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IT기술 경쟁 가열, 자동차․금융․보험․식품․통신․전자 등 확산
비대면(Un-Contact)의 IT기술이 최근 쏟아지면서 기업문화와 산업 지형도 크게 바뀌고 있다. 개별 기업체 차원에서 비대면 IT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하는가 하면, IT업계에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IT․디지털 업계는 물론, 자동차, 통신, 금융, 식품, 의류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런 경향은 확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비대면 전환용 ‘IT 개발 플랫폼’ 구축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는 자체적으로 ‘비대면(Untact) IT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등 IT 개발 방식을 전면 비대면 개발 환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오토에버와 공동 구축한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프로그램 개발 툴(Tool)을 외부에서 접속이 가능하도록 클라우드(Cloud) 방식을 적용했다. 개발을 위해 굳이 관계자들이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보안 지침 및 개발 프로세스를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보완하고, 개발 시스템을 구성했다. 회사측은 “기존의 IT 개발 업무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관리 편의성 등을 고려, 발주사가 지정한 장소에 IT 협력사 직원들이 상주하며 협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에 따라 IT 협력사는 익숙하지 않은 근무환경, 교통 불편 외에 기존 개발물의 재사용 불가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 왔으며 일부 개발사는 프로젝트 입찰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 구축으로 협력사 직원들은 자택이나 소속 회사 등 원하는 장소와 PC로 IT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개발 효율성과 업무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의왕, 소하리 등 6곳에 IT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IT개발센터 내에 100여개 협력업체 1000여명 인원이 상주하여 개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선 의왕 IT개발센터의 협력사 인력을 비대면 개발 체제로 전환하고 연내 소하리, 양재 등 IT개발센터의 운영을 비대면으로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 구축을 통해 상호 신뢰 기반의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IT 개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하면서 “협력사 직원들의 물리적, 심리적 부담감을 경감해 더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 개선으로 보다 많은 IT 협력사와 상생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계도 비대면 거래․계약 정착
금융계에서도 비대면 거래와 비즈니스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11일 KB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영상통화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특정금전신탁을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특정금전신탁 가입은 영업점에서만 가능했으나, 3월 금융위원회는 현장 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의 일환으로 올해 4월 1일부터 영상통화를 활용한 제한적 신규를 허용한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특정금전신탁 가입이 가능하도록 ‘신탁 비대면 센터’를 설립했다. 고객은 센터 내 전문 상담원으로부터 해당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탁상품을 가입할 수 있으며, 이용시간은 은행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에서 가입할 수 있는 신탁상품은 인덱스, 헬스케어, 게임테마, IT업종, 바이오 등 국내외 주식형 및 혼합형의 ETF 신탁상품 28종이며, 대면 상품 대비 0.2 ~ 0.3%p 인하된 보수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은 “향후 비대면을 통한 다양한 신탁상품 가입이 활성화되어 고객의 금융투자상품 선택권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며, KB국민은행이 앞으로 금융소비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보험업계에서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 전자계약 방식을 보험업계에선 가장 빨리 도입한 DB손해보험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비대면 동의 전자서식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전자서식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의 전자문서 솔루션을 활용한 것이다. “보상처리 신속성, 개인정보 유출 방지와 업무처리 시간 단축을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비대면 동의 전자서식 시스템”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비대면 동의 전자서식 시스템을 활용하면 장기 및 자동차보험 사고 발생 시 담당자가 고객을 직접 방문해 개인정보동의서, 합의서, 의료자문 동의서 등의 서류를 확인하고 서명을 받을 필요 없이 고객에게 알림톡 혹은 LMS로 URL을 전송한다.”면서 “고객이 본인인증 후 전자서식을 작성하고 필요시 사진을 첨부하여 전송하면 서류가 자동으로 등록된다.”고 소개했다. 금년 들어선 이런 방식의 비대면 동의 전자서식 시스템은 보험업계 전체로 널리 확산되면서 장기 및 자동차보험 보상 업무에 적극 활용, 업무의 신속성 및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통신․전자분야 ‘비대면 기술로 매출 증대’
통신과 전자 분야는 비대면 IT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는 편이다. SK텔레콤은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춰 최대 100명까지 다자간 통화를 지원하는 ‘T그룹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언택트 시대 성장 사업으로 주목받는 게임 부문에서는 관련업체와 협업한 ‘게임 플랫폼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게임 전문 커뮤니티 및 게임 미디어 콘텐츠 제공 플랫폼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e스포츠 전문 기업 ‘T1’을 설립, BMW 그룹과 스폰서 파트너십을 맺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 와중에도 비대면 관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관련 제품 부문에서 크게 매출을 올린 케이스다. 이 회사는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이 확대되면서 노트북, 모니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등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B2B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그중 BS(Business Solution) 부문에서 비대면 업무 환경의 확산에 힘입어 노트북 등 IT제품과 태양광 s모듈의 판매가 늘면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증가하기도 했다.
