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는 배당, 임원은 스톡옵션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로 국내 주요 기업 오너·임원의 보수가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로서 오너인 총수들에게는 연봉보다는 배당금이 더 의미가 크다. 주식이 큰 의미를 차지하는 것은 샐러리맨 경영자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에도 대박을 터뜨린 임원들은 대개 스톡옵션(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덕분이었다.
대주주에게는 배당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181억원이었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봉급을 받았다. 주요그룹가운데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로부터 총 60억원의 봉급을 받았고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70억4천만원,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모비스에서 모두 51억8천900만원을 봉급으로 받았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지주사인 ㈜LG로부터 급여와 상여금 등 총 53억9천600만원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봉급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재벌총수들의 수입 가운데 봉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오너로서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받는 배당금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봉급이 전혀없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지만 지난해 배당금은 무려 1426억원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은 무려 4748억원이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933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777억원, 이건희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767억원, 최태원 SK 회장은 649억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608억원, 구광모 LG 회장은 569억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545억원,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293억원을 받았다. 연봉으로 대기업 총수들가운데 가장 많이 받았다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배당금은 211억원이었다. 연봉과 배당금을 합치면 전혀 계산이 달라진다. 이건희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제외하고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봉급이 전혀없는데도 1426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최태원 회장으로 709억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659억원, 구광모 회장이 622억원의 순서가 된다. 신동빈 회장은 392억원에 그친다. 재벌총수들에겐연봉이 아니라 배당금이 더 중요하다.
샐러리맨은 스톡옵션
하지만 배당금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얼마 안되는 샐러리맨 경영자라면 봉급은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 된다. 물론 스톡옵션이 있다면 애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가장 많은 봉급을 받은 샐러리맨 세 사람도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대부분의 소득을 올렸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정문국 사장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해 194억원을 벌면서 기존 봉급과 합쳐 210억원을 받았다. 오렌지라이프의 앤드류 바렛 부사장(106억원)과 곽희필 부사장(38억원)도 스톡옵션으로 적지않은 소득을 올렸다. 박성도 셀트리온 고문도 지난해 163억9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 중 스톡옵션 행사로 163억5000만원을 받았다.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역시 스톡옵션을 포함해 162억원을 받았는데 배 부사장은 스톡옵션으로만 143억6천300만원을 벌어들였다.
스톡옵션을 제외하고 본다면 SK그룹의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총 46억6000만원을 받아 가장 많은 봉급을 받은 샐러리맨 경영자였다. 순위를 보면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우리나라의 두 기업, 삼성그룹과 SK그룹의 독주가 돋보인다. 2018년까지 4년 연속 샐러리맨 연봉 1위였던 삼성전자의 권오현 회장은 지난해 연봉이 46억3천700만원으로 전년보다 24억원 감소했다. 이어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연봉 45억3천1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 신종균·윤부근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 38억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34억5천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33억8천700만원,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 33억3천700만원,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31억5천200만원을 받아 연봉 30억원이 넘는 상위권에 들었다.
보수 수준이 일반적으로 높은 금융업계에서는 퇴직금까지 합친다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인사는 김주원 전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었다. 최근 카카오로 이직한 김 전 부회장의 보수 총액은 54억4700만원으로, 이 가운데 43억600만원이 퇴직소득이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 연봉 39억8900만원을 받아 사실상 금융권 전체1위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3개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았다. 이어서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부사장은 지난해 34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증권업계만 따지면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임직원에 이름을 올렸다. 총 보수 중 급여는 2억5000만원이었고 상여금이 31억66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총 28억9200만원을 받아 3위를 차지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 중에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보수로 총 24억9700만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일반회된 금융업계에서는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은 봉급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인물은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으로, 보수 총액은 20억2100만원이었다. 급여는 7600만원이었지만, 상여가 19억7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양증권의 박선영 상무도 지난해 보수로 20억8100만원을 받아 이 회사 임직원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