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상황 종료" 공식확인
넥슨의 오웬 마호니 대표가 최근 임직원에게 “매각 상황이 종료됐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넥슨은 사내 스트리밍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은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게임,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정리했다.
넥슨의 선택과 집중
지난해 넥슨은 매각을 추진하다 불발되면서 내홍을 겪었다. 또 연이은 신작 부진 속에 다수의 게임 프로젝트를 중지하기도 했다. 9년 동안 개발한 ‘페리아 연대기’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10년을 내다보고 개발했다고 강조한 ‘야생의 땅: 듀랑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은 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다수의 신작 게임이 흥행에 실패한 만큼 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오웬 마호니 대표는 3월24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윤이 적은 게임 운영을 중단하고 새 게임 타이틀의 파이프라인을 대폭 줄이는 등 몇 가지 중요한 전략적 변화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되는 게임에만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바람의나라'와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카트라이더'를 비롯한 4종의 IP가 현재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 넥슨은 모바일 버전 ‘카트라이더’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올해 상반기 중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콘솔과 PC 이용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연내 출시해 콘솔 규모가 큰 북미 등 서구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을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을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는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제주도에 본사를 둔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개발팀 사무실은 서울 역삼동으로 옮겼다.
자금 1조로 무엇을 할까
넥슨코리아는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38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빌렸다. 상환일은 2021년 4월로 이자율은 4.6%다. 넥슨코리아는 공시를 통해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 용도"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선 사실상 투자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넥슨코리아 측이 밝힌 자금 용도는 운영과 투자재원이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9월에도 네오플에서 4000억원을 차입한 바 있다. 아직도 이 가운데 2000억원은 상환하지 못했다. 네오플 역시 넥슨코리아의 100% 자회사다. 지난해 빌린 돈도 갚지 못했는데 이번에 38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다시 빌렸다.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 있다는 얘기다
네오플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회사다. 네오플은 넥슨코리아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자회사로도 알려졌다. 넥슨코리아가 또다시 네오플에서 자금을 빌리자 업계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 가능성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네오플 차입금에 넥슨코리아의 현금성자산 7100억원을 더하면 현재 확보된 자금만 1조원이 넘는다. 역시 M&A를 추진할 공산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1년간 고강도 조직개편을 통한 체질개선을 진행한 넥슨이 M&A를 통해 새로운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외 개발사 인수합병?
글로벌 사업도 새판을 짜고 있다. 독일에 위치한 넥슨 유럽법인은 지난해 청산에 들어갔고 미국 법인인 '넥슨M'은 넥슨아메리카로 통합됐다. 넥슨은 원래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회사다. 창립 이후 16년간 28곳의 게임 개발사에 투자 및 인수를 단행해 대형 IP와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해왔다. 사실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은 모두 넥슨이 투자를 통해 인수한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넥슨코리아가 네오플의 돈을 빌려 투자나 M&A에 나서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정주 회장은 지난해 넥슨코리아의 모회사인 넥슨(일본법인)을 통해 스웨덴 개발사인 엠바크스튜디오를 매입했다. 매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올리는 네오플의 자금으로 넥슨코리아와 넥슨(일본법인)이 연이어 투자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국내보다는 해외 개발사 M&A를 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을 매각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넥슨 창업자이자 지주회사 엔엑스씨 대표인 김정주 대표는 지난해 말 넥슨 매각을 철회하고 고강도 조직개편과 함께 M&A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업게에서는 신규 IP 개발 및 콘솔 등 새로운 시도를 위해 넥슨이 M&A 시장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정주 대표는 수차례 M&A를 통해 넥슨의 덩치를 키워왔다.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하는 넥슨
기존 게임 라인업의 노후화로 성장 정체에 처한 넥슨으로선 신규 IP 발굴 및 서구권 시장 개척이 시급하다.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론 추가 개발사 M&A가 가장 효율적이다. 지난해 매각 실패는 결국 인수가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지분 매각에 경영프리미엄 등을 포함한 약 15조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본입찰 참여 기업들은 이보다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금액을 적어 냈다고 전해졌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후보기업도 없었다. 결국 김 대표로서는 직접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월 성명문을 통해 "넥슨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주 대표는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넥슨은 게임 관련 부문 종사자만 6천여명이 넘는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던전앤파이터와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등 일부 IP에서만 성과가 나오는 상황이다. 넥슨은 지난해 연 매출 2조5천억원을 기록한 국내 1위 게임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