식품 및 배달업계, 비대면 디지털화는 ‘상식’
식품업계와 배달 부문에서도 IT기술을 통한 비대면, 원격 업무는 이미 상식이 되고 있다.
시식 및 요리를 통한 마케팅 프로그램인 ‘우리맛 연구’를 실시해온 샘표는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오프라인 마케팅 행사인 ‘우리맛클래스’를 진행해 왔지만 온라인을 통하 ‘비대면’, ‘온택트’ 트렌드에 맞게 이를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우리맛클래스는 우리맛연구원들이 라이브 쿠킹 쇼 형태로 진행하며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5월부터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에 샘표의 연두 공식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진행된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못본 고객들을 위해 클래스 종료 후에도 연두 인스타그램 IGTV와 연두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온라인상에서 우리맛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철 채소와 요리에센스 연두를 활용해 만든 냉이김밥과 청경채 볶음밥이 큰 화제를 모았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비대면 음식 배달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에 비대면 음식 주문 통합 플랫폼 기업과 협업키로 했다. 즉 네이버가 보유한 ‘스마트주문’과 플랫폼 기업인 케이디아이덴의 비대면 음식 주문 통합 플랫폼 ‘셀푸드’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프랜차이즈 및 소상공인 음식점의 배달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스마트주문’은 테이블주문과 픽업주문의 기능을 가진 ‘비대면 원스톱 주문’ 방식이다. 네이버 예약서비스에 가입해 간단한 정보를 추가 등록하면 네이버 지도와 플레이스에 매장정보와 함께 주문 버튼이 노출되어 매장 도착 전후에 비대면 주문이 가능하다. 케이디아이덴의 ‘셀푸드’ 비대면 음식 주문 통합 플랫폼은 스마트오더 앱, 키오스크, QR 주문 및 주문표시기(DID), 주문출고패드(KDS)가 일원화되어 각각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과 운영 및 관리가 한 번에 가능하다. 양사의 시스템을 연동, 기존 셀푸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에서도 네이버의 스마트주문 서비스를 활용한 주문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종 화상회의 기술, 카메라 시장 경쟁 가열
비대면 세태에 맞는 화상회의나 카메라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스토리지 유통 및 솔루션 전문기업 한성SMB솔루션은 그런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최근 화상회의 카메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대만 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에 적합한 원격 화상회의 최신 카메라 모델을 국내에 적극 판매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자동으로 회의 참석자와 화면의 크기를 조정해 주고, 발언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확대/축소 시켜주며, 사람의 음성만을 추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 WDR(역광 보정기능), 블루투스를 통한 휴대폰 무선 연결 기능, 전동팬(180° 뷰) 및 틸트(105º 뷰) 그리고 10군데 까지의 지점을 사전 설정하는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화상회의 솔루션인 Zoom을 포함하는 거의 모든 클라우드 솔루션과 호환된다.
회사측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원격 사회화 등 비대면 사회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원격 화상회의 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상황에 적합한 기술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김홍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