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달러사재기 나서
5대 은행의 달러화예금 잔액이 지난 한달 4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시장에 달러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기업들의 ‘달러 사재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 달러 사재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낮춘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으로 단 하룻 동안 1조800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외환시장에 달러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것도 아니다. 통상 외화 예금 추이는 환율의 흐름을 따랐다. 환율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외화 예금 규모도 줄었다. 반면 환율이 내리면 싼값에 통화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이어져 규모가 커졌다. 환율이 올랐는데도 달러를 파는 경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기가 아직 종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달러화예금은 지난 달 25일 기준 432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396억9200만달러) 대비 35억3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 늘었다. 외화예금의 대부분은 기업 예치금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됐음에도 달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거세다. 기업들이 만약을 대비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달러는 유일한 안전자산
코로나19로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달러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기존 안전자산으로 분류됐던 채권과 금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달러는 급등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0.00%~0.25%로 낮아졌다. 금리가 내리면 화폐가치는 떨어져야하고 그렇다면 달러를 파는 것이 옳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업과 가계 할 것 없이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달러만큼 확실한 안전자산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1온스에 1477.30달러까지 급락했다. 금값은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9일의 1674.5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160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안전자산으로서의 체면은 구겨졌다. 안전자산으로 대표되는 채권과 금마저 팔아치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기축통화로서 달러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달러는 위기 때마다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빛을 발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5년 중국 부채위기, 가장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 등에서 달러 가치는 고공행진했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수단
원·달러 환율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1월 13일 115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9일 1280원까지 치솟았다. 장기적으로는 연말쯤 1150원 선으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찾는 안전자산으로 달러만한 게 없다.
2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0원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따른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해도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서의 달러는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달러예금은 당분간 계속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