원확인, 인증 시스템, 유가증권, 스테이블 코인 등에 대한 정부 입장 및 정책을 수록하고 있다.

중국, ‘세계 블록체인 기술 선도’ 야심
중국은 전국 규모의 블록체인 인프라 사업과 지방정부 주도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블록체인 기술 혁신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시진핑 주석은 2년 전에 ‘중국이 세계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개발 방향 설정, 블록체인 투자 증액, 핵심 기술개발 역량 집중, 블록체인 도입 및 산업혁신 가속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 규제 및 지원을 위하여 하향식(top-down)으로 적용되는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테스트 플랫폼 및 관리 인력에 대대적인 투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블록체인 기술개발 현황과 동향에 관한 연구회에 참석, 블록체인 기술 육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육, 취업, 의료 건강 등 사회 문제 해결 도구로서 블록체인 플랫폼 ‘블록체인 플러스’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단위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중국 정부는 특히 블록체인 기술 및 스마트 시티 도입 촉진을 위한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를 구축했다. 이는 중국 최초의 전국 단위 블록체인 프로젝트로서, China Mobile(통신), China UnionPay(결제 플랫폼), Red Date Technology(결제 솔루션) 등 총 6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BSN은 중국 31개 도시에 50개의 공개 노드를 배포하는 중이며, 베타테스트의 하나로 ’20년 3월까지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선전, 난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12개의 성 및 지방정부도 산업단지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선전시는 5억 위안 규모의 블록체인 펀드를 조성했고, 난징시는 100억 위안 규모의 블록체인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항저우도 100억 위안 규모의 블록체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스마트 도시인 ‘이노바 시티 (Innova City)’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12개의 성 및 지방정부도 블록체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총 22개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상하이, 구이양, 선전, 항저우, 하이난, 산서, 허난, 난징, 광저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과기부․산업부 등 블록체인 기술 발전 및 활용
한편 우리나라도 과기정통부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은 초기 시장 형성 기술, 경쟁력 확보, 산업 활성화 기반 조성 등 3대 전략과 주요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투표, 전자문서 유통, 축산물 이력관리, 부동산 거래, 해운물류, 개인통관 관련 6대 블록체인 공공 시범사업을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 재외공관 공증문서 유통,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 종이 없는 부동산 거래 서비스, 컨테이너 반출입증 통합발급 서비스(항만물류), 전자상거래물품 개인통관 서비스 등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공공 시범사업 결과 중 하나인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플랫폼’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정부 혁신 추진계획’에 반영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같은 추진 전략에 따라 공공선도 시범사업,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 연구개발사업, 블록체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부도 ‘디지털 무역 기반구축 방안’을 수립해 블록체인을 비롯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무역업체의 비용 절감과 절차 간소화를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외국환 거래 증빙 서비스, 디지털 무역 플랫폼 구축 등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 통해 총 93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고, 그중 5건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지정했다. 또한 P2P방식 주식대차 중개 플랫폼,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및 거래 활성화 플랫폼, 신원확인 방식(DID) 기반 소비자 비대면 계좌개설 관련 서비스 2건도 지정되었다.

김홍기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