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질 수주경쟁 예고

삼성물산이 5년의 공백을 깨고 재건축 시장에 복귀했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2015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수주 이후 5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시장에 복귀했다. 정비사업 시공권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신반포 재건축 수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23일 2400억원 규모의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했다. 조합원 181명 중 166명이 투표한 결과, 126표를 받아 75.9%의 득표율을 기록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2015년 반포동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을 수주한지 5년만의 복귀다. 삼성물산은 이번 수주 과정에서 삼성전자, 삼성SDS,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했다. 삼성물산은 자율주행 로봇, 사물인터넷(IoT)에 인공지능(A.I)을 연결해 고객 맞춤형 환경을 제공하는 'A.IoT 플랫폼' 등 최첨단 스마트 기술을 제시했다.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해 랜드마크 외관 디자인을 제시하고, 삼성전자 등 분야별 최고 브랜드와 손잡고 글로벌 주거 트렌드를 반영해 반포지역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 높은 입찰조건을 제안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은 신반포역 역세권에 지하 4층~지상 35층 아파트 6개 동 총 641가구를 새로 짓는 공사비 2400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의 참여배경

이번 수주는 향후 강남권과 도심 요지의 재개발ㆍ재건축 수주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사업 시공권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정비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부인해왔다. 삼성물산은 2015년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지 5년 만에 신반포15차를 시작으로 재건축 수주전에 나섰다.

하지만 사실 이 사업은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도 큰 이익을 보기 어렵다. 시공권이 박탈된 건설사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조합 손실분을 배상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고급 자재와 특화설계까지 반영하면 남는 게 없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큰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당분간 강남권에 대형 사업장이 많지 않고 기존에 수주한 일감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점이 치열한 경쟁의 이유다. 한편으로 삼성물산의 최종 목표는 신반포15차가 아닌 반포3주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

삼성물산은 당장 신반포15차 외에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놓고 대우건설과 경쟁하고 있는 상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시공사 선정 입찰서 접수를 마감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최종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포3주구는 신반포15차와 비교해 규모가 세 배 이상 크다.

반포3주구는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역세권에 전용면적 72㎡ 1490가구로 조성된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2091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2018년 7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사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시공사 교체를 공약으로 내건 조합장을 새로 선출한 뒤, 연말 총회 투표로 시공계약 취소를 확정했다. 이에 불복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인 가운데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 물색에 나섰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8087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의 주택사업부진

삼성물산이 국내 주택사업 수주 경쟁에 뛰어든 것은 최근 발표된 부진한 실적에시 기인한다. 삼성물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삼성물산 매출액은 30조 7615억 원으로 전년보다 1.3%, 영업이익은 8667억 원으로 21.5% 감소했다. 특히 건설부문은 매출액 11조 6520억 원으로 3.9%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400억 원으로 30.1%가 줄어 5개 사업부문 중 전년 대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건설부문의 저조한 실적은 수주 부진에서 기인한다. 건설사의 향후 매출로 인식되는 ‘수주잔고’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줄었다. 수주잔고란 총 도급계약금액 중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을 말한다. 2019년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수주 잔고는 26조 64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2015년 수주잔고 40조 870억과 비교했을 때는 감소폭이 32.9%까지 늘어난다. 특히 빌딩사업 수주잔고는 2019년 13조 7770억 원으로 전년 14조 7400억 원 대비 6.5%, 감소했다. 주택부문만을 보면 2017년 말 10조3011억원에서 2018년 상반기 9조572억원, 2019년 상반기 7조611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로 당분간 해외 수주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비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삼성이 다시 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5월 서울시 서초구 방배 5구역 사업 이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은 최근 주요 재건축 설명회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도 삼성물산이 참여했다. 사업비 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한강맨션 재건축은 한강변 노른자 입지에 위치해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현재 5층 23개동 66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1457가구 규모 대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조합 측은 이르면 다음달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고 내년 5월에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목동 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창립총회 및 재건축 설명회에도 건설사로는 단독으로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단지 거주민과 관계자 500여명 앞에서 목동 7단지 입지 분석 설명과 함께 새 아파트 트렌드에 대한 동영상을 상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는 이대로라면 3~4년 내 수주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사실상 ​2015년 도급계약에서 ​멈춰있다. 수주한 정비 사업은 2023년 말까지 모두 완공된다. 추가 수주 없이는 4년 뒤부터 주택사업 실적이 나올 수 없는 셈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이나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재건축 사업의 수익 여건이 악화했지만, 건설회사로서는 꾸준히 정비사업을 수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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