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갈등도
9일부터 각급 학교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다. 그렇지않아도 코로나19로 비대면활동이 늘면서 온라인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네트워크 트래픽의 과부하도 심각하다. 접속 지연, 연결 오류, 로그인 실패 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적인 트래픽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9일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개학'에 따른 상황 변화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정부가 네트워크 장애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네트워크 이용대가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온라인 접속폭주와 네트워크 비상
인터넷 서비스 접속 장애 모니터링 업체인 다운디텍터에 따르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유럽·북미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OTT 서비스와 엑스박스 라이브 등 게임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특히 넷플릭스는 3월 12일부터 매일 서비스 이상·오류·다운 등이 신고됐다. 최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업체인 콘텐츠스퀘어(Contentsquare)가 수집·분석한 결과 ▲미디어 ▲통신 ▲헬스케어 부문 인터넷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자가 격리 등으로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음악·비디오와 같은 스트리밍 미디어와 게임 산업 등도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접속이 폭주하면서 네트워크 장애도 일어나고 있다.
아카마이가 관측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올해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30% 가량 증가해 월 3%의 일반적인 증가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은 지난 2월 전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 트래픽이 평균 25% 높았다. 코로나 19 확산 여파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도 미쳤다. 야외 활동이 줄고 재택근무가 늘며 인터넷 트래픽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유럽에서는 스트리밍 품질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시장의 비상초치
이탈리아·스페인·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미 인터넷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네트워크 트래픽 과부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유럽은 오래된 건물과 좁은 도로 등 초고속 광케이블 설치가 어려운 곳이 많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낙후되거나 열악한 편이다. 이러한 인프라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터넷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접속 장애, 서버 다운 등 문제가 현실화됐다.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은 유럽에서 잇따라 스트리밍 전송률(비트레이트)을 낮추고 있다. 기존에 플랫폼 이용자에게 고화질로 전송되던 콘텐츠가 당분간 저화질로 제공된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향후 30일 동안 유럽의 모든 영상 스트리밍 전송률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구글도 지난달 26일부터 전 세계 국가에서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 기본 화질을 표준화질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EU는 지난 18일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 인터넷 네트워크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끔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 및 근무가 확대되면서 인터넷 정체 현상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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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나은 국내사정
우리나라는 비교적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적인 트래픽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는 유럽 대비 네트워크 장비, 주파수 대역폭, 기지국 수 등 인프라 규모 자체가 크다.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들의 인터넷 트래픽은 올해 1월 대비 3월 기준 13% 증가했으나 아직 사업자들이 보유한 용량의 45∼60% 수준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서도 최상위 수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비교적 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망 용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지적·일시적 트래픽 폭증은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24일 주요 검색포털, 메신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트래픽 동향과 장애 대비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통3사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로 3월 인터넷 트래픽은 1월 대비 약 13% 증가(최고치 기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업자가 보유한 용량의 45∼60% 수준으로 아직 사용 여력이 남아 있어 전반적으로 서비스 제공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제부터
당장 학교개학이 문제다.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은 그 대상 범위나 지역이 훨씬 광범위하다. 현재 트래픽 이용량 최고치는 사업자들이 보유한 용량의 45~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이 시행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산된다.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지역적으로 혹시 모를 네트워크 불안정, 동영상 품질 저하 등이 빈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9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선언했다. 앞서 정부가 개학 지연에 따라 23일부터 시행한 'EBS 온라인 라이브 특강'은 갑작스럽게 몰린 접속으로 첫날부터 50분간 장애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 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업체 대표들과 만나 단말기 및 서비스 지원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과부햐에 대한 문제는 검토되지 않았다. 현재 각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위한 준비 체제에 들어간 상태이다. 9일부터 원격수업이 본격화된다. 출결은 학교 상황에 따라 LMS(학급관리시스템)와 문자, 전화 등으로 확인한다.
통신 3사는 정부와 협의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사용량과 요금 걱정 없이 EBS를 비롯한 주요 교육 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로레이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9일부터는 EBS 교육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또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인터넷 방송) 업체들도 EBS 교육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원격교육 서비스를 발굴해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망 증설 나선 통신 3사
통신사들은 망 증설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한국과 일본을 잇는 망 용량을 2.7배 늘린 데 이어 이달에도 해외망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KT도 지난달 같은 구간 용량을 확대했다.
통신 3사는 이미 온라인으로 개강을 한 일부 대학에 온라인 강의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학생 수 2만명 이상의 대형 대학은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안정적인 영상 화질로 학습하고 출결 기록을 처리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인프라 증설이 필수적이다. KT는 KT 인터넷 회선을 기반으로 전산망을 운용 중인 전국 120개 대학들의 인터넷 용량을 긴급 증설했다. 또 과천 사옥에 '대학 온라인 강의 소통 대응 종합상황실'을 마련하고, 6개 지역별 현장대응반을 가동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도 온라인 개강 후 자사 전용회선을 이용 중인 14개 대학교에 인터넷 대역폭을 무료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월 초부터 대학교 원격 강의를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무상 증속을 제공 중이다. 현재 전국 63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기존 대비 대역폭을 2배 이상 제공하며, 4월 말까지 원격강의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계획이다.
다시 제기되는 망 사용료 문제
통신사들의 망 증설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량이 급증하며 트래픽 부담이 커진 점도 한 몫을 한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넷플릭스 고화질 감상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쳐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트래픽 급증 우려는 있다. 문제는 망 증설 부담을 국내 통신사들만 고스란히 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해외 CP들이 망 이용 대가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점을 강력히 지적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용료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과 외출 자제로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해외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와 비교해 훨씬 적은 망 사용료를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망 이용 대가는 결국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망 품질 유지와 맞닿아 있다. 실제 SK브로드밴드가 매년 집행하는 9000억 안팎 설비투자액 가운데 대부분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서비스 품질 확보를 위해 해외망과 우회망 증설에 쓰인다. 다른 통신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외 CP들은 국내 규제 영향권 밖이다 보니 망 사용료 협상에 소극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미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갈등 중재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 1년간 9차례나 협상을 요청했으나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방통위가 지난해 말 공개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서는 CP가 관련 인터넷 트래픽 경로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으로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통신사에 이를 사전에 알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